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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3.13 17:00:18
  • 최종수정2023.03.13 17:00:18
[충북일보] 김영환 충북지사의 SNS 글 한 줄이 일파만파다. 연일 야당과 시민사회의 분노를 유발하고 있다. 급기야 김 지사가 법적으로 맞서는 분위기다. 반어법이 불러온 예상치 못한 결과다.

*** 대중적 언어로 소통해라

김 지사는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줄 글을 올렸다. 재목이 '내 무덤에도 침을 뱉어라'였다. 정부의 강제징용 피해자 제3자 변제 방안을 옹호하는 내용이다. 이 글 속에 '나는 기꺼이 친일파가 되겠다'라는 문장이 등장한다. 전체 내용은 삼전도의 굴욕을 빗댄 실리의 강조다. 관념론에 대한 비판이다. 하지만 야당은 이 문장을 망언으로 지목했다. 김 지사는 즉각 반박했다. 앞뒤 전후 맥락을 무시한 흠집 내기로 규정했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여당 흠집 내기로 판단했다.

화법엔 여러 가지가 있다. 반어법도 그 중 하나다. 반어법은 문학 표현에서 종종 쓰인다. 물론 일상에서도 흔히 쓰인다. 예를 들어 예쁜 아기를 '참 밉게도 생겼지'라고 표현한다. '우리 똥강아지'라고 하기도 한다. 미운 사람에겐 '야, 너 참 잘났다'라고 한다. 동작이 느린 사람에겐 '넌, 어쩌면 그렇게 빨라'로 표현하기도 한다. 반어적 표현은 진술 자체에 모순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겉으로 표현한 반대의 말과 글이 속뜻을 전달할 수 있다. 의사와 의도 전달에 문제가 없다. 역설은 좀 다르다. 앞말과 뒷말이 상호 모순이다. 때론 이율배반적으로 결합해 있다. 흔한 예를 들면 '불행 중 다행' '즐거운 비명' '찻잔 속의 태풍' '소리 없는 아우성' '차가운 여름' '뜨거운 겨울' '찬란한 슬픔' '상처뿐인 영광' '패배한 승리' '작은 거인(巨人)' 등이 있다. 물론 역설의 구조가 반어와 비슷하다. 그래서 학술적으로는 역설법을 반어법에 넣기도 한다.

어쨌거나 반어와 역설의 효과는 강한 전달이다. 문제는 오해다. 김 지사의 문장도 오해를 살만 했다. 문장 자체로만 보면 사달이 나기 십상이다. 반어법으로 전체 내용을 휘감기에 부족했다. 진의를 전달하는데 충분하지 못했다. 결국 반어적 문장을 통한 소통이 실패한 꼴이 됐다. 반어는 종종 현장에서 더 설득력이 있다. 글에선 특히 더 효과를 발휘하곤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양해되지 않고 막말과 망언으로 대서특필됐다. 김 지사의 문장은 다소 정치적이었다. 공격자들의 먹잇감이 되기에 충분했다. 김 지사는 충북도를 책임지는 도백이다. 한 마디 한 마디가 고뇌의 산물이어야 한다. 경박한 도백으로 각인돼선 안 된다. 말에 관한한 언론은 완벽한 실수를 하지 않는다. 김 지사의 친일 논란 문장의 의도가 뭔지는 안다. 김 지사가 친일을 할 리도 없다. 다만 김 지사의 발언이나 해명은 일반 대중의 분노를 사기에 안성맞춤이다.

별다른 대안은 없어 보인다. 김 지사 스스로 대중적인 언어로 소통해야 한다. 그래야 잘 만들어진 정책을 대중에게 진의대로 전달할 수 있다. 언론은 결코 사실에서 벗어나 공격만 해대진 않는다. 언론이 사회를 압도하면 받아들여야 한다. 언론의 지적을 심사숙고해야 한다. 문학적 수사는 아무데서나 하면 안 된다. 김 지사는 지금 문인이기 전에 충북도의 수장이다. 행정가다. 의미나 개념이 모호하거나 추상적이면 안 된다.

*** 현란한 수사엔 오해 많아

문학은 기본적으로 언어예술이다. 창작은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다. 반어와 역설, 상징과 비유 등 모든 수사법이 총동원된다. 문학작품을 창조하는 문인을 '언어의 연금술사'로 부른다, 그 이유는 온갖 화려한 단어로 문장을 만들기 때문이다. 문학작품이 '언어의 보고'인 까닭도 여기 있다. 그만큼 문학작품 속에는 신선한 언어가 많다. 기상천외한 표현도 넘쳐난다.

하지만 현실의 일상 언어는 다르다. 반어나 비유보다는 직설적 표현이 많다. 현란한 수사는 자칫 오해를 부르기 쉽다. 사실의 왜곡을 부를 수 있다. 김 지사의 SNS 글 파장도 다르지 않다. 때와 장소에 맞지 않았다. 반어적 표현이 되레 김 지사의 의도를 왜곡시켰다. 해석의 오류를 불러왔다. 말이란 '아' 다르고 '어'가 다르다. 문장의 쉼표 유무에 따라 뜻이 달라지기도 한다. 특히 반어를 쓸 때는 여러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표현 자체의 비정상적인 요소까지 참작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해가 되지 않을까도 고려해야 한다. 세상은 왼쪽과 오른쪽 두 눈으로 함께 봐야 한다. 김 지사도 마찬가지다. 일방적 동의나 환호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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