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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옥천군 청산면장

ⓒ 신한서
'나는 임차인입니다'라는 연설로 일약 스타 정치인이 된 윤희숙 의원이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국회 본회의에서 사퇴 안이 가결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수많은 정치인들이 온갖 잘못을 저지르고도 제대로 반성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더구나 책임지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사람은 눈을 씻고 봐도 없었다. 법원 판결이 나와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법이 잘 못 됐다고 뻔뻔하게 우겨대기 일쑤다. 이런 가운데 윤희숙 의원이 친정아버지 농지매입 건이 문제 되자 자진해서 사퇴한 것이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정치인의 뒷모습이 신선하기 그지없다.

사퇴 의사를 밝히자, 수십 명에 이르는 여당 정치인들은 KDI(한국개발연구원)에 근무할 때 취득한 비밀을 이용한 투기라는 혐의를 씌워 파렴치범으로 몰기도 했다.

윤희숙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내로남불' 행태에 대해 누구보다도 날카롭게 비판해온 장본인이다. 그런 만큼 친정아버지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법적 유죄 여부를 떠나 공인으로서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며 사퇴한 것이다. 특히 정치인의 책임 중에서 가장 무거운 책임은 세상에 내보낸 말에 대한 책임, 언책(言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칭 농지법 전문가라는 필자의 건방진 생각으로 윤희숙 부친의 세종시 농지매입 건에 대해 잠시 들어다봤다.

2016년 5월 윤 의원 부친은 농지취득 자격증명신청서에 자경하겠다는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해 약 1만㎡ (3천 평)의 논을 매입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은 2016년 6월부터 5년간 한국농어촌공사에 위탁해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헌법 제121조 제1항을 보면 농지는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에 따라 타인에게 임대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다. 다만 제2항에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 법률로써 임대차를 인정하고 있다. 농지법 제23조에는 임대허용 범위를 열거하고 있는데 무려 스물한 가지나 된다. 경자유전의 원칙에 구멍이 숭숭 나 있다는 단적인 예다. 농지법이 시행되기 이전(1996년 1월 1일)부터 소유하고 있는 농지라든지, 상속받은 농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열아홉 번째로 개인 소유농지를 한국농어촌공사에 위탁해 임대하는 경우도 임대차를 허용하고 있다.

또한, 농지법 제2조(정의) 제4호에 보면 '농업경영'이란 자기의 계산과 책임으로 농업을 영위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윤희숙 부친의 세종시 농지매입 건은 명백히 농지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농지를 구입하고 농어촌공사에 위탁한 것은 현행 농지법상 분명히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80대 어른이 서울에 거주하면서 세종시까지 어떻게 농사를 지을 수 있느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잘 아는 바와 같이 벼농사는 대부분의 농민들도 농기계를 소유하고 있는 농민의 힘을 빌려 농사를 짓고 있다. 서울에 살면서도 얼마든지 휴대폰 하나로 농사가 가능한 것이 벼농사다. 자기의 계산과 책임하에 농사를 지으면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이다. 물론 세종시 농지는 순수한 영농 목적보다 투자가치가 크기 때문에 매입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현행 농지법을 명백한 위반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농지법 위반은 장관이나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때 단골 메뉴가 된 지 이미 오래됐다. 현 농지법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단적인 증거다. 농사를 짓는 사람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농지취득자격 증명 규정을 좀 더 강화하고 농지이용 실태조사를 철저히 하는 등 농지법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특히 농지법 시행 이전의 농지매매 증명제도와 같이 통작(通作) 거리 제한 규정을 두거나, 농지를 매입하고 일정 기간 지나간 경우에만 농어촌공사에 위탁할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한다. 지난 8월 17일 농지법이 일부 개정됐다. 그러나 이와 같은 규정은 아쉽게도 보이지 않는다.

농지는 인간의 땀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하나뿐인 지구 표면의 일부다. 지구 표면을 가지고 인간이 부(富)를 축적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생명 창고 농지는 국민 모두의 공공복리에 맞도록 이용돼야 할 것이다. 풍성한 한가위 보름달처럼 더도 말고 덜고 말고 윤희숙 의원 같은 정치인이 늘어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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