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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1.10.11 18:48:33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조혁연 대기자

'많은 사람이 비슷한 증상을 나타내며 앓는 돌림병.' 조선시대 사람이 역병(疫病)에 대해 갖고 있던 인식이다. 오늘날 전염병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 발생 원인에 대한 생각은 웃음이 나올 정도로 비과학적이었다.

우리 선조들은 역병에 대해 기후와 환경 이상이 그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체로 억울하게 죽은 자의 원혼이나 제사밥을 얻어먹지 못한 잡귀들이 천지간을 떠돌아다니다 만들어낸 결과로 생각했다.

때문에 임금은 물론 지방에서도 연례 행사로 제사를 지냈다. 바로 '여제'다. 특히 역질이 만연할 징후가 보이면 봄철에는 청명, 가을철에는 7월 보름, 겨울철에는 10월 초하루에 여제를 지냈다.

역질이 함경도 등 국경지역에서 발병, 사람이 많이 죽을 경우 집단 이주정책을 긴급히 쓰기도 했다. 국경 방어를 위해서는 인적 자원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죄인들은 강제로 이주시켰다.

역질을 옮겨온 원귀를 쫓는데는 군기감이라는 기관도 동원됐다. 군기감은 병기 제조를 관장하던 기관으로, 특히 화약·각궁(角弓)·화포를 만드는 것이 주임무였다. 군기감은 화약이 갖고 있는 뜨거움과 요란한 소리를 이용해 역귀를 쫓으려 했다.

'군기감에서 화약(火藥)을 전정(殿庭)에 설치하여 역질(疫疾)을 쫓았으니, 연례(年例) 행사였다. 이에 올량합(兀良哈)과 왜사(倭使)로 하여금 구경하게 하였는데, 불 화살[火矢

]이 섞여 발사되자, 모두 놀라고 두려워하여 부산하게 달아났으며, 혹은 그 옷이 불타버린 자도 있었다.'-<태종실록>

세종실록에 '시체가 드러나 비바람을 맞고 썩어 문드러졌으니 화기(和氣)를 상할까 염려스럽습니다'라는 표현이 보인다. 역병이 한번 휩쓸고 지나간 고을은 처참 그 자체였다. 우리고장도 예외가 아니어서 역병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명종과 숙종대에 대역질이 발생했다.

충청감사 민기(閔箕)가 치계하기를, "진천현(鎭川縣)에 여역이 크게 발생해 남녀 70인이 죽었고, 제천현(堤川縣)에도 여역이 발생하여 남녀 20인이 죽었으며, 현재 1백 38인이 모두 누워서 신음하고 있습니다. 온 집안이 모두 사망하여 매장하지 못한 것은 관에서 인부를 대주어 장사지내게 했습니다" 하였는데…'-<명종실록>

과거 역병은 그 특성상 가족이 몰살하는 경우가 많았다. 숙종대 충청도 어느 지역에서도 역병 때문에 가족이 몰살하는 사건이 또 일어났다. 이번에는 후속 처리에 대한 내용이 등장한다.

'충청도관찰사 황흠(黃欽)이 사폐하니, 인견하고 면유하였다. 황흠이 아뢰기를, "전가(全家)가 몰사(沒死)한 경우에는 조정에서 특별히 적곡을 탕감하여 주고 있는데, 그 가운데 혹 1, 2인이 생존한 경우에는 전가가 몰사한 것이 아니라 하여 탕감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인족(隣族)을 침징(侵徵)할 근심이 그대로 다시 똑같아지게 될 것이니…'-<숙종실록>

본문 중 인족침징은 군포를 이웃이나 친척에까지 물렸던 것을 말한다. 충청도 역병 퇴치에 힘썼던 민기는 나중에 우의정까지 지냈고, 충청감사를 지낸 황흠은 숙종·경종·영조 등 조선후기 세 임금을 잇따라 모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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