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나섰다. 목적지는 수정산 둘레길이다. 길가에 피어 있던 코스모스가 나붓나붓 가을의 전령사답게 몸을 흔들며 나그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수정산을 오르는 길은 세 곳이다. 오늘은 평곡초등학교가 있는 약물재 마을에서 시작하는 등산로를 택했다. 수정산을 등산한 지도 꽤 오래전이다. 둘레길이 생기기 전이었으니 아마도 5년은 족히 넘었지 싶다. 오늘 산을 같이 오르는 이는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나는 글을 쓰는 지기이다. 우리는 등산을 하거나 산책을 할 때면 언제나 서로 연락을 해서 함께하곤 한다. 처음부터 너무 얕잡아 봤을까. 경사가 급한 가풀막길이다. 그나마 깔딱 고개가 코앞임에 용기를 얻고 부지런히 발을 옮긴다. 그동안 등산로도 많이 변했다. 예전에 우리가 오르던 이 길은 이렇게 급경사가 아니었다. 숲이 우거진 산 속이었다. 지금은 밭과 산의 경계가 진 낭떠러지로 새로이 생겨난 길이다. 태양빛이 온몸으로 쏟아진다. 비 오듯 흐르는 땀을 연신 찍어내며 오른다. 낭떠러지 길을 지나니 드디어 숲길이다. 이곳부터는 심하지 않은 경사의 아늑했던 옛길이다. 우리는 땀도 식힐 겸 넓은 바위에서 쉬어 가기로 했다. 너무 오랜만에 와서인가 깜박 잊고 말았다. 그
한국은 1910년부터 1945년까지 36년간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식민통치를 당했다. 일제강점기로 불리는 한민족의 수난 시기였다. 몇몇은 이때 많은 기회를 얻어 오히려 이때를 그리워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남의 지배를 받으며 기회를 얻는다고 한들, 일제 통치 속 부귀를 누렸다고 일본인 만큼 대우받지 못했다. 경제 풍족한 머슴이라고 머슴이 아닐 수는 없다. 황국신민화 정책은 일제가 세운 새로운 목표로 시작되었다. 한국인과 일본인은 하나라 주장하며 한민족의 문화를 일본문화로 바꾸려 했다. 1936년부터 1942년까지 제7대 조선총독으로 있었던 미나미 지로는 국민정신총동원조선연맹(國民精神總動員朝鮮聯盟)에서 1939년 인사말을 남겼다. "내선일체는 반도 통치의 최고 지도 목표이다. 내가 항상 역설하는 것은 내선일체는 서로 손을 잡는다든가, 형태가 융합한다든가 하는 그런 미적지근한 것이 아니다. 손을 잡은 것은 떨어지면 또한 별개가 된다. 물과 기름도 무리하게 혼합하면 융합된 형태로 되지만 그것으로도 안 된다. 형태도, 마음도, 피도, 육체도 모두 일체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본의 이러한 노력을 받들어 기구를 재편한 단체가 국민총력조선연맹이다.
엊그제 제577돌 한글날이 지나갔다. 대다수 사람들이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고 휴일을 즐겼을 것이다. 그러나 한글의 우수성을 되새기고, 자부심을 갖는다면 이날이 단순한 휴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한글이 쓰기 쉽고 깨우치기 쉽다 하여 만만히 볼 것은 아니다. 요즘 들어 읽기는 하는데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하는, 문해력(文解力)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여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이를 활용하는 능력이다. 또 '문해력은 읽는 것을 다른 것과 연계시키는 능력, 중요한 정보인지 판단하는 능력, 정보들을 연계해 자신의 아이디어로 만드는 능력'이라고 어느 교육학자는 말한다. 작년에 '심심(甚深)한 사과'라는 표현을 가지고 문해력 논란이 있었다. 이는 한자어의 이해 부족에서 오는 어휘력 문제였다. 여기에서 '심심'은 따분하고 지루하다는 것이 아니라 마음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의미이다. 이런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를 구분하려면 한자 실력이 필수이다. 헷갈리면 국어사전이라도 찾아보면 좋겠지만 그것을 귀찮아하고 쉽게, 빨리 접하는 디지털에 의존하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긴다. 어린 시절부터 한글과 한자를 함께 쓰는 한자…
찬란한 정오의 햇살을 가리는 먼지처럼, 언제 끝날 줄 모르는 코로나 유행의 시기에 우리는 마스크로 호흡기를 가린 체, 불편한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이와 같은 답답한 일상 속에서 하루라도 늪과 같은 무거운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어,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며 길을 걸었다. 야트막한 구룡산 능선을 따라 옮겨 딛는 걸음마다 구름 위를 걷는 듯 가볍다. 머릿속을 꽉 채운 상념을 호흡으로 뱉어내며 숲속에 서본다. 시원한 갈바람이 스쳐 지나가고 붉게 물들어 가는 단풍을 보며 익어 가는 내 나이를 감지하게 된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세사(世事)에 경험도 많아지려니와 인생에 대한 이해도 투철해진다. 막연하게나마 인생의 깊숙한 맛까지는 아니더라도 만년의 농익음이 있을 법도 한데, 마음은 허허로운 들판에 홀로 선 것 같다. 구룡산은 아홉 마리 용이 승천을 준비하다가 세존 사리탑이 세워지자 승천을 포기하고 탑을 호위하는 호위병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세존 사리탑은 조선 고종 때 구천동에 옮겼던 것을 광우와 동원 스님이 안심사로 모셔와 종 모양으로 사리탑과 탑비를 세웠다는 기록이 있다. 안심사는 구룡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참선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걸음을
