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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복

충북여성발전센터 소장

온 세상이 초록으로 물들고 아카시아 향기가 마음을 사로잡는 계절이구나. 산천초목의 아름다움에 형용할 수 없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신비한 자연의 섭리에 무한한 감사를 느끼고 있단다.

사랑하는 딸들아!

내가 처음 너희들을 만났을 때 아주 예쁘게 성장한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우리 딸들이 각각 23, 21살이었으니 젊음에 속앓이를 하고 헤매던 시기는 이미 지났다고 생각했었지.

그런데 살아온 삶과 환경이 달라 때론 낯설고 소통이 잘되지 않아 서먹한 때도 있었던 것 같구나.

우리 맏딸은 벌써 한 남자의 아내가 돼 며느리로, 엄마로 떡두꺼비 같은 외손자를 안겨줬으니 얼마나 마음이 기쁘고 흐뭇한지 모른단다. 그런데 그때는 기쁜 마음도 표현하기 쑥스럽고 서툴러 남모르게 속앓이를 했던 기억이 난다. 이 일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두 외손자를 낳아 잘 키우는 우리 딸을 볼 때마다 얼마나 장하고 기특한지 모른단다. 바람이 있다면 영악한 아이보다 인성교육이 잘되고 예의가 바른 아이로 성장했으면 하는 것이란다.

그리고 막내야!

우리 사이에는 크고 작은 사연들이 너무 많았던 것 같구나. 내가 처음으로 우리 딸을 보았을 때 너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아주 총명한 아이였지. 꿈 많은 대학 2학년생이기도 했었고. 당시 언니가 서울에 직장을 잡고 너는 아직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이 남아있던 시기였어.

그러던 어느 날, 우리 네 식구는 대책회의를 통해 네가 잠시 휴학하고 아빠의 뒤를 이어 공무원 시험을 준비를 하기로 했었잖니. 1년 동안 생활비를 열심히 올려 보냈는데 결국 시험에 떨어지고 과목별 성적은 과락 수준이였어. 그런데도 영어만은 타 과목에 비해 월등 했던 거 기억하니· 그 뒤로 또다시 너의 진로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고 결국 서울로 편입하기로 결정했지. 서로 만나기가 어려워 밤마다 메일을 주고받으며 모녀간 소통했던 시간들은 지금도 아련한 추억거리로 남아있다. 그중에서도 편입에 실패하면 청주에 내려와 복학해야 한다는 현실에 너는 불꽃 튀게 공부해 결국 성균관대에 편입했고 그 후 열심히 취업 공부할 때를 너도 기억하니·

그리고 너는 어려운 여건과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우리나라 제일가는 대기업에 합격해 엄마를 깜짝 놀라게 한 딸 이였단다. 그때 엄마는 직장 동료들로부터 많은 부러움과 축하를 받으며 어깨를 으쓱대며 축하 턱을 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단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너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미국 유학을 가겠다고 하더구나. 솔직한 심정으로는 안정적인 직장에서 얼른 결혼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미국으로 훌쩍 떠나버려 얼마나 섭섭하고 괘씸했던지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풀리지 않는구나.

그런데 막내야! 의지의 한국인이라는 것은 너를 두고 하는 것 같구나. 어릴 적 네 꿈이 그림 그리고 패션 디자이너라는 걸 아빠로부터 듣게 됐단다.

지난 3년간 타국에서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나 얼마나 외롭고 힘들게 지냈니. 그래도 어릴 적 꿈을 저버리지 않고 패션의 도시 미국 뉴욕에서 대학에 합격해 자랑스런 한국여성으로서 당당하게 졸업할 수 있는 영광을 만들어 내다니….

막내야! 그동안 고생 많이 했고 네가 너무 장하다. 그리고 너에게 많은 사랑과 애정을 쏟아주신 학장님께도 감사드린다.

이제 엄마도 그동안 서운했던 모든 감정을 내려놓으려고 한단다. 진심으로 자랑스런 딸에게 아낌없는 축하와 격려를 보낼 거란다. 그리고 모든 일을 잠시 뒤로 하고 아빠랑 언니와 함께 졸업식에 참석할 거란다. 막내 딸 덕분에 그 유명한 뉴욕 주립대 졸업식에 참석해 보려고 한다. 새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너무나 사무친다. 우리 딸 졸업날을 기대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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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