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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9.29 15:24:10
  • 최종수정2022.09.29 15:24:10

신한서

전 옥천군 친환경농축산과장

아직도 성질 꽤나 남아있는 여름이 가을의 문턱을 가로막고 있다. 태블릿 pc를 거치대에 장착하고 목에 건다. 장화를 신고 농업경영체 조끼로 갈아입는다. 얼굴에는 화장품 대신 썬크림으로 도배를 한다. 차양 큰 모자를 뒤집어쓴다. 조수석에는 생수병, 호신용 지팡이, 해충 기피제를 챙긴다. 농업경영체 등록신청 필지 지번을 메모하고 현장 확인 코스를 정한다. 오늘은 가장 멀고 험한 청산면 팔음산 쪽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명티리 골짜기로 접어든다. 무성하게 자란 풀과 나뭇가지들이 차 옆구리를 툭툭 치며 심술을 부린다. 좁은 농로에서 곡예에 가까운 운전은 그냥 일상이다. 간이 콩알만 해진다. 중간에 차량이나 농기계와 마주치면 어쩌나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한참을 올라가니 쇠사슬이 길을 가로막는다. 가까스로 차를 돌려놓고 걸어서 올라간다. 무릎까지 올라오는 풀잎이 장화에 척척 감기며 발목을 잡는다. 날쌘 모기와 이름 모를 풀벌레들이 먹고 살자며 죽기 살기로 달려든다. 해충기피제로 이놈들의 접근을 막는다. 모기와 나의 사회적 거리는 여전히 존재한다. 농민이 출입한 흔적도 없다. 원시림 같은 울창한 숲이 앞길을 가로막는다. 태블릿 pc에 의지해 가까스로 현장에 접근한다. 혹시 멧돼지나 산짐승이 나타나지 않을까 긴장의 끈을 팽팽하게 유지한다.

산양삼과 머위를 심었다는데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가끔 보이는 머위는 사람 손이 닿지 않은 순수 자연산이다. 몇 군데 사진을 찍고 서둘러 산에서 내려왔다. 얼굴과 등에는 땀이 줄줄 흐른다. 긴장이 풀렸는지 이제야 다리가 아프고 모기에 물린 곳이 가렵다. 가려운 곳에 물파스를 바른다. 조수석에 있는 생수 한 병을 순식간에 들이마신다. 마른 논에 물 들어가는 소리가 난다. 오늘 하루 이동 거리가 무려 100㎞에 가깝다. 반복되는 미녀 특공대원 그 들의 일상이다.

농업경영체 등록 제도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주요 핵심사업이다. 지난 2007년 시작으로 2009년 완료해 오늘에 이른다. 옥천군에는 1만여 농민들이 경영체에 등록하고 있으며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거, 농업 관련 지원을 받으려는 자가 자율적으로 농업경영정보를 등록하는 제도다. 농식품 정책 수립의 중요한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정책자금의 부당 지급을 방지하고 농업인은 이를 근거로 각종 보조금 신청, 세제 혜택 등을 받는다. 농·축협 가입도 농업경영체 등록증이 있어야 가능하다.

농산물 품질관리원 옥천사무소에는 4명의 미녀 특공대가 있다. 이 제도가 처음 시작한 때부터 10년 이상 본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매우 열악한 환경이지만 매사에 긍정적이고 불평 한마디 없다. 모든 민원인에게 아버님, 어머님이라 부른다. 남자들도 하기 어려운 위험한 현장 확인 업무를 능수능란하게 수행한다. 외딴집 풀어놓은 맹견에 놀라고, 독사뱀이나 벌에 놀라는 일은 다반사다. 논두렁에 차가 빠져 견인차를 부르거나 마을 이장님 트랙터 신세를 지는 사고는 평범한 일상이 됐다. 잘 훈련된 특공대처럼 당당하고 믿음직스럽다. 얼굴에는 항상 미소가 넘친다. 사무실 분위기 조성에도 조미료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가끔 비 오는 날에는 빈대떡과 간식 준비도 잊지 않는다. 주어진 현장에서 맡은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진정한 특공대원들이다.

오늘도 논밭을 누비고 있는 미녀 특공대 발걸음 소리가 힘차게 들려온다. 그 발걸음 소리에 농작물이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점점 식어가는 농민들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든다. 진흙탕에 피어나는 한 송이 연꽃이 문득 떠오른다. 연꽃에서 그들의 잔잔한 미소가 피어오른다. 오늘도 변함없이 논밭을 누비고 있는 그녀들의 얼굴에서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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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