요즘 온갖 강력 사건 용의자 이름이 언론을 도배한다. 이런 사건 용의자 이름을 뉴스에서 대하노라면 왠지 온몸이 움츠러드는 기분이다. 반면 이름 석 자만 떠올려도 절로 입 안에 향훈이 감도는 이도 있다. 고인故人인 지인 이름이 그렇다. 평소 음식을 이웃과 나누는 인정 많은 여인이었다. 특히 열무김치를 맛있게 담갔다. 그녀가 담은 열무김치 맛은 요즘도 혀끝에 그 풍미가 감돌 정도다. 여름철엔 그 김치만 밥상 위에 올려도 밥 한 공기 뚝딱 비울만큼 감칠맛이 있었다. 수 년 전 어느 여름날 그녀가 불쑥 찾아와 김치 통을 건넨다. 갑작스런 선물에 의아해하자 그녀는 자신이 직접 담근 열무김치라고 했다. 언젠가 사석에서 매주 친정어머니를 찾아뵙는다는 말을 듣고 내 몫으로 열무김치를 한 통 더 담갔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니 그녀는 노인 공경심도 남달랐다. 필자 친정어머니를 떠올리며 열무김치를 더 담았다고 하였잖은가. 그녀는 평소 아파트 경비원이나 미화원 분들에게도 각별한 정을 쏟곤 했다. 명절 때는 꼭 양말이라도 몇 켤레 사서 챙겨 주곤 했다. 또한 병든 시아버지를 수년 동안 간병한 효부이기도 하다. 지병으로 그녀가 세상을 뜬 지도 수년째다. 해마다…
옥천 지역은 예로부터 한양으로 올라가는 길목이기에 원과 역이 설치되고 군사적인 요충지이기도 하므로 일찍부터 지명이 한자화되어 기록되었기에 자연마을의 이름들이 많이 소멸되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따라서 한자화된 지명을 거꾸로 소급하여 순수한 우리말 지명을 재구해 보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옥천의 중심지에는 삼양리(三陽里)가 있다. 삼양리라 부르게 된 것은 삼거리(三巨里)의 '삼(三)'자와 양지동(陽地洞)의 '양(陽)'자를 한 자씩 취하여 삼양리(三陽里)라 하였다. '삼거리'는 구어(口語)이고 한자로는 '삼기(三岐)'라 표기하였는데 서울, 부산, 부여 방면으로 갈라지는 세갈래 길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고, 양지동은 양지말이라는 자연마을의 한자 표기인 것이다. 1739년 여지도서의 기록에 의하면 지금의 삼양리와 금구리(金龜里)를 읍내면 가화리(嘉化里)라 하였다. 이 마을에 가화역(嘉化驛)이 설치되면서 1891년 신묘장적(辛卯帳籍)의 기록에는 역리(驛里)라 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1910년 군남면과 읍내면을 합하여 군내면이라 하면서 삼양리가 된 것이다. 삼양리에는 원형이 크게 훼손되고 관리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삼국시대 삼양리
물가가 치솟아 가뜩이나 힘든 마당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이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이 터져 경제전반에 대한 우려와 불안이 매우 크다. 지난 5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9월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월대비 3.7% 상승했다. 이는 지난 4월 3.7% 상승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8월 소비자 물가는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4%였다. 생활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1.1%, 전년 동월 대비 4.4% 상승했다. *** 피부물가 비상 상태인데 정부는 큰 폭으로 오른 국제유가와 농산물 가격 상승이 겹쳐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어쨌거나 국민들은 사과, 복숭아, 귤을 사먹기 주저되고 음식점에서 상추나 깻잎 같은 채소류를 먹으려면 눈치 보이는 게 일상이 돼 버렸다. 과일, 채소, 우유와 유제품 가격 급등에다 주유소 휘발유값이 1천800원을 넘어선지 오래 되다보니 시장 보기 겁나는 정도를 넘어 생활 공간 곳곳마다 마주치는 피부물가가 비상 상태다. 정부 당국자와 한국은행은 "계절 요인이 완화하는 10월부터 물가가 안정화 할 것" "물가상승률이 10월부터 꺾여 연말께 3% 내외까지 떨
