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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1.29 15:58:31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조혁연 대기자

조선시대에는 재료와 모양에 따라 술잔(盃)의 이름을 다양하게 불렀다. 규화배(葵花盃), 옥배(玉杯), 수정배(水晶재), 앵무배(鸚鵡盃), 나배(螺杯) 등이 있다.

'규화배'는 접시꽃 모양, 앵무배는 바다의 앵무조개, 나배는 소라껍데기로 만든 것을 말한다. 사전은 앵무조개에 대해 '헤엄칠 때는 아가리를 위로, 갓을 아래로 하고 껍데기를 앞으로 하여 후퇴 방향으로 한다'고 적고 있다.

조선시대 대다수 임금들은 잔을 중요시 여겼다. 특히 애주가형 임금일수록 잔을 소중하게 생각했다. 연산군도 애주가형 군주에 속한다. 그에 얽힌 이야기가 실록에 자주 등장한다.

'전교하기를, "나배(螺杯) 3백∼4백 개를 생산되는 곳에서 채취하여 들이게 하라"하였다.'-<연산군일기> '전교하기를, "규화배 1천, 앵무배 1백을 구워 만들라" 하였다.'-<〃>

연산군이 왜 한번에 수백내지 1천개의 술잔이 필요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여러가 정황상 '궁중 파티'와 관련이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이같은 추정은 "팔정배(八呈杯) 및 일체 주기(酒器)를 숙용(淑容)의 집 헌수연에 진배하라"는 표현에서 어느정도 입증되고 있다.

숙용은 임금의 후궁에게 내리던 종3품 내명부의 품계를 말한다. 조선시대 후궁들은 그 입지에 따라 정1품 빈, 종1품 귀인, 정2품 소의, 정3품 소용, 종3품 숙용 등의 품계를 지녔다.

따라서 위 인용문의 뒷 부분을 보다 쉽게 풀면 '종3품 후궁의 집에서 잔치를 벌일터이니 술잔을 그리고 옮겨라' 정도가 된다. 술잔과 관련해 궁궐에서는 에피소드적인 일도 많이 일어났다.

'임금은 궁온과 앵무배를 승정원에 내려 주며 말하기를, "경들은 모름지기 마음껏 마시고 취하라. 그리고 술을 다 마시고 나면 이 잔을 원상(院相) 한명회(韓明澮)에게 주라" 하였다.'-<예종실록>

인용된 문장은 짧지만 대략 두가지 정도의 메시지를 지니고 있다. 먼저 앵무배가 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귀한 것은 역시 권력이 센 사람이 가져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 8대 임금인 예종(1450~1469)은 재위 기간이 13개월 정도밖에 안 될 정도로 비운의 인물이었다. 남이의 옥사 사건이 이때 일어났고 그 배후에는 원상세력이 포진했다.

그 원상세력의 핵심인 한명회는 바로 예종의 국구(國舅·장인)로, 잔을 그에게 주라고 한 이유가 드러난다. 중종대에는 임금과 술잔에 얽힌 내용이 등장한다. 우리고장 청주의 밭 가운데서 은제 불상 4개가 발견됐던 모양이다. 그러자 중종은 그 불상으로 술잔을 만들라고 명명한다.

"지금 이 물건을 보니 고물(古物)이다. 따라서 국용(國用)에는 합당하지 않다. 전에 조종조에서는 이런 것으로 옥배나 기타 다른 술잔을 만들어 홍문관과 독서당에 하사하였었다. 이 은불상으로 술잔을 많이 만들어 승정원·예문관·독서당·시강원에 나누어 하사하라".-<중종실록>

중종은 우리고장 속리산 복천사 노비 80구를 성균관에 몽땅 주라고 전교할 정도로 불교에 반감을 가졌던 임금이었다. 그의 눈에 청주의 은제 불상은 하찮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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