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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구

농협중앙회 충북지역본부 농촌지원팀장

한식의 세계화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우리 전통음식을 외국에 널리 알리고 이를 상품화 하자는 좋은 의도로 보인다. 외국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우리 음식으로 김치, 불고기, 비빔밥, 떡볶이 등 몇 가지가 떠오른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은 따로 있다. 그건 바로 밥이다. 그렇지만 한국의 대표음식으로 밥을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밥이 너무 보잘 것 없는 음식이라서? 아니다. 한국인들에게 밥은 마치 물이나 공기처럼 너무나 당연하고 친숙하기 때문이다.

"식사 하셨어요?", "밥 한 번 먹자!"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인사말이다.
 
요즘 젏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세끼 모두 밥만 먹는 것을 지겹게 생각하거나 신세대답지 못한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또한 사회적으로도 쌀농사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낙후된 산업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밥걱정 없이 지내게 된 것이 불과 40~50여 년 남짓함을 생각하면 참 놀랍다.
 
우리 부모님 세대만 해도 쌀밥에 대한 시각은 단순한 한 끼 식사의 의미를 넘어서 있다. 그것은 부귀영화나 성공한 삶을 의미했다. 소위 출세한 사람들의 호강스런 삶을 흰 쌀밥을 실컷 먹고 산다고 표현했다.
 
훨씬 잘살게 된 오늘날에 와서 가난했던 옛날만 생각하며 밥을 소중히 여기라고 하는 것은, 풍족하게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별로 설득력이 없고 외면당할 수도 있을 것이나, 넘쳐 나는 인스턴트식품이나 외래음식보다 밥을 별 볼 일 없는 음식으로 폄하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 민족이 언제부터 벼농사를 시작했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청주시 인근의 옥산면 소로리에서 발견된 볍씨가 1만 3천년 전의 것이라 하니 까마득히 오래 전부터 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문화에 대한 학문적 정의는 잘 모르겠으나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의·식·주를 해결하는 방법들이 오랫동안 반복되면서 각 민족의 고유한 문화로 진화하지 않았나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이중에서도 식(食), 즉 먹거리를 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을테니 농사를 지어 벼를 수확하고 밥을 지어 먹은 것에서 우리 문화가 시작되었다고 해도 될 것 같다.
 
국가나 민족의 흥망성쇠는 그들의 문화와 매우 밀접하다. 대제국이었던 로마는 그들의 문화가 사치와 향락에 찌들어 퇴폐적으로 변질되면서 멸망의 길로 접어들었고,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정복했던 몽골제국의 영광도 타민족의 화려한 문화에 젖어 안락을 추구하면서 빛을 잃기 시작했다. 거친 초원의 바람을 헤치며 말을 달리는 것, 그것이 유목민족 몽골인들의
뿌리였기에 뿌리를 외면한 번영이 지속될 수 없었을 것이다.
 
밥을 먹는 것은 우리 문화를 먹는 것이다. 한국 사람은 한국의 문화를 먹어야 한다.이것이 우리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는 것이다. 경제적 가치만 중시하여 쌀농사를 소홀히 여기는 것은 살림이 넉넉해졌다고 밥보다 몸에 좋은 보약만 먹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쌀 소비는 계속 줄어드는데 값싼 수입쌀마저 시장에 나돌고 있다. 쌀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어려움은 좀처럼 호전될 기미가 없다.그런데 쌀을 사 먹는 도시소비자들이 무심히 지나치는 점이 있다. 그것은 쌀값에 크게 신경 쓰며 사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쌀 값 안정이 도시민들의 살림살이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고 있는지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에 국제 원유가 인상처럼 빈번하게 쌀값이 오른다는 소식이 전해진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기름 값 인상 소식보다 훨씬 큰 여파가 미칠 것 이다. 많은 이들이 쌀을 사재기 하려 할 것이고 나아가 여타 생필품에까지 영향을 미쳐 혼란은 전쟁을 방불케 할 것이다. 지나친 억측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농산물 수입개방에 대한 찬반논쟁에서 국익과 경제발전에 보다 큰 도움이 되는 공산품 수출을 위해 어느정도 농업분야의 희생을 감수해 야 한다는 주장에 상당한 힘이 실리고 있음을 생각한다면 전혀 지나치지 않다. 지금 우리가 가진 쌀의 생산기반이 값싼 수입쌀과 농업을 경시하는 경제논리로 인해 훼손된다면 장래에 우리가 치를지도 모르는 대가는 생존을 담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쌀 생산기반 유지라는 커다란 짐 을 농업인들에게만 지우는 것은 너무 가혹하며, 정부는 물론 국민 모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선진국은 모두 농업강국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 농업농촌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농촌에서 나고 자라 20여 년 넘게 농협을 다니다 보니 쌀 소비가 크게 늘고 나아가 우리 농업이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밥 잘 먹어야 건강 하다는 말을 길게 늘어 놓았다. 그럼에도 어릴 적 군것질을 하고 싶어 투정을 부릴 때마다 어른들께서 꾸짖으며 던지시던 한 마디에 비해 밥을 귀하게 여기는 옹골진 마음은 한참이나 떨어진다. "밥이 보약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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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