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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균

충북도교육청 서기관·교육부 중앙교육연수원 연수파견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라는 지난 정부의 국정 기조인 '정의로운 대한민국'은 명문이다. 국정기조는 시대정신과 지향점을 담는다. 이제 그 명문장이 조소의 대상이 되었다. 바로 '부모찬스'때문이다.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부모찬스 논란은 부모를 통해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여 일이 해결된다는 점에서 불공정의 대명사다.

부모찬스는 부모와 찬스(Chance)가 합쳐진 말이다. '엄마찬스'와 '아빠찬스'는 젊은 세대들이 공정하지 못한 세태를 냉소적으로 표현한 신조어다. 엄마나 아빠를 내세운 '부모찬스'는 혼자서 해결하기 힘든 일을 부모의 사회적 영향력을 통해 해결하는 것을 두고 표현된 말이다. 이것은 자녀가 부모의 사회적 신분, 경제적 부, 정치적 권력을 기회 삼아 이득을 누리는 것으로 일종의 신분세습이다.

부모찬스 논란은 선거나 내각 인선 청문회마다 바늘에 실 가듯 언론 정치면을 도배했다. 요즘 새 정부 인사청문회 시즌을 맞아 또 세간의 관심사와 뜨거운 이슈가 됐다. 이번에도 예외 없이 부모찬스가 문제가 되는 공직후보자들이 있다. 반복되는 부모찬스 사태는 사회적 계급의 재생산이라는 고질적 사회현상이 된 지 오래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계급은 그 자체로 자녀에겐 원천적 자산이다. 우월한 계급의 부모는 물질적 자산과 문화 자본을 자녀에게 투입해 출발선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부모찬스는 사회적 불평등을 세습화한다. 부모 능력이 자녀의 사회, 경제, 정치적 지위 결정에 큰 역할을 한다. 사실 개인 능력은 지능과 노력의 합이다. 여기에 불공정하게 부모의 지위가 부가된다. 이른바 부모능력주의다. 부모능력이 지배하는 사회는 공정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다. 능력이 본인보다 부모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이 문제다. 이러한 차이는 교육을 통해 강화되고, 사회적 지위는 자녀에게 대물림된다.

부모찬스 사회는 기득권층과 세습엘리트들만 올라가는 출세의 사다리를 더욱더 견고하게 만든다. 부모찬스를 가질 수 없는 아이들의 사회이동을 위한 사다리는 발판 곳곳이 썩어 없어진지 오래다.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가 판치며 능력은 계급이 되고 계급은 세습된다. 굳이 스펙 조작까지 하며 업고 뛰지 않아도 엘리트계급 부모의 자녀들은 이미 우월한 자산을 타고났다. 말 그대로 금수저다. 우리 사회의 불공정 저변에 사회지도층 자녀들이 있다. 참으로 놀라운 것은 예외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고학력자이고, 존경받는 사회지도층 인사이며, 자신들의 힘과 사회적 지위와 영향력를 남용하여 자기 자녀들을 이익을 위해 불공정하게 행사하고도 양심의 거리낌이 없다는 점이다. 세태가 이러하니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없는 구조다.

국가가 부자 부모가 해주는 모든 것을 모든 아이들에게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의 꿈이 부모의 지위와 재력 등에 따라 단절된다면 이는 건강한 사회가 결코 아니다. 교육은 계층이동의 사다리다. 교육을 통해 출발선의 차이를 극복하고, 계급재생산 구조를 해체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경주해야 한다. 이는 교육의 오랜 과제이고, 공정한 사회로 가는 기초 단계다. 반칙을 일삼는 일그러진 부모들의 존재가 큰 장애물이다.

부모찬스로 인한 불평등한 출발선을 걷어내야 한다. 부모찬스라는 '내 자식 이기주의'에 경종을 울리고, 우리사회가 공정사회로 가는 디딤돌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인사청문회가 반복되는 진영 간 분노와 분열, 정쟁으로만 소모해선 안 되는 이유다. 차제에 사회지도층 자녀에 대한 불공정을 일소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어렵고 열악한 환경에 있는 아이들이라도 가능성과 열정만 있다면 그 아이들 앞에 튼튼한 계단이 놓이도록 국정의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한다. 교육 인프라가 열악한 농·산·어촌 지역에 영국 이튼스쿨 같은 명품학교를 대거 세우고 저소득층과 농·산·어촌 아이들에게 입학 기회를 넓게 열어야 한다. 대기업에서 사원 대상으로 운영하는 일류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소외된 지역에 대거 공급하자. 국내외 유학 장학금을 대폭 확대해 열심히 하고 잘하기만 한다면 가난해도 어디까지든 갈 수 있다는 시스템을 마련하자.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사회 공헌 아이템을 찾아 헤매는 기업들이 여기에 재원을 쏟아 넣도록 정부가 분위기를 조성하자.

부모가 돈이 없다고 꿈꾸는 것도 금지된 사회에 미래는 없다. 청문회 때문에 부유층 스펙 쌓기에 쏠린 사회적 관심은 공동체의 위기를 미래를 밝히는 변혁으로 만들 기회다. 부모의 덕이 아닌 자기 인생을 자기가 만들어가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누구의 아들이 아닌 진정한 나로서의 인생을 살아가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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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