"oo리 마을이장입니다. 마을회관에서 알려드립니다. 금일 10시 마을회관에서 oo마을 단합대회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오니, 마을 주민여러분께서는 한분도 빠짐없이 함께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시는 마을 이장님의 방송을 집집마다 전달해주는 소식통 장비가 있다. 무선 마을방송 시스템은 마을주민 세대에 1대씩 가정용 무선수신기를 별도 설치하여 내 집에서 편안하게 방송을 들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잠시 집을 비워 방송을 듣지 못한 경우에도 다시 듣기 기능으로 재방송을 들을 수 있다. 또한, 밭일이나 논일 등 바깥 농사 활동을 하고 있는 도중에도 외부 스피커 방송을 통해 이장님의 전달 사항을 들을 수 있어 농촌마을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장비 중 하나다. 청주시에서는 무선 마을방송시스템 사업을 2019년부터 2023년 5년에 걸쳐 추진해 1차사업을 마무리하였고, 2023년 11월 말 2차 사업까지 완료하여 총 467개 마을에 무선 마을방송시스템이 구축된다. 우리 마을주민들의 오랜 숙원 해소는 물론 신속하고 정확한 주민 소통망이 완성될 예정이다. 무선 마을방송시스템을 설치하기 위해 마을 곳곳을 돌며 이장님, 마을주민들을 뵈며 느낀 거는 이분들에게 필요한 건 작지
경남 합천 해인사, 전남 구례 화엄사, 전남 순천 송광사와 같은 대형 사찰. 사찰이란 단어를 듣고 떠올릴 수 있는 사찰의 일반적인 이미지일 것이다. 대개의 사찰은 하늘을 향해 빼곡히 솟아있는 나무를 벗 삼아 산속 깊이 자리잡고 있다. 충주 단월동에 위치한 단호사는 고려 말에서 조선 초 사이 창건된 사찰로 추정된다. 조선 숙종 때 중건한 기록이 남아있고, 당시 약사(藥寺)라는 이름으로 불리다가 1954년에 이르러서야 지금의 단호사로 불리기 시작했다. 단호사는 앞서 말한 사찰들과는 궤가 다르다. 무엇보다 소규모 사찰이다. 또 단호사는 신비감을 주는 깊은 산속이 아닌 큰 대로변에 위치해 있다. 사찰을 둘러싸고 있는 오랜 수령의 거대한 느티나무를 지나 경내로 들어가면 신비로운 소나무 한 그루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치 몸을 뒤틀며 하늘로 승천하는 용의 형상을 한 소나무의 모습은 방문객의 발걸음을 붙잡기에 충분했고 경이로운 느낌마저 들게 한다. 흡사 한 마리의 용이 불경함으로부터 대웅전을 보호하는 듯한 모양새는 사찰의 분위기를 고풍스럽게 만든다. 조선 초기 심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소나무는 하나의 전설을 품고 있다. 강원도에 약
인식의 변화는 사고의 변화를 가져오고, 사고의 변화는 태도의 변화를 가져온다. 태도의 변화는 가치관의 변화를 가져오며, 가치관의 변화는 한 사람의 역사가 된다. 사람 행동의 변화와 심상(마음)을 살펴본다는 심리학을 전공한 필자도 인식의 변화를 경험하며 생활하고 있다. 되돌아보면 받아들임에 익숙했던 시기도 있었고 변화의 삶이 편한 적이 있었다. 어느 시기에는 '나도 나이가 들어가는구나!'라고 생각했었다. 이러한 변화들이 '삶의 한 부분이구나'라고 여기며 생활해 왔다. 더 나아가 나이가 들면서 가끔은 "젊어지고 싶다. 아니 젊어 보이고 싶다"라는 생각이 간절한 적도 있었다. 최근 노화를 그저 순응해야 할 자연현상이 아니라 잘만 관리하면 극복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기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다. 현대의 40~50대는 1980년대나 1990년대의 40~50대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자신의 나이에 비해 젊게 살아가려고 노력(취미, 패션)하는 이들이 많이 늘어난 탓이다. 이것이 '샹그릴라 신드롬'이다. '샹그릴라 신드롬'은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늙지 않고 젊게 살고 싶은 욕구를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는 사회적 현상이다. 1933년 출판된 영국 출신의 James…
빠르게 변화하는 학교교육 현실에 비해 그동안 선생님들을 보호할 울타리는 변변한 게 없었다. 허허벌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불행한 사태가 연이어 발생하였고,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다. 정당한 교육 활동을 위해 법 개정을 외친 선생님들의 요구는 절실하고 타당한 것이었다. 교권회복 관련 법이 개정되었다는 소식은 그래서 반갑지 않을 수 없다. 평소에 접할 일이 별로 없는 법령의 문구나 개념들이 익숙하지 않더라도, 주요 내용을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교원지위법 등 교권 4법 세부 조항의 개정이나 시행 시기 차이는 조금씩 있다고 해도 선생님들의 학생 생활지도 조항이 신설되고,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보호자의 존중 의무가 규정되었다. 교권보호위원회가 교육청으로 이관되는 등 교육감의 역할을 분명히 했으며, 민원 처리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학교장의 책임이 명시되었다. 그렇게 차근차근 살펴보다가 고심하지 않을 수 없는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초중등교육법과 동법 시행령에 따른 교육부의 교원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였다. 고시에는 학업, 진로, 안전, 인성 등 학생생활과 관련되는 분야에 대한 지도 방법으로 조언이나 상담, 주의, 훈육과 훈계, 보상 등
