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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11.20 16:22:42
  • 최종수정2019.11.20 16:22:42
[충북일보] 평소 좋아하던 성석제 작가를 처음 만난 건 지난 14일 저녁 국립세종도서관에서였다.

그는 도서관측이 개설한 시민 대상 강좌에서 '인공자연의 미학, 소설의 숲'이란 주제로 90여분간 강연했고, 필자는 들었다.

이문열 대작가와 마찬가지로 달변은 아니었다.

강연 내용이 미리 배포된 자료와 달랐기 때문일 수 있겠지만, 중간에 가끔 말이 끊기기도 했다.

하지만 34년째 작가 체험을 바탕으로 진행한 진솔한 강연에 대다수 청중은 공감하는 듯했다. 끝난 뒤 "유익했다"라고 말하자 옆자리에 있던 도서관 직원은 "김훈 작가도 마찬가지"라고 화답했다.

1985년 11월 7일 서울 서소문에 있는 모 신문사에 처음 출근했으니,이제 기자 생활 35년째를 맞는다.

그런데 '말 잘하는 사람'을 싫어하는 어려서부터의 습관은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다. 글 쓰기보다 말 하는 실력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말 잘 하는 사람 중 '언행일치(言行一致)'인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던 게 주원인인 것 같다.

각종 붓글씨 대회에서 상을 휩쓸었던 시골 초등학생 시절, 내 방 벽에는 율곡의 자경문(自警文) 11개 조 가운데 2조인 '과언(寡言)'을 서예 작품으로 만들어 걸어 놓기도 했다.

"마음이 안정된 사람은 말이 적은 법이니, 마음을 안정시키려면 말을 적게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

'말'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그런데 옛날과 달리 요즘의 말은 방송이나 인터넷·SNS와 같은 첨단 매체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즉각 널리 전파된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사람들이 내뱉는 '무책임한 말'로 인해 사회 갈등이 나타나는 게 큰 문제다.

올해 우리 '조국(祖國)'을 뒤흔든 대표적인 사람이 '조국(曺國)'이었다는 주장에 토를 달 사람은 거의 없을 듯하다.

그는 우선 독특한 이름으로 인해 대중에게 어필했다. 한 포털사이트 인물정보에서 '조국'을 검색하면 단 1명이다. 필자를 포함해 동명이인이 18명이나 되는 '최준호'와 너무 차이가 난다.

빼어난 외모에 말 솜씨까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은 그는 지난 2010년부터 3년 연속으로 모 보수언론사로부터 ' 2020년을 빛낼 대한민국 100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동안 조 씨가 쏟아낸 수많은 말 가운데 대부분은 행동과 일치되지 않는 '궤변(詭辯)'이었음이 드러났다.

대표작 사례로 그는 2017년 3월 22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말을 문자로 남겼다. "피의자 박근혜,첩첩이 쌓인 증거에도 '모른다' '아니다'로 일관했다. 구속영장 청구할 수 밖에 없다. 검찰, 정무적 판단 하지 마라."

올해 10월 4일 법무부장관 당시 출근 길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제 가족은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막상 피의자로 검찰에 소환되자 수능시험일(11월 14일)을 골라 몰래 검찰에 출두한 그는 묵비권을 행사, '조국스럽다'는 말을 더욱 유행시켰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기로는 임기 후반기를 맞아 19일 저녁 MBC-TV를 통해 '국민과의 대화'를 한 문재인 대통령도 조씨에게 뒤지지 않을 것 같다.

문 대통령 취임사 중에서도 역사에 남을 명문장은 바로 이 부분이다.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하지만 누가 이 약속이 "제대로 지켜졌다"라고 주장한다면 소도 웃지 않을까.

'혹시나'하고 오랜만에 튼 MBC 채널은 '문재인 팬 미팅'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내년 국회의원,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말 잘 하는 후보를 경계하자. 대신 말은 잘 하지 못하더라도, 자신이 하는 '참말'을 제대로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을 정치 지도자로 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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