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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6.21 16:14:40
  • 최종수정2022.06.21 16:14:40

최종웅

소설가

총체적인 위기다. 내우외환이라는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하다. 우리가 잘못해서 일어난 게 아니라서 우리만 노력해서는 수습이 안 되는 특성도 있다.

무엇보다 안보가 급하다. 6·25동란으로 수백만 명이 떼죽음을 당한 이후 크고 작은 도발이 계속되었지만 요즘처럼 위급한 적은 없었다. 자칫 핵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어서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문명시대에 무력으로 남의 나라를 침공할 수 있겠느냐고 생각해 왔던 게 착각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우크라이나는 31년 전까지만 해도 같은 나라였던 러시아로부터 침공을 받고 아비규환에 빠졌다. 옛날 같으면 이런 일이 발생하면 국제사회가 벌떼처럼 일어나 도와줬다.

세계의 경찰이라고 하는 미국도 말로만 평화를 외칠 뿐 병력은 파견하지 못한다. 인접한 나토도 사정은 비슷하다. 힘이 없으면 떼죽음을 당해도 구해줄 나라가 없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우크라이나는 우리와 유사한 점이 많다. 북한은 핵을 개발하면서 미국을 상대하기 위한 것이지 동족을 향해선 절대 쓰지 않겠다고 다짐해왔다.

최근 남한을 향해서도 핵을 쓸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으니 우크라이나가 같은 나라였던 러시아로부터 침공당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

문제는 이보다 급한 경제 문제가 해일처럼 밀려들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란 사실이다. 자고 나면 오르지 않는 게 없을 정도로 물가가 뛰고 있다. 모든 물가가 뛰니 나도 올리지 않을 수 없다.

마치 달리기를 하듯 물가 올리기 경쟁을 한다. 그만큼 소득이 감소한다는 뜻이다. 뛰는 물가야 사지 않고 견디면 된다고 치자. 주식이 폭락하고 환율이 폭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것은 어떻게 한단 말인가.

이런 때일수록 고통을 분담해야할 텐데, 화물연대는 집단 파업으로 물류를 마비시키고도 책임을 지기는커녕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집단행동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보고 다른 조직이라고 가만히 있겠는가. 물가 인상처럼 집단행동 경쟁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란 징후다.

더 심각한 문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금방 끝날 것 같지 않은데다 미·중 대립도 갈수록 격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때일수록 대통령의 리더십이 중요하고, 모든 권한을 위기극복에 집중해도 역부족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국회의원 도지사 시장 군수 등은 선거에 의해서 선출됐기 때문에 국민에게 고통을 분담하자는 소리를 하기가 쉽지 않다. 어제까지만 해도 병사 월급을 200만 원으로 인상하겠다고 해놓고 취임하자마자 국가를 위해 희생하라고 호소할 순 없는 게 아닌가.

여야 정당도 비슷하다. 전국을 돌며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주겠다는 장밋빛 공약을 쏟아냈는데 갑자기 땀과 눈물을 요구할 순 없다.

이보다 큰 문제는 감투싸움에 여념이 없다는 사실이다. 대선이나 지방선거 때는 여야로 나뉘어 패싸움을 하더니 요즘은 집안싸움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다행히 우리 헌법 76조엔 대통령의 긴급명령권을 명시해 놓았다.

대통령은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공공의 안녕질서를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해 필요한 재정경제상의 처분을 하거나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해 놓았다.

천만다행으로 국회는 감투싸움을 하느라 후반기 원 구성조차 못하고 있으니 발동 요건을 충족한 것이다. 무엇보다 위기를 이용해 축재하려는 한탕 심리를 억제해야 한다.

두 번째는 자신만 살기 위해 집단행동을 벌이는 것을 금해야 한다. 세 번째는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하고 과감한 규제개혁 등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런 사항은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정당 간엔 타협이 불가능하다. 대통령의 비상조치권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 대통령의 긴급명령권이라도 발동해 수습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것으로도 역부족일 것 같은데 어째서 거론조차 않는 걸까.

마치 불이 났는데 소방차를 두고 쓰지 않는 것처럼 답답한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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