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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때 청주성을 탈환했던 의병승장 영규대사의 수행사찰로 유명한 충남 금산의 보석사(寶石寺)에는 해학 넘치는 화장실 이름이 눈에 띈다. 화장실 입구에 큰 글자의 한문으로 ‘다불유시(多不有時)’라고 적어 놓았는데, 처음에는 심오한 경구(經句)의 내용인 듯싶어 한참동안 해석해 보는 이도 있단다. 알고 보면 화장실을 뜻하는 영어 약자 ‘W.C’를 소리음으로 적은 것이다. 영어를 한문으로 바꾸어 놓은 주지스님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곳이다.

대개 절 집에서는 화장실을 해우소(解憂所)라고 부른다. 해우소란 ‘근심을 푸는 곳’이라는 뜻. 생리적인 근심을 해결하는 화장실의 기능을 이 보다 더 적절하게 표현한 단어가 있을까. 물론 이 말은 불교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용어가 아니었다. 원래는 서정(西淨), 동사(東司), 정랑(淨廊), 변소(便所) 등으로 써왔는데, 근래에 들어 해우소라는 말을 널리 부르게 되었다.

그렇다면 해우소라는 명칭을 처음 사용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사찰 화장실에 해우소라는 이름을 처음 붙인 인물은 통도사 극락암에 주석하셨던 경봉선사(1892~1982)로 알려져 있다. 한국전쟁이 끝났을 무렵 당시 극락암의 조실이었던 경봉스님은 두 개의 나무토막에 붓으로 해우소(解憂所)와 휴급소(休急所)라고 적었다. 그런 다음 큰일을 보는 곳에 해우소라고 적힌 명패를 걸었고, 소변보는 곳에는 휴급소를 달았단다. 휴급소는 급한 것을 쉬어가는 곳이라는 의미다.

이후 극락암을 찾는 스님들과 신도들이 문패를 보고 설왕설래 말이 많아질 때 경봉스님은 어느 날 법문을 통해 그 속에 담긴 뜻을 전했다.

“우리 극락암 정랑에 갔다가 사람들이 팻말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려. 그리고 저마다 한 소리를 해. 이 세상에서 가장 급한 것이 무얼까? 내가 알기로는 세상에서 가장 급한 일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는 일이야. 그런데도 중생들은 화급한 일은 잊어버리고 바쁘지 않는 것을 바쁘다고 해. 내가 소변보는 곳을 휴급소라 한 것은 쓸데없이 바쁜 마음을 그 곳에서 쉬어가라는 뜻이야. 그럼 해우소는 무슨 뜻이냐. 뱃속에 쓸데없는 것이 들어 있으면 속이 답답하고 근심 걱정이 생기지. 그것을 다 버리는 거야. 휴급소에 가서 급한 마음 쉬어가고, 해우소에서 근심 걱정 버리고 가면 그것이 바로 도 닦는 거야.”

해우소에 관한 명쾌한 해석과 가르침이 아닐 수 없다. 일상의 생리 행위와 그 공간을 도(道) 닦는 일로 승화시킨 선사의 안목도 뛰어나거니와 근심과 걱정을 비우는 일이 최상의 행복이라고 말씀하신 중도법문(中道法門) 또한 탁월하다. 우리네 마음에 근심과 걱정이 남아 있다면 원앙금침이 무슨 소용이며, 산해진미가 어찌 위로가 되겠는가. 이런 점에서 일상으로 버린다는 것은 집착하지 않는 연습을 하라는 뜻이다. 날마다 배설하듯 욕심과 근심을 비워버린다면 그 자리가 극락이고 천국일 것이다.

어쨌거나 경봉선사 사용했던 휴급소는 잊어지고 말았지만 해우소라는 명칭은 사찰뿐 아니라 일반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는 대중용어가 되었다.

이 외에도 화장실을 의미하는 이름이 많다. 중국 선종의 칠당가람(七堂伽藍)에서도 화장실은 필수건물이었는데 북쪽에 있으면 설은(雪隱)이라고 불렀다. 이는 중국 송나라 때 명각이라는 스님이 설은사의 화장실 청소를 도맡아 했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사람들이 그를 ‘설은사 변소의 화상(和尙)’이라는 별명으로 불렀는데 그 때부터 설은이 화장실을 지칭하는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화장실을 한가하게 지내는 곳이라는 뜻에서 한소(閒所)라고 부르며, 프랑스에서는 변기 모양을 빗대어 구멍 뚫린 의자라고 하며, 이탈리아에서는 단정한 몸가짐의 방이라고 하고, 유럽과 미국에서는 여유롭게 상념에 잠긴다고 하여 시인의 자리라고 부른단다. 또 어떤 이는 화장실을 1.5평의 작은 우주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아무런 시비도 없고, 체면도 벗어놓을 수 있는 화장실이야말로 진정한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 인간이 일생 중 화장실에서 보내는 평균 시간은 남자는 291일, 여자는 376일이라고 한다. 달리 말하면 이 시간은 모두 뱃속의 근심을 해결하기 위한 기간에 해당될 것이다. 이렇게 주어진 시간을 통해 우리 인생에서 급한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한다면 진정한 해우소의 가르침을 삶 속에서 적용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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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