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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4.24 13:32:20
  • 최종수정2022.04.24 13:32:20

김동원

안전보건공단 충북북부지사 건설안전부 부장

스페인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천재 건축가로 알려진 안토니오 가우디가 설계한 건축물로, 1882년 착공됐지만 현재까지 미완인 세계적인 건축물로 유명하다.

가우디는 이 성당의 건설기간을 200년으로 잡았다. 이 말대로라면 예상 완공년도는 2082년인 셈이다.

물론 현대의 건축기술로 성당 건축이 오래 걸릴 이유는 없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완공이 늦어지는 이유는 가우디의 갑작스런 사망과 스페인 내전 발발, 경이로울 정도의 꼼꼼하고 완성도 높은 작업과정, 미완의 상태를 관광 세일즈 포인트로 활용하는 측면 등 매우 복합적이라고 한다.

이 성당이 건물 하나 올라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빠른 것으로 유명한 우리나라에서 지어졌다면 어땠을까.

아마 우리나라 대형 건설사들이 초고속으로 완공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우리 노동사회의 웃픈(웃기면서 슬픈) 이야기 일지도 모른다.

한국은 '빨리빨리'라는 문화적 특징으로 급격한 국가적 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발전수준과 달리 산업현장에서의 사고사망은 OECD 회원국 평균보다 높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전체 산업 근로자의 10퍼센트 남짓한 건설업에서의 사고사망자수가 전체 사고사망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안전관리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50억 미만 현장에서 기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후진적' 재해형태를 보이고 있다.

국가와 사회가 모두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자 하지만 그에 반해 재해발생 형태나 수준은 후진적 형태를 띠고 있다니 참 모순되지 않은가.

건설현장 노동자는 항상 죽음의 문턱에서 일한다. 그들은 현장이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라고 한다.

현재 충주·제천을 비롯한 충북북부지역에서는 매월 추락해 부상을 입거나 숨지는 노동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2월 충주의 한 골프장에서 조명설비를 꺼내던 중 1.5m 높이에서 추락해 숨졌고, 3월에도 노동자가 제천의 한 건물 지붕철거현장에서 중심을 잃고 추락해 숨졌다.

안타깝게도 두 사고 모두 기본적으로 꼭 지켜야 할 수칙을 지키기만 했다면 절대로 발생하지 않았을 죽음이었다.

안전모를 착용했더라면, 안전방망을 설치했더라면 사고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현재 충북북부지역은 수도권 공장 총량제로 공장 이전이 가속화되고 있는 바, 이로 인한 건설공사 또한 증가하고 있다.

공장을 신축할 때 대부분 비교적 구조가 단순하고 시공속도가 빨라 조기에 건물을 사용할 수 있는 철골 구조를 채택하는데 이런 특징이 철골조립, 지붕 패널 설치 등의 작업 진행으로 이어져 추락할 위험이 매우 높다.

우리 공단에서는 이들의 '노동환경'을 바꾸는 일을 하고 있다.

죽음의 문턱에서 일하는 건설현장 노동자들을 위해 매주 지역 내 건설현장에 불시 방문점검으로 추락 위험요소를 제거하며, 그들의 작업현장에 안전문화, 즉 다음의 인간 존중 문화가 자리 잡도록 유도하고 있다.

건설현장에 출입하는 모든 사람이 안전모 등 개인 보호구를 착용하는 문화와 사업주가 작업 전 안전난간, 추락방호망 등 기본적인 안전시설을 당연하게 설치하는 문화다. 돈과 시간 사이, 오늘도 건설 노동자들은 곡예비행을 하고 있다.

사람의 목숨을 이렇게도 많이 잃는 일임에도 우리는 왜 이들의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있을까.

이렇게 시간에 쫓겨 만들어진 건물이 과연 제대로 된 것이며, 그곳의 노동자는 안전할까. 생명은 값어치를 매길 수 없다. 우리는 노동자의 생명권을 보장해줘야 한다.

더 이상 추락하지 않는 노동을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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