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가 출범한 지 69년, 1961년 5·16 군사정변에 따라 해산의 아픔을 겪다가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열망에 따라 1991년 부활해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했다. 30년을 한자 나이로 보면 이립(而立), 이는 '능(而)히 세울(立) 수 있다'는 의미로 '기초를 세우는 나이', 즉 세상을 보는 눈이 생겨서 도덕적으로도 확고히 된다는 뜻이다. 이립의 해인 올해 1월 12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공포돼 내년 1월 13일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정된 지방자치법은 지방의회의 역량과 책임성 확보, 지방자치단체 행정 효율성 강화, 자치분권 확대를 담고 있다. 주요 골자는 '주민 조례발안제 도입', '주민에 대한 정보공개 강화', '정책 전문인력 도입', '지방의회 사무직원 인사권 독립', '기록표결제도 도입'등 그 동안 지방의회에서 30여 년간 끊임없이 요구해온 지방의회의 현안이다. 자그마치 지방의회의 기초를 닦는데 30년의 세월이 걸렸다. 이는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와 대한민국시도의회운영위원장협의회를 통해 중앙정부와 국회를 설득하고 선대(先代) 지방의회 의원들과 국민들의 염원이 하나가 되어 이룬 성과다. 아직도 지방의회가 주민의 생활현장 속으로 들
마른빨래를 걷어 차곡차곡 접으며 펑퍼짐한 엄마의 바지를 본다. 치마를 입으신 것이 언제일까. 줄무늬 치마를 오래도 입으셨는데 결국 내 손으로 버리고 보라색 원피스는 끝내 버리지 못하고 다시 넣어두고 말았다. 가끔 삶에 지쳐 쉬고 싶을 때 엄마의 품속, 치마폭을 생각하곤 한다. 오늘은 엄마의 주간보호센터를 옮기는 날이다. 친절한 요양사 선생님 덕에 일년여를 큰 걱정 없이 맡길 수 있었지만 내 출퇴근 시간과 맞지 않아 옮길 수밖에 없는 사정이 생겼다. 성격이 우직한 엄마는 옮기기를 원치 않으시는 눈치지만 자식이 옮기자니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신다. 새 주간보호센터를 수소문하러 다니며 오래전 엄마를 모시고 할머니의 요양원을 찾아다니던 생각이 났다. 할머니가 요양원에 계실 때 엄마는 자주 할머니를 보러 가셨다. 비가 오면 비가 온다고,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분다고, 봄이 오면 봄이 왔다고 할머니가 계신 요양병원을 찾으셨다. 장마 소식이 있던 날 엄마는 또 길을 나섰다. 무릎이 좋지 않은 엄마를 마지못해 따라나서며 날 나를 알아보지 못하시는 할머니를 보러 가는 일이 짜증이 나기도 했었다. 할머니는 늘 배가 고프다고 잔뜩 화가 난 얼굴로 간병인에게 욕을 퍼부어댔다.
