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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복
   충북시인협회 회원



깊이를 모를 겨울바람이었다
강둑을 걷다가 빨갛게 언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는데 소스라치게 놀라 손을 뺏다
민망한 마음이 강바람 속으로 미끄러졌다

그랬다, 주머니 속에 넣어도 나는 늘 손이 시렸다
작은 손에 의림지 겨울바람이 뿌리를 내렸을까
친구네 집에서 학이 그려진 예쁜 스티커를
몰래 주머니에 넣어 왔었다

겨울바람이 우악스레 장지문을 흔들던 밤
스웨터 주머니에서 스티커를 꺼낸 엄마는
그날 밤 재봉틀로 내 옷에 달린 주머니를
모두 박음질했다
학 한 마리가 주머니 속에 있었다

손은 빨갛게 파랗게 변해가고
겨울바람이 손등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뱀에 물린 듯 손등이 부풀어 올랐다
그 겨울바람이 알을 슬었는지
여름에도 시퍼런 손등은 가렵고 시렸다

-두 손을 비비면 따듯해져요-
나는 습관처럼 두 손을 비빈다
시도 때도 없이 두 발을 비비는 파리처럼

자꾸 비벼 손 따듯해지면 주머니 속의
그 홍학 발그레 살아날 것도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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