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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1.10.06 18:42:4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조혁연 대기자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은 표현 중에 '창생'(蒼生)이라는 단어가 있다. '왕의 왕인 지위에 앉아서 억조의 창생을 다스리던 그는…'.(김동인의 '젊은 그들'). '그 본의가 결단코 다른 데 있지 아니하고 창생을 도탄 가운데서 건지고 국가를 반석 위에 두고자 함이라.'(문순태의 '타오르는 강')

창생은 직역하면 '푸른 삶'이지만, 지금은 '세상의 모든 사람'을 의미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영어로는 'The people'로, 창맹(蒼氓)·창민(蒼民)도 같은 뜻이다. 광제창생(廣濟蒼生·널리 백성을 구제함), 여로창생(如露蒼生·아침 이슬과 같이 덧없는 많은 백성)도 여기서 파생됐다.

조선 중기 때 '창생'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멋진 시를 지은 인물이 있다. 신재 최산두(崔山斗·1483-1536)다. 15세 때 통감강목(通鑑綱目) 80권을 가지고 석굴(石窟)에 들어가 2년간 여러번 독파를 하고 나왔다는 인물이다.

'운창에서 도학 궁리 아홉 해를 보냈는데 / 연일 두고 쏟는 빗발 은하 포구 이었는지 / 강산을 온통 수국으로 할라치면 / 창생(蒼生)들은 포구에서 배를 붙들려 하겠지.'-<신재집>

'천자암 장맛비'(天子菴 霖雨)라는 제목의 시로, 창생들도 도학 공부를 열심히 하면 끝내는 잘 살게 된다는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최산두는 사림파인 조광조·김정·김식·김안국 등과 교유했다. 당시 사람들은 이들을 중국시에서 표현을 빌려 '낙중군자(洛中君子)'라고 불렀다.

1519년(중종 14) 기묘사화가 발생했다. 조광조에게 사약이 내려졌고, 최산두는 동복현으로 유배됐다. 그는 그 울분을 '13일째' 제목의 한시로 남겼다.

'마르고 여윈 몸으로 못가에서 시를 읊조리고 / 병이 깊어 무릉 같은 곳에 누워 보았다 / 따뜻한 옷은 여우나 오소리 가죽 같고 / 늦게 먹은 저녁밥이 어찌 일찍 먹은 밥과 같은고 / 재앙도 응당 하늘의 법 / 오랑캐 같은 자들은 마침내 누가 징계하랴 / 갇힌 외로운 나그네 이를 굳세게 꽉 다무니 / 한번 울부짖고 싶어도 능력 없음이 한스럽네.'-<신재집>

오랑캐같은 세력들 때문에 분노의 머리털이 서고, 또 자신을 절해고도로 내몰은 것에 대한 원망이 절절히 배여 있다. 그런 생각이 달밤에 이(齒)를 꽉 다물 정도로 복수심을 불러오지만, 자신에게 행동으로 옮길 능력이 없음을 발견하고 한스러워 한다.

바로 해배될 것으로 기대했던 귀양살이가 15년 동안 계속됐고, 사향심(思鄕心)은 더욱 깊어갔다. '눈물로 집으로 편지하며'(家書書글(言+乞)泣書) 제목의 시다.

'내 이 섬에 들어와 / 몇 번이나 편지를 썼던고 / 한 장의 편지글에 온통 넋이 끊어지니 / 남아 있는 넋은 그 얼마나 될까 / 지금 이미 십오년이 지나니 / 편지를 쓴다한 들 그 무슨 소용이 있겠나 /…/ 돌아봄에 부모님께서 이 편지 받으시면 / 이를 보시고 반드시 옷깃을 적시리라 / 옷깃 적실 일이 언제 그치려나 / 원컨대 하늘은 나를 버리소서.'-<신재집>

그는 우리고장과도 인연이 깊어 보은현감을 지냈고, 괴산 칠성면 송동리 화암서원에 위패가 봉안돼 있기도 하다. 그는 유배에서 풀려난 후 일체 벼슬길에 나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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