칠월이 되어 온 사방이 뜨겁게 달궈지더니 며칠 전부터 장맛비가 푸른 어둠 속 장하게 내립니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을 뒤돌아보게 합니다. 때론 분노하고 때론 좌절하고 환희하며 지금껏 잘 살아왔습니다. 살며 하루하루를 잘 지낸다는 게 참 어렵습니다. 가끔씩 장맛비에 진흙을 잔뜩 덮어쓴 것 같아 참 난감하기만 합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비 오는 어둠 속을 헤매는 존재입니다. 누구나 사는 게 다 힘듭니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건지 나이 들수록 더 모르겠습니다. 가끔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것이 의미를 잃어버리고 그냥 세월만 흘러갑니다. 내가 알고 있는 진실은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아주 오래전부터 왜곡돼 지금에 이른 것을 우리는 진실인양 알고 사는 것이겠지요. 그러기에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 그 이면을 보아야 하는 것이지요. 로마 철학자 세네카가 말했듯이 사람이 나이만 든다고 해서 그가 오랜 인생을 산 것은 아니겠지요. 바다를 오랫동안 표류하며 이리저리 밀려다니다 같은 자리에서 빙빙 표류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긴 항해를 마친 사람이라고 말 할 수 없는 게지요.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의 호정리는 본래 청주군 산내이상면의 지역으로서 호연정(浩然亭)이 있으므로 '호연동(浩然洞)' 또는 '호정골'이라 부르다가 줄여서 '호동(浩洞)'이라 했다고 전해진다. 호정이란 지명에 대한 유래로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지기도 한다. "조선 초기의 개국공신인 하륜(河崙)이 이곳의 승경에 매료되어 초가집을 짓고 이 지역에 은거하였다. 어느날 동쪽 봉우리에 올라 지세를 살펴보니 마을이 흡사 배 모양을 한 행주형(行舟形)임을 발견하고 장차 이곳에 큰 수해가 있어 마을이 크게 훼손되리라는 것을 예견하고 급히 산에서 내려와 남산에 돛대를 상징하는 나무를 심어놓고 배를 묶어놓는 닻돌을 마련하였다. 그런 후에 다시 산에 올라가 사방을 살피고 나서 마을을 에워싸고 있는 네 개의 산의 이름을 지었는데 동쪽의 봉우리는 용마산(龍馬山), 북쪽 봉우리는 매봉산, 남쪽 산은 대왕산, 서쪽 산은 선도산(仙到山)이라 하고 북쪽과 동쪽 사이의 낮은 산은 치복산(雉伏山), 그 사이에 있는 계곡을 사냥골이라 한 후 이 산들을 돌면서 사냥을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하륜이 정양을 하고 있던 마을을 하륜의 호를 따서 '호정(浩亭)이라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개국 공신
망연자실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상황이 벌어졌다. 며칠 전 5학년들이 닭장 따밤랜드 앞에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교장선생님, 병아리들이 하나도 없어요." "헉! 뭐라고· 어제도 윤찬이랑 작은 닭장에 7마리 잘 넣어줬는데 무슨 일이니·" 닭장 안에는 하얗고 까만 깃털만 몇 개 널브러져 있을 뿐 어디에도 병아리들이 없다. 아이들은 병아리들과 놀려고 만들어놓은 벤치에 넋을 놓고 앉아 있었다. 이 사단은 5학년들이 새롭게 시작한 프로젝트로부터 출발했다. 닭장에는 수탉 1마리와 암탉 3마리가 주기적으로 알을 낳으며 잘 살고 있었다. 조금은 엉성하지만 안전한 보금자리에서 별일 없이 겨울을 보냈다. 봄이 되자 5학년들은 새로운 일을 도모했다. 한 마디로 닭들의 생활환경 개선과 식구 늘리기 프로젝트였다. 좁은 닭장에 갇혀 하루 종일 지내는 닭들이 불쌍하다며 닭장 뒤 여유 공간에 놀이터를 만들어주겠단다. 아이들은 직접 각목과 그물망을 구입해왔고 쓱싹쓱싹 뚝딱뚝딱 공간 변신 프로젝트를 재미있게 수행했다. 닭장 벽을 뚫어 커다란 터널도 만들었고 멋졌다. 모두들 박수를 보냈다. 다음 날 아침,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렸다. 밤새 누가 닭장을 침범했는지 닭 한 마리가
