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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이 찾아온 내 인생의 봄날

고아 출신 이용묵씨 "올해 많은 것 이뤄"
10년 미룬 결혼식·딸 출산·집 마련 성공

  • 웹출고시간2009.12.30 18:28:31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청주시 흥덕구 환경미화원 이용묵 씨가 흥덕구 휴암동 푸르미공원 내 재활용센터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 임장규 기자
날씨가 차다. 몇몇 사람들이 얼어붙은 손을 입김으로 녹이며 바쁜 걸음을 재촉한다. 하지만 아직은 이른 시간이다. 30일 오전 6시. '부릉부릉' 트럭소리가 잠들어 있는 골목을 깨운다.

"출발!" 40대 초반 남자의 우렁찬 목소리가 아침을 알린다. 그는 "일하다보면 땀이 나 추운 줄도 모른다"며 "오히려 아침 공기를 마셔 건강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내일이면 마흔 두 살이 되는 이용묵 씨. 그는 청주시 흥덕구청 소속 환경미화원이다. 지난 2007년에 입사했으니 올해로 3년 째 거리를 청소하고 있다.

이 씨는 고아 출신이다. 5살 때까지는 부모님이 곁에 있었지만 사고와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솔직히 말해 그 때가 5살인지 6살인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단다. 세 살 배기 남동생이 바지춤을 잡았던 기억밖에.

그는 동생과 함께 고향인 음성군 금왕읍을 떠나 청주의 한 보육원에 맡겨졌다. 당시 보육원도 살림이 넉넉지 않았던지라 늘 배고팠다. 가끔씩 보육원 형들에게 맞기도 했다. 왜 맞아야 하는지는 몰랐다. 그냥 때리니깐 맞았다.

서러울 때마다 부모님 사진을 봤다. 빛바랜 사진 속 부모님은 이 씨를 안은 채 웃고 있었다. 낯설었다. 엄마, 아빠의 얼굴은 맞는 데 이상하리 만큼 낯설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 씨는 엄마 손을 잡고 학교에 오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새 학기만 되면 새 신발과 새 옷으로 한껏 멋을 낸 그들이 부러웠다. 보육원 아이들과 같은 학교 친구들의 새 신발을 훔쳐보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새 신발을 신어도 기분이 전혀 좋지 않았다. 언제까지 자신의 신세만 탓할 수 없었다.

"돈을 벌고 싶었어요. 중학교를 마치고 무작정 서울로 갔죠. 보육원 출신 형들 몇 명이 공장에 있었거든요"

5~6년을 나염공장에서 일했다. 월급 15만원을 받아 8만원을 적금에 부었다. 아끼고, 또 아꼈다.

400만원 정도가 모아지자 청주로 다시 내려왔다. 사글세 방 하나를 마련했다. 일 할 곳은 공장밖에 없었다. 햄 공장에서 5~6년을 또 일했다. 그는 "그래도 햄 공장에서 비싼 햄을 실컷 먹어봤다"고 했다.

공장을 몇 번 더 옮기며 전셋집을 마련했다. 그 사이 지금의 부인 신승희(34)씨를 만나 딸(8)을 낳았다. 가족이 생기자 더욱 악착같이 일한 이 씨는 지난 2006년 환경미화원 모집 공고를 봤다. 60세까지 정년이 보장된다는 게 끌렸다.

"보기 좋게 떨어졌어요. 체력시험, 그게 장난이 아닙니다. 1년 동안 다시 준비했죠"

2007년, 그는 월등한 기록으로 환경미화원에 합격했다. 남들은 기피한다는 직업이었지만 '흥덕구'라고 찍힌 유니폼이 그렇게 마음에 들었다.

2009년 한 해는 이 씨에게 평생 잊지 못할 해다. 그 동안 형편이 어려워 미뤄놨던 결혼식을 올렸다. 10여년을 함께해준 부인이 고마워 한없이 울었다. 1월1일자로는 내 집이 생겼다. 20평짜리 작은 집이지만 40년을 고생해 얻은 집이었다. 이 씨는 "그래도 두 달 전 얻은 둘째 딸이 가장 큰 선물"이라고 했다.

이 씨에게 새해 소원을 물었다. 그가 수줍게 웃으며 대답했다. "올 한해 너무 많은 걸 이뤄서 별 다른 소원이 없어요. 딱히 있다면 건강이죠. 가족 모두의 건강"

이 씨는 둘째 딸이 100일 되는 날, 가족사진을 찍을 계획이다. 몇 년을 미뤄놨던 일이다. 이 씨는 "근사한 액자에 담아 벽에 걸어 둘 생각"이라고 했다. 빛바랜 부모님 사진과 함께.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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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