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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순

'커피인문학' 저자

멀리서 본 카페의 풍경은 아름답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고통이 즐비하다.

바리스타학과를 졸업하고 어느 새 카페경력 9년차에 접어든 A씨(28·여). 한 때 어엿한 프랜차이즈 매장의 점장을 지내기도 했던 그는 이제는 일주일에 이틀만 바리스타로 일한다. 생활비 조달을 위해 틈틈이 전자상거래업체에 나가 야간 포장일을 한다. 좋아하는 카페 일을 줄일 수밖에 없는 것은 '바리스타 직업병'으로 불리는 손목통증 때문이다.

매일 9시간을 바리스타로 일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작업의 성격상 손목을 비틀어 사용하는 일이 많다 보니 관절통증 재발이 잦아 쉬었다가 일하기를 반복해야 한다. 카페에서 청년 바리스타들의 교체가 잦은 것은, 결코 젊은이들이 끈기가 없어서가 아니다. 카페에서 바리스타들은 소모품처럼 활용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씨는 경험을 살려 바리스타 강사로 일하고 싶지만, "불가능하다"고 푸념한다. 전문학사로서 바리스타를 전공하고 현장 경험이 있어도, 학원가에서는 소위 '국제바리스타자격증'이라는 스펙으로 무장한 사람들을 선호한다. 외국자격증을 강사로 취업할 정도로 스펙을 갖추기 위해서는 적어도 500만 원~600만 원이 들어간다. 정작 바리스타 강사 중에는 A씨처럼 실전 경험을 갖춘 사람을 찾기 힘들다. 현장의 바리스타들이 미래의 직업으로 강사를 꿈꿀 수 없는 슬픈 현실이다.

B씨(22)는 군입대까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고자 선택한 바리스타 알바를 1주일만에 그만두었다. 커피의 매력에 빠져 270여만 원을 들여 외국자격증 3종을 취득했던 터라 카페에서 환영 받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학원가와 달랐다. 점장은 그가 국제자격증이라고 자랑스러워하는 스펙을 마치 경멸하는 듯 "여기서 다시 배우세요"라고 차갑게 말했다. 그 의미를 깨닫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B씨는 바(bar)에서 커피를 추출하면서, 틈틈이 쓰레기를 분리수거해 지정된 장소에 내다 놓고 화장실 청소까지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일회용컵 사용 규제 이후에는 설거지 양이 폭증해 바리스타에게 손을 비틀어 컵을 닦아야 하는 강도 높은 작업이 추가됐다. 여기에 홀(hall) 청소와 자리 정리도 바리스타 몫이다. 오픈조-중간조-마감조를 순환하기 때문에 근무시간대가 일관되지 않다는 점도 바리스타의 체력과 정신건강을 고갈시키는 원인이다.

모든 고초를 견디어 내고 점장에 오른 C씨(37·여)는 두고두고 어려운 것은 고객대응이라고 말한다. 바리스타 기술은 매뉴얼화해 있어 그다지 어렵지 않다. 이를 3급-2급-1급으로 나눠 학원에서 가르치는 것은 '상술'이라면서, 젊은이들의 쌈짓돈을 빼앗는 수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쨌든 바리스타 분야에서 전문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로 무장해야 한다. 그것이야 말로 직업교육에서 비중을 두고 가르쳐야 하고, 현장에서 체득해야 할 과제이다. 함께 온 아이가 다칠까 봐, 다른 손님들이 불편할까 봐, 자제를 청하는 바리스타에게 "손님을 가르치려 든다"며 되레 화를 내는 사람들도 잘 응대해야 한다. 기술적인 측면과 함께 카페 현장에서 벌어지는 별별 일에 대응하는 법을 올바로 가르칠 수 있는 사람들이 강단에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바리스타 강사 또는 전문가의 권위를, 사실 있지도 않은 '국제바리스타자격증'이 보증하는 세태가 안타깝다. 이럴 바에야 국가가 나서 바리스타에게 국가자격증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외화유출을 막기 위해서도 시급한 일이다. 현장은 지금도 이로 인해 고통스럽고 또 소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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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