빗소리가 기억을 몰고 온다. 유행가 가사처럼 비가 오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내 유년의 빗속을 함께 걸어주던 K. K를 만나고 온 지도 벌써 열 달이 되어 간다. 지난 1월에 강남센트럴씨티 터미널에서 본 것이 마지막이다. 5년 만의 만남이었다. 나는 K에게 향수를 선물했고, K는 내게 클렌징폼을 주었다. 가뭄에 콩 나듯이 만나는 사이지만 언제나 밝게 웃는 K의 모습은 나를 환하게 만들었다. 초등학교 시절, 예고 없이 비가 오는 날이면 K와 나는 비를 맞으며 하교를 하곤 했다. 낭만이나 놀이 때문은 아니었다. 당시 다른 아이들은 엄마가 우산을 갖고 학교 현관에 와서 기다렸지만, 나와 K는 누구도 오지 않았다. 나는 7남매 중 하나인 작은 계집아이였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엄마가 내게 우산을 가져올 거라는 것은 애당초 기대도 안 했다. 그것이 원망스럽지는 않았다. 다만 조금 창피했다. 그나마 나와 같은 처지의 K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K의 엄마는 허리를 다쳐 일어나지 못하는, 아픈 아버지를 대신해서 장사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느닷없이 비가 와도 올 수 없다고 했다. 우리는 양손에 운동화를 벗어들고 도로를 찰방찰방 걸었다. 세차게 빗줄기가
"종이컵이 없다고요. 어떻게 커피를 시음하라는 거지." 지난 7일 오전 10시 '경기도 세계커피콩축제'가 열린 시흥시 은행동 은계호수공원. 인도 부스에서 몬순 커피를 맛보려고 기다리던 관람객들이 일회용컵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소리를 듣고 수군거리고 있었다. 관람객들이 입장하면서 웅성거림은 카메룬, 케냐, 코스타리카, 파푸아뉴기니, 과테말라, 에티오피아, 미얀마, 라오스, 필리핀 등 전체 부스로 퍼졌다. 축제조직위 관계자들과 커피 부스 운영자들의 입술은 바짝 타오르기 시작했다. '올 것이 오고야 말았구나' 하는 한숨이 터져 나왔지만 표정에는 비장함이 묻어났다. 사실 이 광경은 준비 소홀로 인해 벌어진 '소동'이 아니라 '자초한 사고'였다. 축제를 주최한 시흥시와 주관한 은계호수상인연합회는 '일회용품을 일체 사용하지 않는 환경축제'로 행사를 치러내자고 의기투합했다. 일각에서는 세계 각지의 고급 커피를 시음시켜 주겠다고 불러 놓고는 시음할 컵을 준비하지 않으면 민원이 쇄도할 것이라고 지적했지만, 상인연합회측은 산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런 민원이라면 기꺼이 감수하겠다며 각오를 다진 터였다. 시흥시청도 "일회용품 사용 금지에 따른 불평불만을 더 이상 피해가지…
가을 들녘이 조용히 익어가고 있다. 새해가 되면 언제나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올해는 계획보다 '자신과의 약속'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정하고, 일주일에 세 번 아파트 둘레 길을 걷기로 한 것도 그중 하나였다. 거창한 계획이 아니어서 잘 진행될 것이라 믿고 새해 벽두부터 아파트 돌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세 번째 날, 무릎에 통증이 느껴졌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또 작심삼일이 되고 말았으나, 아직 두 개가 남았으니 느긋한 마음이었는데 이미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이맘때가 되면, 여자 넷이 제주도 여행을 가자고 했던 약속이 생각난다. 공인중개사 시험공부를 할 때의 일이다. 부동산의 폐해가 사회문제로 심각할 때 처음으로 도입된 제도였다. 단지, 생활상식을 얻으려고 사놓았던 공인중개사 교재였는데, 돌연 생각이 바뀌어 도전해 보겠다고 마음먹고 책을 펼쳤을 때 눈앞이 캄캄했다. 법전은 모두 한문으로 되어 있어 읽기 어려웠고, 낯선 법률용어는 이해할 수조차 없었다. 사전과 법전을 해어지도록 뒤적여가며 학원과 도서관을 오고 갔다. 아침이면 커다란 가방에 도시락 두 개를 넣고 출근하는 남편과 함께 집을 나와 저녁 늦게 돌아왔다. 온종일 독서실에서 진을 치고 사계절을 두 번
잊고 살았다. 교직에 첫 발을 내디딘 순간부터 지금까지 내가 가르친 제자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모두들 잘 살고 있겠지?'라고 믿으며 해마다 또 다른 제자들이 아름다운 삶을 가꿀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게 하기 위해서 가르치고 배우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나의 교직 생활도 어언 30년을 훌쩍 넘겼으니 제자들의 수도 수백 명이고 나이도 벌써 40대 중반에 이르는 중년의 나이가 되었다. 내가 순간순간 어떤 가르침을 주었는 지 상세하게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그 때 그 시절 나의 말 한마디에 힘을 얻어 열심히 삶을 가꿔가고 있는 제자들의 소식을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보람이고 기쁨이다. 이제는 나름대로 자신들의 삶을 가꾸며 잘 살고 있다고 하니 반갑고 고맙다. 목련과 개나리 피었다 지고 아카시아 향기가 온 산으로 퍼지던 작년 어느 봄날 이제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제자에게서 문자 메시지가 왔다. "선생님. 잘 지내시죠? 저 ○○예요. 기억하실지 모르겠어요. 한 번 뵙고 싶어요." 반가운 마음에 얼른 답 문자를 보냈다. "물론 기억하고 말고. 어린 시절 키는 작았지만 당차고 똘망똘망했던 ○○를 잊을 수 없지. 이리 오랜만에 소식 전해 주니 고맙고 반가워.…
