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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4.29 20:59:20
  • 최종수정2021.04.29 20:59:20
[충북일보] 정진석 추기경의 선종을 애도한다. 고인은 지난 27일 밤 90세를 일기로 영면했다. 대한민국 두 번째 추기경의 삶은 내가 아닌 남을 위한 삶이었다. '모든 이에게 모든 것(Omnibus Omnia)'이란 사목 표어가 그간의 삶을 웅변한다. 고인은 노환에 따른 대동맥 출혈로 수술 소견을 받았다. 하지만 고령이고 주변에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다며 수술을 받지 않았다. 2018년엔 연명 의료계획서에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서명했다. 앞서 2006년엔 '사후 각막기증' 등 장기기증도 약속했다. 지난달엔 남은 재산 모두 필요한 곳에 기부했다. 고인은 1931년 12월 7일 서울 중구 수표동의 독실한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났다. 공학도를 꿈꾸다 한국전쟁에서 생사의 고비를 넘었다. 그 후 삶의 방향을 틀었다. 사제의 길을 가기로 작심했다. 모든 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길을 걷기로 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 신학교를 가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엔 나이 제한에 걸려 신학교를 지원할 수가 없게 될 처지였다. 그래서 다니던 서울대를 포기하고 신학교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마음먹은 대로 쉽게 되지는 않았다. 당시 신학교는 외아들을 받아주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1954년 가톨릭대 신학부에 입학했다. 그리고 1961년 3월 사제품을 받았다. 만 39세 때인 1970년 청주교구장으로 임명되면서 최연소 주교로 서품됐다. 2006년 김수환 추기경에 이어 한국 천주교의 두 번째 추기경이 됐다.

고인은 무엇보다 신앙의 내실화에 집중했다. 청주교구장 시절 충북 음성에 전국의 노숙인을 위한 복지 시설인 꽃동네 설립을 지원했다. 교구도 어렵던 시절이라 당연히 반대가 많았다. 하지만 평소 청빈했던 고인의 뜻은 단호했다. 서울대교구장 시절 사목의 중심 주제는 '생명'이었다. 생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난치병 환자들을 위한 성체줄기세포 연구에 100억 원을 지원하기도 했다. 고인은 한국교회사를 이끈 산 증인이이기도 하다. 라틴어로 쓰인 교회법전을 6년간 번역해 한국어판을 출간했다. 평생 50권이 넘는 저서와 번역서를 남겼다. 교회법 전문가로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가톨릭교회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때인 1983년 새 교회법전을 펴냈다. 당시 청주교구장이던 정 추기경이 교회법전 번역위원장을 맡아 동료 사제들과 한국어판 번역 작업에 나섰다. 고인과 충북의 인연은 아주 깊다. 지난 1961년 3월 18일 사제 서품을 받은 뒤 1970년 6월 25일 청주교구장에 임명됐다. 같은 해 10월 3일 주교 서품을 받았다. 1998년 5월 30일 서울대교구장에 임명되기까지 28년간 청주교구장으로 봉직했다. 청주교구장에 재직하는 동안 매년 책을 쓰거나 번역했다. 꽃동네, 사회복지사업, 양업고등학교와 충주맹아·농아학교 등의 교육사업, 의료사업 등 지역사회에 공헌했다. 증평 초중성당과도 인연은 애틋하다. 초중성당은 1997년 6월 증평성당에서 분가했다. 고인의 어머니 이복순(1909~1996) 루치아가 정리한 유산으로 봉헌됐다. 고인은 2006년 5월 초중성당을 방문해 기념식수를 하기도 했다. 음성 꽃동네에서 말년을 보낸 이복순 여사는 유언에 따라 꽃동네 성모상 옆에 안장됐다. 2015년 6월 어머니 19주기를 맞아 고인이 직접 꽃동네에서 미사를 봉헌했다.

고인은 한평생 나눔과 베풂의 가치를 실천했다. 18년 동안 바지 한 벌을 입었을 정도로 청빈했다. 일생이 다른 사람에 대한 헌신과 자기희생의 과정이었다. 서울대교구는 명동성당에서 28일부터 사흘 동안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준수하며 조문을 받고 있다. 추모객들의 발걸음은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도 29일 오전 조문했다. 입관은 30일 오후 5시 염수정 추기경 주관으로 이뤄진다. 5월1일 오전 10시 염 추기경 집정으로 장례미사가 봉헌될 예정이다. 미사가 끝나면 고인의 시신은 명동대성당을 떠나 장지인 경기 용인시 성직자묘역으로 향할 예정이다. 이곳에는 2009년 선종한 고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 등의 묘가 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 이기주의와 배금주의가 팽배해지고 있다. '나만을 위해 살지 말라'고 했던 고인의 말과 행동은 길이길이 이어져야 한다. 고인의 선종을 진정으로 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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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