최근 뉴스를 통해 아동학대로 인해 사망하거나 다치는 아동들의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된다. 아동학대의 위험성이 과거에 비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고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지속적인 아동학대 사건은 바라보는 모든 이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2020년 10월, 아동복지법 및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으로 아동학대 대응의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책임을 강화하는 아동보호체계가 개편됐다. 기존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수행하던 아동학대조사 업무는 시군구 아동학대전담공무원으로 이관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심층 사례관리 전문기관으로서 사례관리의 기능이 강화되었다.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정책을 개편하고 예산을 지원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혼선을 겪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은 아동학대 사건을 통해 시행되는 법에 비해 현장에서 기능하는 매뉴얼과 제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근무하는 필자가 느끼는 아동학대 현장에서의 해결되어야 할 과제를 되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아동 및 가족 중심의 서비스 실천을 위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 전체 아동학대사례 중 75.6%는 가정 내 보호자에 의해 발생
자발적 외톨이라는 당당한 이름표를 마음에 내걸고 지내오던 중에, 몇 번 왕래하며 얼굴을 익힌 어르신이 동대표 선출 공고를 가리키며 말을 거셨다. "여기 죄다 늙은이들만 있으니 젊은 사람이 봉사 좀 해요" 그 말이 부하에게 출전을 알린 황제의 하명처럼 들렸던 모양이다. 자발적 외톨이였던 내가 마음을 고쳐먹고 이왕 할 거면 책임지고 확실하게 하겠다고 입주자대표회장 자리를 떡하니 차지해 버렸으니 말이다. 그 이후로는 배움의 연속이었다. 입주민들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공부해가며 참으로 무모한, 하지만 용기 있는 항해를 시작했다. 720세대의 다양한 사정을 가진 입주민들과 관리소 직원들의 뜻을 존중하고 아파트 전체의 이익과 개인의 인권 사이의 균형을 맞춰가며 운영을 이어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내 나름의 양심과 원칙을 따라 노력해 보니 어느새 1년이 지나 있었다. 그동안 느낀 점이 적지 않다. 첫째, 사람이라면 누구나 '리더의 자질'을 갖추고 있다. 그 자질을 소중히 여기고 키워줄 것인지 아니면 외면할 것인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자발적 외톨이를 자칭했던 내가 하는 말이니 믿어보시길 바란다. 잔뜩 위축돼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면 조용한 찻집에 앉아 책도 읽고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도 하면 좋으련만 집에만 있어야 하니 참 갑갑한 일상이다. 그렇다고 밖을 나가도 입을 막은 마스크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냥 숨을 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이었는지를 순간순간 느끼며 한없이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물을 자주 주는데도 잎이 윤기를 잃고 시름시름 아픔을 이겨내고 있는 듯 잎을 하나씩 떨구고 있는 고무나무에 시선이 머물러 있다. 생각해보니 몇 해동안 분갈이를 하지 않았다. 작은 화분에서 뿌리도 제대로 못 펴고 살아가고 있을 터이니 발버둥을 쳐서라도 화분에서 뛰쳐나오고 싶었을 것이다. 몇 년 전 화원에서 분갈이해 온 나무는 지금의 내 신세처럼 답답할 정도로 잎들이 빼곡하다. 화분 중심에 자리 잡은 본체 옆에서 더부살이하고 있는 작은 나무 처지도 안쓰럽기만 하다. 공간에 갇혀 있는 갑갑함을 달래도 보고 내친김에 큰 화분과 분갈이 흙도 구입하기 위해 화원으로 향했다. 더부살이하고 있는 작은 나무를 큰 화분으로 옮겨 심고 중심을 잡아주니 늠름해 보인다. 어머니 품에서 놀던 아이가 어느덧 청년이 되어 분가를 하고 홀로서기를 한 모습처럼 대견하다. 본체는 뿌리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권 도전 기자회견을 보면서 생각나는 게 전두환 정권의 장세동 안기부장이었다. 