학령인구의 지속적 감소로 농촌지역 학교는 학생 수가 감소하고, 도시 학교는 인구 밀집으로 과대 학급이 편성되어 도시와 농촌의 학생 배치 불균형이 심화되고 교육과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작은 학교 문제를 좀 더 현실적으로 바라보며 작은 학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 보자. 작은 학교의 방향은 학생, 학부모에게 교육의 선택권을 주는 공동(일방)학구제 및 광역학구제, 학생들의 교육과 발전에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지역사회와 상호작용하며 지역사회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첫째, 공동(일방)학구제 및 광역학구제로 충북 및 전남 등 타지역에서 시행하여 학생 수가 늘어난 사례도 있다. 자녀의 특성에 맞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고, 작은 학교의 장점을 살려 학교별 다양할 특색교육과정 운영 및 맞춤형 교육지원을 제고하여 학생들이 학습지도 및 생활지도를 통해 바람직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다. 둘째, 학교통학버스 지원으로 학교 접근성을 강화해야 한다. 학구내·외 모두 학교 통학버스가 지원되어야 한다. 특히, 중학교의 경우 대부분 통학버스가 지원되지 않아 학부모에게 불안감 조성과 장기적 학교 유지·발전의 저해 요인이 되고 있어 통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2021년 국민독서실태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 1명의 한 해 평균 독서량이 채 5권도 되지 않는다. 종이책과 E-book, 오디오북을 포함한 수치인데도 그렇다. 심지어 1년간 단 한권의 책도 읽지 않았다는 응답도 50%가 넘는다. 그리고 지난 2021년 OECD가 발표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1세기 독자: 디지털 세상에서의 문해력 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만15세 학생들은 디지털 정보 중 '사실과 의견을 식별하는 능력'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최근 서울시교육청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 중학생의 65%가 교과서에 나오는 '단어'가 너무 어렵다고 응답했다. 이 학생들은 어휘력의 부족으로 글의 해석도 힘들어할 수밖에 없고, 수년 후 긴 문장에 대한 빠른 이해력을 요구하는 수능시험 준비에서도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 원인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 대체적으로 지목되는 원인은 디지털 미디어의 발전이다. 뉴스도 스마트폰으로 짤막한 기사로 접하고, 종이 만화책보다는 스마트기기로 보는 웹툰이 더 인기가 많다. 각종 지식도 유O브와 같은 인터넷 매체에서 배운다. 개인이 인터넷
우리가 버린 쓰레기 플라스틱이 미세플라스틱으로 우리의 식탁을 위협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5㎜ 이하의 아주 작은 플라스틱을 뜻한다. 바다의 생선뿐만 아니라 생수, 소, 돼지, 우유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어 대책이 시급하다는 언론보도를 자주 접하곤 한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놀라울 만큼 미세플라스틱이 없는 곳이 거의 없다. 연간 플라스틱 생산량은 1950년 200만 t에서 2020년 3억6천700만 t으로 180배 이상 늘어났다. 플라스틱 폐기물의 가장 큰 비율은 포장재로 전체의 47%를 차지하고 있으며, 섬유가 14%, 불법 폐기가 6%를 차지하고 있다. 바다로 간 플라스틱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한다. 심지어 잘게 부서진 미세플라스틱 형태로 변형돼 생선과 조개 등에 스며들고 결국 우리 밥상에까지 오른다. 환경단체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생수 페트(PET)는 2017년 대비 13.5% 증가, 일회용 플라스틱 컵은 56.9% 증가, 일회용 비닐봉투는 15.9% 증가했다. 특히 2017년 대비 2020년의 일회용 플라스틱 컵 소비가 많이 증가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일회용컵 커피 매일 마시면 연 2천600개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되고, 조사대상 제품에
