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2.04.26 17:55:50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조혁연 대기자

전회에 조선이 명나라측의 잘못된 이성계 족보를 고치는데 무려 2백년 가까이 걸렸다고 밝힌 바 있다. 조선 조정은 그만큼 속이 까맣게 타들어갔다.

조선 중기의 중종 임금도 곧 남곤·이자 등을 명나라에 파견, "태조(이성계 지칭)의 세계(世系)가 이인임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히고 그 개정을 요구했다.

그에 앞서 중종은 대신들과 명나라에게 줄 선물을 직접 논의했다. 창업주(이성계) 족보에 관한 일이기 때문에 선물은 과거와 확연히 달랐다. 그 양이 푸짐하고 다양했다.

'은보 등이 서계(書啓)하였는데, 공 사신에게는 큰 벼루 3면(面), 백세면포(白細綿布) 10필, 흰 세모시(白細苧布) 8필, 여섯 폭 유석(油席) 3장, 견면지(繭綿紙) 1백 장을, 화 사신과 설 사신에게는 큰 벼루 3면, 백세면포 5필, 흰 세모시 5필, 여섯 폭 유석 3장, 견면지 60장이었다.'-<중종실록>

그러나 명나라의 무종(武宗)은 선물을 잔뜩 받았으면서도 족보 오류는 바로 잡지 않았다. 그러자 안달이 난 조선 조정은 유보, 권벌, 조사수, 김주, 이후백·윤근수, 홍성민 등 사신을 릴레이 식으로 보내 오류 수정을 거듭 요구했다.

그러나 명나라는 그때마다 "고치겠다"는 언약만 할 뿐 계속 뜸을 들였다. 선조 연간이 되자 이번에는 당시 대사간 율곡 이이(李珥)가 팔을 걷고 나섰다. 다음의 이이의 말이다.

"임금이 치욕을 받으면 신하는 목숨을 바치는 것이 의리입니다. 종계(宗系)가 무함을 받아 잘못 기록된 것은 열성조(列聖朝)의 큰 치욕인 것입니다. (…) 성사시키면 본국으로 돌아오고 성사시키지 못하면 연산(燕山)에 뼈를 묻을 생각을 한 뒤에야 성사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선조실록>

결국 조선개국 192년만인 1584년에서야 태조 이성계의 잘못된 족보를 고칠 수 있었다. 이때 대임의 완성한 인물이 황정욱(黃廷彧·1532∼1607)이다.

'종계(宗系) 및 악명(惡名) 변무 주청사 황정욱(黃廷彧)과 서장관 한응인(韓應寅) 등이 칙서를 받아가지고 돌아왔는데, 황제가 회전(會典) 가운데 개정한 전문(全文)을 기록하여 보여 주었다.'-<선조실록>

선조의 얼굴이 요즘말로 '빵긋' 터졌다. 실록은 '선조가 모화관(慕華館)에 나아가 손수 황정욱 일행을 마중하고 이어 종묘(宗廟)에 가 관련 사실을 고한 뒤 하례를 받았다'고 적었다. 그리고 선조는 범법자에 대한 사면을 단행한 후 2백년 골치를 해결한 황정욱 등에게는 푸짐한 선물을 내렸다.

'백관의 품계를 올려주고 특수한 사죄(死罪) 이하의 죄인을 사면하였다. 황정욱과 한응인 및 상통사(上通事) 홍순언(洪純彦) 등에게는 가자하고, 노비(奴婢)와 전택(田宅)·잡물(雜物) 등을 차등 있게 내렸다.'-<선조실록>

황정욱은 전라도 장수 출신이나 충청도 도사(1563·명종 13년)와 충청도관찰사(1580·선조 13년)를 잇따라 역임하는 등 우리고장과도 깊은 인연을 맺었다.

뿐만 그가 명나라 사신으로 갈 때 청주 수의동에 묘와 신도비가 있는 송상현(宋象賢·1551~1592)도 동행했다. 잘못된 이성계의 족보를 바로 잡는데 우리고장 연고의 인물들이 크게 활약했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