왜냐하면 전두환이 사면초가 상태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장세동과 같은 측근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이 다 그를 버렸어도 장세동과 같은 측근이 보살폈기 때문에 골프라도 치면서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권이 몰락한 후에도 여태껏 교도소에서 석방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장세동과 같은 충신이 없는 것은 물론, 김무성·유승민처럼 반기를 든 사람도 적잖기 때문일 것이다. 현직 대통령이 정권을 빼앗긴 선례가 거의 없음에도 탄핵을 당하고 구속까지 당한 것은 아군을 향해 총질을 한 우군의 분열 때문이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임기가 일 년도 남지 않았다. 어느 대통령이고 퇴임하면 불행한 삶을 사는 공통점이 있는 한국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핵심 측근이 잇따라 반기를 들고 있는 게 심상치 않다. 국정원이 정권안보를 위한 정보활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정권은 검·경에 의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이런 사정을 감안해서 검찰총장을 발탁했을 것이다. 더구나 윤석열 총장은 문재인 정권이 출범하
노란색 꽃 무더기가 산책길을 환하게 밝힌다. 연초록 잎에 선명한 노랑꽃, 애기똥풀꽃이다. 이름도 귀엽다. '애기'라는 말이 들어간 대부분의 이름은 작거나 가여운 느낌이 든다. 줄기를 꺾어보면 노란 액체가 동글 맺힌다.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손톱에 콩콩 찍어 노란 꽃무늬를 그리며 놀던 시절이 생각난다. 꽃 이름에 '똥'이라니, 무려 애기와 똥이 합쳐진 이름이라니, 오물이라도 묻은 듯해 애기똥풀이란 이름을 애써 모른 척했다. 그러나 지금은 저절로 앞의 글자 '애기'에 마음의 방점을 찍게 된다. '애기'라는데, 그 보송보송한 몸뚱이 안에 노란 똥이 가득 들어있건, 생떼든, 심술로 가득 찼건 상관없다. 노란색이 주는 맑은 느낌과 단순한 동그라미 네 장이 연결된 원형적인 꽃 모양이 천진하다. 게다가 노란색 똥을 싸는 꽃이라니, 어느 꽃의 이름이 이보다 더 귀염귀염할 수 있단 말인가. 이렇듯 체온이 느껴지는 정다운 이름을 지은이는 아마도 아이를 낳아 똥까지 예뻐하며 길러본 사람이겠지. 꽃망울을 감싸고 있는 꽃받침에는 솜털이 듬성듬성 나 있어, 어린 아기의 민머리 같다. 꽃이 피어나면 두 조각의 꽃받침이 떨어져 나간다. 그리고는 넉 장의 동그란 꽃잎이 펼쳐진다. 꽃
여성과 남성은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르다. 신체가 다른 것 뿐 아니라 사고와 감정도 다른 면이 많다. 신이 인간을 창조할 때부터 다르게 만든 것 같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사물을 판단하거나 어떤 일을 처리할 때 감정적인 면이 많이 좌우한다. 반면 남성들은 조금 더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면이 많다. 그래서 어떤 문제에 부딪쳤을 때 해결하는 방법도 다르다. 만약 친구가 자신의 괴로운 문제를 하소연하면 여성은 감정적인 위로에 집중하지만, 남성은 문제해결을 위한 방법을 제시하고자 노력한다. 요즘은 정부에서도 남녀평등과 기회 균등의 문제를 중시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남녀평등이 완전히 보장되지 않는다. 직장 내에서도 공개경쟁에 의한 직업 외에는 고위직에 여성이 많지 않다. 그러나 그것이 남성 위주의 사회이기 때문이라고 간단히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요즘은 모든 직업 분야에 남녀의 영역 구분이 없다. 사관학교에도 여성이 입학할 수 있고, 간호학교에도 남자가 입학할 수 있다. 내 경험에 의하면, 직업에 대한 의식도 남성과 여성이 좀 다르다. 개인차가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남성은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며 어떤 어려움에도 쉽게 직
하얀 국화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할머니의 옛날이야기 같기도, 벤치에 앉은 노부부의 귓속말 같기도 한 국화꽃이 하나 둘 꽃잎 떨구고 있어요. 아주 짧은 시간 눈 한 번 감았다 떴을 뿐인데 저렇게 꽃잎 떨어져 있습니다. 살면서 잊고 싶은 것 많아서인지 허공의 시간에서 스스로를 지우는…….막 또 하나 꽃잎이 떨어집니다. 때론 그럴 때 있습니다. 가끔 세상에서 나를 지워 버리고 싶을 때 있습니다. 의자에 등 기대고 눈 감고 세상의 풍경에서 나를 삭제하면 서서히 세상의 시간에서 나도 지워지겠죠· 그래도 여전히 세상의 시계는 돌아가고 내일은 또 오늘이 되겠지요? 그렇게 오늘이 또 오늘이 계속 돌아오면 꽃잎 떨어진 자리 새살로 돋은 하늘처럼 우리 살면서 오늘이 만든 상처에도 새살이 돋을까요? 오늘따라 아침에 걸치고 나온 옷의 무게가 종일 지켜온 침묵보다 무겁네요. 세상을 향해 꼭꼭 닫아 두었던 마음 속 내가 서있는 길이 섬처럼 떠있고 한발 디딜 때마다 생기고 없어지던 섬들이 썰물에 부표처럼 흔들립니다. 가만히 있어도 어디론가 흐르던 길도 몇 시간째 그대로 떠있고 때때로 요란한 손 전화 벨소리가 정지된 생각을 흔들지만 생각과 생각사이 팽팽한 적막은 좀처럼 깨지지 않습니