계찰이 칼을 무덤에 걸어 두었다고 하는 "계찰괘검(季札掛劍)"이라는 말이 있다. 계찰이 진(晉)나라 사행길에 서(徐)나라에 잠깐 들렀는데 그곳 군주가 자신의 칼을 갖고 싶어 한다는 것을 눈치챈 계찰이 귀국 길에 자신의 보검을 서나라 군주에게 주려고 맘먹었으나 나중에 서나라에 다시 와 보니 그 군주가 이미 죽어버려서 그의 무덤에 칼을 걸어주고 갔다는 이야기이다. 신의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성어이자 계찰의 인품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일화이다. 중국 춘추시대 말기에 북방에는 진(晉)이나 진(秦), 제(齊) 등이 강대한 나라를 이루고 있었고, 남방에는 초(楚)나라가 강대국으로 행세하고 있었는데, 이 초나라의 아래쪽에 오(吳)와 월(越)이라는 나라가 있었다. 기원전 6세기 중엽에서 기원전 5세기 중엽에 이 오나라에는 탁월한 식견과 고매한 인품을 갖춘 위대한 정치인이 있었으니, 그가 계찰(季札)이다. 당시 황하 유역의 북방사람들이 볼 때 장강 이남 지역은 무지막지한 오랑캐들이나 사는 지역이었다. 그런데 이런 훌륭한 인물이 있었던 것에 대해 공자는 계찰을 극찬하여 "그런 땅에 태어나고도 그 풍속에 물들지 않았다니, 계찰선생은 하늘이 낸 백성이다"라고 할 정도였다
세상 모든 나라는 서로 끊임없이 갈등하며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원수가 되곤 한다. 국익을 위해서다. 이익이 같은 나라들끼리 영원한 동맹, 친구가 되자고 손을 잡는다. 한·미·일, 북·중·러, 나토 등도 그런 것 중 하나이다. 나라를 지켜줄 확실한 보호막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어찌 나라뿐이겠는가? 지자체나 각종 단체, 사람들 간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한 나라나 단체는 지도자의 성향과 이념, 기술 말고도 여러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그 영향은 일시적이다. 지도자가 바뀌면 바뀔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물리적 장애물에 의한 영향은 그렇지 않다. 힌두쿠시산맥과 히말라야산맥이 만들어 낸 난관들에서 보듯 이념은 스쳐 지나가도 지리적 요소는 오랜 세월이 흘러도 그대로 남는다. '확실한 보호막'이다. 중국을 보자. 북쪽의 고비사막, 동해와 극동 사막지대로 맞닿아 있는 동쪽 국경, 항구와 히말라야산맥이 맞닿아 있는 남쪽 국경, 여기에 인도가 중국을 넘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하는 티베트가 있다. 땅덩이가 넓은 만큼 많은 영주권 분쟁이 중국 정세에 영향을 주고는 있지만, 물리적 장애물
내가 2023년 9월 충북도 재난안전실 안전정책과에 수습사무관으로 처음 발령받고 가장 먼저 접한 정책은 바로 '도민안심 프로젝트'이다. 안전정책과에서는 최근 오송 궁평2 지하차도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더욱 가까이 접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나는 재난안전 정책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해보는 기회를 갖게 됐다. 재난안전 정책의 일환으로 9월 한 달간 충북도와 11개 시·군이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도민안심 프로젝트는 이러한 재해로부터 충북도민들을 보호해 행복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는 필수적인 정책으로 느껴졌다. 따라서 이 기고문을 통해 도민안심 프로젝트의 중요성과 목표, 추진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공유하고자 한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안전을 증진해 '안전 충북'을 실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우리 164만 충청도민들의 마음까지 안심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기치 못한 재난과 사고는 대상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기 때문에 도민들의 일상에는 불안감이 상존한다. 이에 더해 최근 발생한 '칼부림 테러', '묻지마 흉기난동' 등 다양한 이상동기 범죄는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이러한 재난과 불안 상황에 도민들의 안전하고 행복한 일상이 지속적으로 위협
문화의 달을 맞아 필자는 서울 원서동 창덕궁 앞을 자주 지나가게 된다. 전시회가 열리는 인사동을 찾는 시간에 국악로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간혹 있다. 그러나 창덕궁 정문을 바라보면 문득 참담한 역사를 지을 수가 없다. 지금부터 128년전 1895년 10월 8일. 창덕궁 안에서 국모 민비가 일본 낭인들에게 처참하게 죽음을 당했다. 우리 역사에 이처럼 왕비가 외국인들에게 무참히 살해당한 일은 없었다. 기록을 보면 더욱 황당한 것은 이 만행에 민비의 정적 세력들인 조선군 훈련대도 참여했다는 것이다. 주도 세력은 당시 조선 주재 일본 공사인 미우라를 중심으로 일본군 공사관 수비대와일본인 낭인들이다. 신라 말 후백제 군이 신라도성을 기습 침공하여 경애왕을 자살케 했을 때도 왕비는 살해되지 않았다. 일본 낭인들은 궁녀 속에 있는 민비를 찾아 내 칼로 난도질을 하여 창덕궁 후원에서 시신을 불 태웠다. 어떻게 대한제국의 국모인 왕비가 이처럼 무참히 살해 될 수 있었을까. 총과 창검을 쥐고 창덕궁을 지켰던 무장 시위 군사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 당시 고종은 자신도 죽을 수 있다는 위기에서 러시아공관으로 피신했다. 이를 아관파천이라고 기록한다. 근세
