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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공원 '속죄의 나무'를 아십니까

김홍은 교수, 수감자에 받은 돈으로 식재
올해로 수령 38년째 맞아

  • 웹출고시간2014.05.15 19:53:17
  • 최종수정2014.05.15 20:16:02
1982년, 겨울이 막 시작되려는 늦은 가을이었다. 당시 충북대학교 임학과에 재직 중이던 김홍은 교수에게 청주교도소로부터 강의를 부탁한다는 연락이 왔다. 이른바 죄수들의 교화교육이었다.

교도소 강당에 모인 150여명의 죄수들 앞에서 김 교수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화전민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과거 충북대학교 연구림이었던 월악산의 산감으로 일할 당시의 경험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강의를 마치고 난 후, 맨 앞줄에 있던 죄수 한 명이 벌떡 일어나더니 성큼성큼 김 교수를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더구나 손에는 무엇인가를 꽉 쥐고 있는 상태였다. 전혀 예상치 못하고 순식간에 발생된 일인지라 김 교수는 무척 당황했다. 그때 주변에 있던 교도관들이 외치기 시작했다.

김홍은 교수가 38년 전 수용자로부터 받은 1만원으로 구입해 청주 상당공원에 심은 느티나무를 바라보고 있다.

"785번, 당장 그 자리에서 멈추지 못할까!"

교도관의 외침에 죄수는 발걸음을 멈추고 말없이 손에 쥐고 있던 물건을 펼쳐 보여주었다. 영치금 3만원이 든 저금통장이었다. 죄수는 교수를 향해 외쳤다.

"지금 제가 갖고 있는 전 재산입니다. 교수님 강의 덕분에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게 되었습니다. 제가 속죄하는 마음으로 이 통장의 만원을 드리고 싶습니다."

김 교수는 거듭 사양했지만, 죄수의 표정이 너무 진지하고 간절해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로부터 그에게 받은 만원을 어떻게 사용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뭔가 의미 있는 일에 쓰고 싶었던 것이다. 고심을 거듭한 끝에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나무를 사서 심기로 했다.

마침내 봄이 오자, 김 교수는 묘목장에서 6년생 느티나무 두 그루를 구입해 청주시청 산림녹지과 후배와 상의해서 볕이 잘 드는 상당공원 한쪽에 두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나무를 심은 지 몇 달이 지나자, 만원을 주었던 그 죄수가 퇴소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해 5월 초 새벽, 출소하는 그를 찾아가 반갑게 해후한 김 교수는 말했다.

"자네에게 보여줄 것이 있네."

김 교수는 그 길로 상당공원에 있는 두 그루의 나무를 보여주었다.

"자네가 준 만원으로 올 봄에 심은 두 그루의 나무일세. 앞으로 살아가면서 삶이 힘겨워 화가 날 때면 이 나무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스리게. 자네의 속죄의 마음이 담긴 이 나무가 그때마다 견디어 낼 용기를 줄 걸세."

그는 두 그루의 느티나무 앞에서 한참을 울다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갔다.

이런 사연을 간직한 두 그루의 느티나무는 지금 상당공원에서 푸른 잎을 무성히 드리운 채, 둘레가 한 아름이 넘는 큰 나무로 자라나 오가는 시민에게 휴식처가 되어 주고 있다. 올해로 벌써 수령 38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그 나무의 이름은 '속죄의 나무'다.

지금 상당공원의 나무들이 풍광은 수려하나, 그 안에 담겨진 이야기는 별반 알려진 것이 없다. 외국을 여행하다보면 대수롭지 않은 소재라도 정성껏 계발해서 스토리텔링화하는 안목에 감탄하곤 했다. 우리 청주시도 상당공원에 아름드리나무로 성장한 '속죄의 나무'를 널리 홍보하여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면 좋겠다.

훗날, 무수한 세월이 흐르면 이 '속죄의 나무'에 얽힌 이야기는 전설(傳說)로 남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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