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구름조금충주 17.0℃
  • 맑음서산 18.6℃
  • 맑음청주 18.1℃
  • 맑음대전 18.5℃
  • 구름조금추풍령 19.0℃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홍성(예) 18.0℃
  • 맑음제주 21.3℃
  • 맑음고산 18.8℃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제천 17.2℃
  • 구름조금보은 17.3℃
  • 구름조금천안 17.8℃
  • 맑음보령 18.9℃
  • 맑음부여 18.7℃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적십자 청나봉사회' 희망풍차가 돈다

봉사자·어르신 어울려 '뚝딱뚝딱' 구절판 요리
자식같은 봉사회원 덕분 나눔이 곧 행복 '깨우침'

  • 웹출고시간2014.02.13 21:04:13
  • 최종수정2014.03.13 16:03:51
바람이 불면 풍차는 돌아간다. 추운 한겨울, 따뜻한 바람을 일으키는 풍차가 생겨났다. 바로 대한적십자에서 만든 '희망풍차'다. 희망풍차란 우리 주변의 소외된 어린이, 어르신, 다문화가족, 북한이주민을 위한 대한적십자사의 새로운 희망심기 캠페인이다. 적십자사 전문봉사원 2명이 매주 1회 이상 어려운 가정을 방문하여 반찬전달, 목욕봉사 등의 기본서비스는 물론, 각 대상자에게 필요한 도움(의료, 주거개선, 교육, 기초생활)을 더 제공해 주는 맞춤형 통합서비스다.

지난주 청주 휴암동 적십자사 식당에서 청나봉사회원들과 함께 요리 솜씨를 발휘한 할머니들이 손수 만든 구절판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주, 희망풍차가 돌아가는 현장은 청주 휴암동 적십자사 식당이었다. 적십자사 문을 열고 복도를 따라 가다보니 구수한 냄새가 늦은 오후의 식욕을 자극한다. '청나봉사회'에서 독거노인 세 분을 모시고 특별한 음식을 대접하려는 것이다. 바로 구절판 요리다. 완성된 음식을 그대로 드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구절판 요리를 만든다. 노인들과 봉사자들이 함께 어울려 직접 음식을 만들고 맛보며 흥겨운 잔치 분위기를 안겨드리고 싶었던 것이다.


청나봉사회 류미향(49)회장은 "홀로 집에서 있는 어르신들은 만들어진 음식을 대접받기 보다는 젊은 봉사자들과 몸으로 부딪히며 직접 음식을 만드는 것을 좋아합니다."라고 말한다. 구절판을 만드는 식당에는 콩기름으로 호박, 당근, 쇠고기를 볶는 냄새가 고소하다. 명절날처럼 시끌벅적하다. 오늘의 요리는 구절판이다. 구절판(九節板)은 아홉으로 나누어진 목기로 여기에 아홉 가지 재료를 담았다고 해서 그릇 이름 그대로 구절판이다.

한쪽에서는 밀가루를 물에 개어 종이처럼 얇게 부치고 구절판의 중앙 칸에 맞도록 둥근 모양으로 만든다. 봉사자들이 가늘게 채를 썬 쇠고기를 양념하여 볶으면 할머니는 달걀을 황백으로 나누어 알지단을 부쳐서 식힌 다음에 곱게 채친다. 다른 쪽에서는 애호박채를 소금에 잠깐 절였다가 꼭 짜서 기름에 볶는다. 불려놓은 표고와 석이버섯을 채쳐 양념하여 각각 볶는다. 구절판의 가운데 칸에는 밀전병을 서로 떼기 좋도록 사이사이에 실백을 두어 개씩 넣어 담고, 가장자리에는 준비해 둔 나머지 재료들을 색을 맞추어 소복하게 담고, 잣가루를 위에 뿌린다.

운천 주공에 사는 정민경(가명, 82)할머니는 "이들이 딸보다 더 좋아. 혼자 있다 보면 심심하잖아. 그런데 이렇게 데려와서 같이 음식도 만들고 나누니 재미있어."라며 활짝 웃는다. 창밖 햇살이 웃고 있는 할머니 뺨 위에 내려앉는다. 행복한 풍경이다.

완성된 구절판은 형형색색 색깔도 곱다. 여기저기 웃음소리가 터지고, 떠들썩하다. 지난 설, 홀로 외롭게 지내야했던 독거노인들은 가슴이 한꺼번에 환해진 것만 같다. 음식을 서로의 입에 넣어주며 마음을 나눈다. 여덟 가지 재료를 밀전병에 담은 구절판을 한입에 넣다가 할머니 한 분이 눈물을 보인다.

"작년에 제천 청풍호에 봉사자들과 함께 갔었어. 거기서 모노레일을 탔는데, 어찌나 좋았던지, 이런 것도 한 번 못타보고 죽었으면 어쩌나 생각했다니까요· 지금도 너무 좋아."


서명숙(76, 신봉동)할머니는 눈시울이 붉어지며 "산다는 것이 뭐 별거 있나· 이렇게 작은 일에 감사하면서 사는 것이 인생이지. 오늘 너무 고맙고 즐거웠어."라고 말한다. 내년이면 구순(九旬)을 맞이하는 홍영창(89)할머니는 작년 폐지를 주워 모은 10만원을 사랑의 공동모금회에 아낌없이 기부하기도 했다. 매일 하루 천원도 되지 않는 폐지를 모아 마련한 돈이었다. 홍영창 할머니는 "난 평생 누구에게 주는 것을 모르고 살았어. 하지만 가족처럼 수시로 찾아와 행복을 안겨주는 봉사회원들 덕분에 깨우침을 얻었지."라며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베푼다는 것은 나도 행복해지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이 사람들은 보통 사람이 아니야. 구세주예요. 구세주!"라고 말한다. 그때 원종연 고문이 한마디 한다.
기사제공:뉴시스(http://www.newsis.com)
"아이고, 할머니. 구세주는 사람한테 붙이는 말이 아니에요. 우리가 무슨 구세주야. 그냥 친구고 딸이지!"

친구면서 딸이라는 말에 두 손을 꼭 잡는 홍영창 할머니다.

"할머니, 이것 좀 드셔보세요."

"아니야. 고생들 하셨는데 어여 많이들 들어."

따뜻한 희망풍차가 한겨울 따듯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