추석 연휴 임시공휴일이 지정되면서 마음의 여유가 생겼는지 셋째 언니가 자매들만 청주에 모여 근교 여행을 하자고 제안했다. 딸 넷이 명절날 다 같이 모이기는 쉽지 않았었다. 시부모님이 다 돌아가시고 시절이 바뀌니 이런 일도 가능하구나. 나는 물론 찬성이었고 남편과 형부들의 협조로 3박 4일의 일정을 도모할 수 있었다. 엄마 없이 딸들만 모이려다가 조카 진주가 기특하게 할머니의 휠체어를 책임지겠다며 함께 모시자고 했다. 언니들과 명절을 보내게 된 기대감과 함께 시간이 다가올수록 뭘 해 먹일까, 어디로 갈까 걱정이 앞섰지만 그럴 필요가 없음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연휴 첫날 엄마와 자매 넷, 딸들과 조카까지 모이니 여자 여덟에 남자는 남편 하나였다. 이 여행을 주도한 셋째 언니는 큰 형부의 찬조금을 받아왔고 각종 과일을 준비했다. 솜씨 좋은 둘째 언니는 떡과 김치, 알싸한 파김치도 맛있게 담가 왔고, 사위가 사준 한우와 와인까지 푸짐하게 챙겨왔다. 큰언니가 사 온 돼지껍데기 무침은 술안주로 제격이었다. 모인 첫날부터 왁자지껄 끝없는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만날 때마다 듣던 이야기는 듣고 또 들어도 재미있었다. 잊고 있던 어릴 적 이야기도 꺼내고 나는 모르
-청초하기보다 원숙해 보이는, 대단한 미모의 여인이네요. 저절로 눈이 가 민망합니다. "미인"이라는 노래가 생각나요. 자기소개 좀 해 주시죠? "소개라니 생소하네요. 많은 이들이 날 보면 대충 짐작하고 얘길 듣고는 고개를 끄덕여요. 한번쯤 들었을 겁니다. 장희빈 혹은 장옥정이라고 하지요." -저도 짐작했어요. 문중이 미모로 유명한가 봐요. 왜 장녹수라는 이도 있지 않나요? "성이 같으니 뭔가 연관이 있을 듯도 해요. 그분과는 200여 년 차이가 나요. 그분은 연산군과, 나는 숙종과 연관되어 있으니까요." -할 얘기가 많겠어요, 유년시절 가정형편은 어땠나요? "부친이 역관이어서 어렵지는 않았지요. 조금은 여유가 있었지요. 하지만 모친이 천출이라 늘 비교의식과 열등감을 떨치기 어려웠어요." -양친 중 어느 쪽을 닮은 것 같아요? "지적인 것은 부친을, 미모는 모친을 닮았어요. 최상의 조합이지요." -어머니도 미모가 출중하셨나 봐요? "그랬으니 노비신분으로 부친 눈에 들었을 테지요. 모친은 바느질을 아주 잘 하셨어요. 그것도 내가 물려받았어요." -궁에는 어떻게 들어가게 된 건가요? "그게 간단하지 않아요. 나를 알아본 건 부친의 사촌인 장현이
현고 학생부군 신위(顯考學生府君神位)는 관직 없이 돌아가신 조상을 위해 제문에 흔히 등장하는 문구다. 배우는 학생으로 일생을 살다 돌아가신 조상을 기리는 뜻으로 볼 수 있지만, 배움이 관직의 하위개념인 것처럼 보여 마음이 편치 않다. 공자님도 논어의 첫 구절에 "배우고 익히면 즐겁지 아니하냐"고 하며 배움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씀하시지 않았는가? 나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젊어서 학생으로 배우면서 일정한 자격증(?)을 습득하여 그것을 토대로 직업을 구하고, 평생 동안 이전에 배웠던 지식과 경험을 적당히 울어내서 사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필자도 초중고 12년과 대학과 대학원 16년을 학생으로, 나머지 32년은 가르치는 자리에서 살았다. 돌이켜보면 가르치는 직업을 가진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독선과 고정관념에 빠지기 쉬운 길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물론 더 풍부한 지식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고 변명할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학생으로서가 아니라 선생의 자리에서 효과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입장이어서 생각의 틀을 바꾸는데까지는 이르지 못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배움은 자신의 무지를 깨닫는데서 시작된다. 소크라테스의 친
[충북일보] 지난해 우리나라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의 수학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전체 16.6%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2 학생들의 수학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표본집단 평가로 전환된 2017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이러한 내용이 담긴 '2023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이 평가는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 성취 수준 현황과 변화 추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중3과 고2 전체 학생의 약 3%를 표본으로 매년 실시한다. 지난해 9월 실시된 이번 평가에는 충북을 포함한 전국 중3·고2 전체 80만2천712명 중 3.1%인 2만4천706명(476교)의 중·고교생이 참여했다. 평가 결과는 국가 교육과정 상의 성취기준(배우는 내용)을 얼마나 이해했는지에 따라 국어, 수학, 영어 교과별 학업 성취 수준을 4수준(우수 학력), 3수준(보통 학력), 2수준(기초 학력), 1수준(기초학력 미달) 등 4단계로 진단한다. 전년도와 비교해 중3의 기초미달 비율은 국어(9.1%), 수학(13.0%), 영어(6.0%)에서 모두 하락했다. 국어는 2.2%p,
