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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9.05.14 18:44:05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임승빈

시인·청주대 교수

선생님, 내 마음의 자리 나는 스승이 아니다. 스승은커녕 나는 선생도 아니다. 그냥 교사다. 그것도 한참 모자란 교사다. 30년을 교직에 있었지만, 특별히 학생들을 잘 가르친 기억이 없다. 젊어서 잘 가르쳐야겠다는 열정이 넘친 적은 있지만, 방법을 잘 몰라서 심한 체벌로 교장선생님께 심한 꾸중을 들은 적도 많았다.

늘 박봉에 불만이 많았고, 내가 좋아서 수업은 열심히 했지만,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는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았다. 수업뿐만 아니라, 어떻게 학생들을 사랑해야 하는지도 잘 몰랐다.

대학에 와서도 마찬가지였다. 연구와 강의를 병행해야 한다는 핑계로 중등에 있을 때보다도 더 학생들과 가까이 지내질 못했다.

며칠 전부터 멀리 있는 제자들로부터 몇 통의 전화가 왔다. 대학원생들도 몇 연구실을 다녀갔다. 오늘이 스승의 날이라고 쨤을 내서 나름의 선물을 들고 찾아왔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졸업생이나 대학원생들의 내방이 자발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의례적이고 의무적인 것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는 평소 그들에게 특별히 해준 것이 없었으니까.

오늘은 오전 10시에 학부생들이 가슴에 꽃을 달아주고 기념식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나는 그 기념식이라는 게 싫다. 학생들 앞에 서서 가슴에 꽃을 달고 그들이 <스승의 은혜>를 듣는 것처럼 쑥스럽고 어색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나의 은사님들을 떠 올린다. 내게도 나를 가르쳐 주신 많은 은사님들이 계시다. 그러나 나는 그 많은 선생님들을 바쁜 일상 속에서 언제나 잊고 살았다. 그런 내가 선생이라고 학생들이 달아주는 꽃을 가슴에 달고 그들이 부르는 노래를 듣는 것이 어찌 쑥스럽지 않으랴.

며칠 전 중학교 때 은사님들을 모시고 사은의 자리를 갖는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다른 일정 때문에 참석을 포기했다. 그러고는 못 간다는 연락조차 하지 못했다. 또 얼마 전에는 우연히 초등학교 5학년, 6학년 2년이나 담임을 하셨던 은사님이 상처를 하셨다는 소식을 접하고도 아직 찾아뵙질 못했다. 왜냐하면 한동안 찾아뵙지 못해 소식이 끊긴 뒤라 전화번호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가 어찌 바람직한 선생이라고나 할 수 있겠는가. 내가 어찌 선생이라고 학생들에게 꽃이라도 받을 수 있단 말인가.

무엇보다도 선생님은 마음자리이어야 한다. 지식을 가르쳐 전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언제나 찾아가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그렇게 넉넉한 마음자리이어야 한다.

내 어머니 젊었을 때 얘기다. 속상하는 일이 있으면, 유난히 몸이 비대했던 당신은 나를 앞세워 할머니 산소를 찾아가곤 했다. 그리고는 나를 아랑곳 않고 산소 앞에 엎드려 소리 내어 울곤 하셨다. 그리곤 그때마다 하는 말씀이··참 잘 울었다··였다. 그러니까 내 어머니에겐 당신 시어머니의 산소가 마음자리, 곧 속상한 마음을 풀어내는 자리였다.

내게도 그런 마음자리로서의 은사님이 계셨다. 학점은 되게 짜게 주셨으면서도 후배들에게는 언제나 나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나의 취업에 대해서도 나 자신보다도 더 적극적이셨다.

강사시절이었다. 명절이라고 선배 한 분과 함께 과일 한 상자를 들고 찾아간 내게 당신은 소주나 한잔 하자고 하셨다. 소주 몇 잔을 들이 킨 후에 아무래도 자리가 불편한 나는 다른 일정이 있다고 거짓 말씀을 드리고 일어났다. 그러자 선배가 나를 데려다 주고 오겠다고 함께 일어섰다. 내가 괜찮다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집에 도착하자 선배는 트렁크에서 과일과 쇠고기를 꺼내 내게 주면서 말했다.

"강사 주제에 돈 쓴다고 걱정하셨어. 그리고 정작 과일과 고기가 필요한 것은 부모님 모시고 사는 임 선생이라고 은사님이 미리 준비해 두셨던 거야."

그 은사님을 나는 참 오랫동안 마음자리 삼아 살았다. 괴로울 때나 슬플 때나 찾아가 괴롭혀 드리곤 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은사님은 언제나 지혜로운 말씀으로 나를 위로하셨다.

그런데 요즘은 나도 머리가 컸다고, 나도 이제 내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한동안 찾아뵙질 못했다.

그러니 내가 어찌 내 학생들에게 참된 선생일 수 있는가. 더 늦기 전에 나도 빨리 찾아뵙고 선생, 아니 사람노릇 좀 하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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