[충북일보] 날씨가 더워질수록 주목받는 음식들이 있다. 가볍게 먹어 잠시 더위를 잊게 하는 차가운 메뉴가 있다면 오히려 뜨겁게 먹어서 시원한 여름을 나는데 보탬이 되는 보양식도 있다. 단백질, 오메가-3 지방산, 비타민, 칼슘 등 다양한 영양소를 함유해 기력 회복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 민물장어도 대표적인 여름 보양식 중 하나다. 백마강참숯민물장어 청주점의 김일수 대표가 장어와 연이 닿은 것은 17년 전쯤이다. 대전에서 일할 때 만난 직장 동료의 영향이다. 수년 간 함께 일하다 직장을 그만둔 동료는 집안에서 운영하는 양만장에서 가져온 민물장어 직판장으로 소금구이 전문점을 시작했다. 민물장어는 양념구이로 주로 먹던 터라 소금구이는 대중에게 낯선 메뉴였다. 작은아버지가 오랜 경력 항생제 없이 키운 민물장어에 대한 자부심이 기반이라고 했다. 익숙하지 않은 메뉴를 시작할 무렵 손님보다 직원이 많던 때도 있었지만 그 기간은 오래 가지 않았다. 신선한 장어를 초벌구이 없이 소금만 조금 뿌려 참숯에 구워 먹어본 이들은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진짜 장어의 육질과 풍미에 눈을 떴다. 일수 씨는 10여 년간 그 곳에서 함께 일하며 장어를 익혔다. 메뉴에 대한 확신
[충북일보]경기침체와 고물가 영향으로 설 선물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충북도내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의 경우 물가 상승 영향으로 10만 원 미만 선물 물량은 지난해 설 보다 5%가량 줄어든 반면, 대형마트들은 5만 원 미만 선물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보이는 백화점 선물세트는 물가 상승 영향으로 구성 상품들의 시세가 전반적으로 오른 영향이 크다. 설 성수품인 배 가격은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다. 6일 청주지역 기준 배(신고) 평균 소매 가격은 10개에 4만2천900원 이다. 지난해 보다 27.37% 비싸다. 지난해 배 생산량 감소와 저장단계에서 고온 피해로 인해 유통 가능 물량이 줄어들면서 가격 상승에 여파를 미쳤다. 이에 기존 사과·배에 더해 샤인머스캣이나 애플망고를 섞은 혼합세트가 증가했다. 명절 주요 선물 상품인 한우의 경우 포장 중량을 줄여 가격 부담을 낮추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가성비'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고 있다. 지난해 설 보다 '5만 원 미만' 상품의 비중을 확대하거나, 커피·차 세트, 김·양말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선물 세트가 인기를 끈다. '1
[충북일보] 강원과 충청, 호남을 연결하는 고속철도망 완성을 위한 핵심 시설인 충북선 철도 고속화 사업의 조기 추진에 적신호가 켜졌다. 서울과 부산을 잇는 기존 경부선과 연계해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한반도 X축 철도망 구축도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에 제출된 '2025년도 2회 정부 추가경정예산안'에 충북선 철도 고속화 사업 예산이 100억 원 감액됐다. 애초 이 사업은 올해 본예산에 199억 원이 반영됐다. 지난 4월 확정된 1회 추경에도 변동이 없었지만 이번 추경에서 사업비의 절반이 삭감됐다. 정부는 기본설계 결과 총사업비가 과다 증액되면서 이에 따른 사업 적정성 재검토가 시행되며 이월액이 누적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국가철도공단에 유보금 582억 원이 발생한 만큼 이를 우선 사용할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충북선 철도 고속화 추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8월 기본설계에 들어간 이 사업은 애초 2019년 설계에 착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노선의 고속화와 안정성 확보를 위해 일부 구간의 직선화 등이 추가됐다. 이에 총사업비는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