[충북일보] 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까지 충북 청주시 소재 충북대학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관한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지역 곳곳에서 '무슨 일이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린 배경에 대해 "기존에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무총리와 장·차관 등 국무위원 중심으로 열렸다"며 "이번에는 다양한 민간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의 현실 적합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충북대에서 이번 회의가 열렸어야 했는지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하나의 특징은 회의 장소가 충북대라는 점"이라며 "기존에는 주로 세종청사나 서울청사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었는데, 충북대를 이번에 택한 이유는 지방 발전, 지역 인재 육성을 포함한 지방시대와 연계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대통령의 의지라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MZ세대인 충북대 학생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어 청년일자리, 지역인재 육성 등의 고민과
[충북일보] 충북도가 청주 오송과 오창, 진천, 음성, 충주를 연결하는 서부축 고속화도로 건설을 추진하기 위해 첫 발을 내디뎠다. 이들 지역을 직접 잇는 도로망을 구축해 바이오, 방사광가속기, 배터리, 수소연료 등 도내 핵심 산업을 연계 발전하고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도는 최적의 노선을 찾아 경제성 분석과 논리 개발 등을 통해 이 사업을 국가계획에 반영시켜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16일 도에 따르면 '충북 서부축 고속화도로 타당성 검토 및 논리 개발'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국립한국교통대학교 산학협력단이 학술 용역을, 외부 전문기관이 기술 용역을 각각 맡아 진행한다. 기간은 착수일로부터 12개월이며 내년 6월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도가 이 도로 건설에 나선 것은 충북 서북부 지역을 연결하는 도로가 없어서다. 이 때문에 물적·인적 교류와 전략 산업의 연계 육성 등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교통 정체 해소와 간선 기능 확보가 필요한 것도 이유다. 서북부 지역은 대규모 개발로 교통 수요와 광역 이동 통행량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는 오송생명과학단지, 오창일반산업단지, 충북혁신도시, 충주기업도시 등이 들어섰다. K-바이오 스퀘어와 국가산업
◇22대 총선 당선인 인터뷰 - 증평·진천·음성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부족한 사람에게 다시 한번 중임을 맡겨주신 군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총선 승리는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약속드린 미래 비전을 군민들께서 선택하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재선에 성공한 임호선(61)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증평·진천·음성)은 겸손한 자세로 소통하며 어려운 민생부터 확실히 챙겨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총선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강력한 경고"라며 "서민경제를 살피지 못하고 국정운영을 독단적으로 하며 과거로 퇴행하려는 정부에 브레이크를 잡으라는 민심이다. 제1야당으로서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적극 따르며 민생해결과 지역발전에 책임감을 갖고 임하겠다"고 앞으로의 의정활동에 대해 설명했다. 22대 국회에서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활동을 원하고 있다. 임 당선인은 "저는 농촌에서 태어나 자라왔고 현재도 농촌에 살고 있다"며 "지역적으로도 증평·진천·음성군이 농촌이기에 누구보다 농업농촌의 현실을 잘 이해하고 농민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농촌의 현실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임 당선인은 "농촌이 어렵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