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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5.02 21:01:46
  • 최종수정2023.05.02 21:01:46
[충북일보] 등산객들의 불만을 샀던 국가지정문화재 관람료가 사라진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오는 4일부터 전국 65개 사찰에서 징수하던 문화재 관람료를 폐지키로 했다. 충북에서는 보은 속리산 법주사가 해당된다. 1962년 문화재보호법 제정 이후 61년 만이다.

조계종은 관람료 면제를 위해 지난 1일 문화재청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문화재보호법은 국가지정문화재 소유자가 해당 문화재를 공개하는 경우 관람자로부터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계종 산하 사찰이 입장객으로부터 소정의 요금을 받아온 근거는 여기서 비롯됐다. 일각에서는 일반 등산객에게까지 관람료를 징수하는 건 부당하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조계종과 각 사찰은 문화재 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다 보니 일반 등산객들과 사찰, 때론 지자체와 사찰의 갈등이 이어졌다. 이런 갈등을 해소하고 관람료 폐지를 이끈 건 다름 아닌 지난해 5월 신설된 문화재보호법이다. 이 법은 국가지정문화재 민간 소유자 또는 관리단체가 문화재 관람료를 감면할 경우 감면 비용을 국가가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올해 정부 예산에는 관람료 감면을 뒷받침할 사업비 419억 원이 반영돼 있다. 다만 이번 조치는 국가지정문화재로 제한 적용된다. 시·도지정문화재를 이유로 관람료를 징수해 온 사찰의 경우 당장 관람료를 감면하지는 않을 수 있다.

사찰 문화재 관람료 논란은 공원법이 제정된 196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공원법에 따라 국립공원을 지정했다. 그리고 공원 내 핵심 지역에 자리한 사찰경내지를 국립공원에 편입시켰다. 문화재 보유 사찰과 사전 협의나 동의 절차 없이 진행된 조치다. 정부는 이후 공원 입장료 징수 편의를 위해 이전부터 받아온 문화재 관람료를 합동 징수했다. 문제는 2007년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되면서 불거졌다. 이후 대다수 국민은 '국립공원은 무료입장'이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는 사찰에 '통행세를 징수한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조계종은 해당 요금이 사찰 입장료가 아니라 문화재 관리를 위한 자원이라고 설명해 왔다. 논란에 기름을 부은 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정 의원은 2021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로 지칭했다. 관람료 징수 사찰을 '봉이 김선달'에 빗댔다. 불교계는 크게 반발했고, 정 의원을 성토했다. 결국 정 의원의 사과로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 정 의원은 이후 아이러니하게도 문화재 관람료 징수 문제를 개선한 문화재보호법 개정에 앞장서왔다.

우리는 본란을 통해 수도 없이 문화재 관람료 징수 방식 개선을 요구했다. 충북도 역시 수년 전부터 법주사와 문화재 관람료 폐지 협의를 해왔다. 속리산 관광 활성화 전략으로 법주사 문화재 관람료 폐지를 추진했다. 충북도와 보은군이 법주사에 문화재 관람료 일부를 보전해 주는 조건까지 검토됐다. 회계 전문가 실사도 있었다. 실사 결과 손실보전금 규모까지 나왔다. 하지만 충북도는 포기했다. 지원액이 예상보다 많은데다 특정 종교 지원에 대한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법주사 문화재의 경우 모두 경내에 위치해 있다. 법주사 경내에 들어서지는 않는 등산객들에게는 문화재관람료가 그저 통행세나 마찬가지로 느껴지는 이유다. 그러다 보니 법주사 입구에서 실제 내방객에 한해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는 게 합리적이란 주장도 있었다. 문화재 관리 및 보존을 위해 관람료를 받는 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사찰을 찾지 않는 일반 등산객들에게 관람료를 받는 건 '통행세'나 다름없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찰 문화재관람료 폐지는 환영할 일이다. 앞으로 보조금 예산 조정 등에 합리적으로 나서 서로 '윈윈'했으면 한다.

사찰 문화재 관람료만 없어져도 많은 게 달라질 수 있다. 우선 가족단위 및 단체 관광객과 등산객들이 늘어나게 된다. 부담 없이 트레킹과 산행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속리산 법주사 일대 상권이 쇠락의 길을 걸은 지는 오래다. 이번 문화재 관람료 폐지가 법주사 상권의 옛 명성을 되찾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 속리산이 다시 힐링 여행의 명소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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