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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코로나19가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엘리베이터마저 왠지 모를 두려움의 공간이다. 하얀 마스크와 사회적 거리 두기 안내문은 이미 익숙하다. 원격수업과 재택근무 역시 일상이다.

***가파를수록 더욱 깊게 숙여야

2020년, 묵은해는 참으로 지긋지긋했다. 코로나19가 연초부터 발목을 잡고 한 해의 끝까지 따라왔다. 봄꽃의 싱그러움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했다. 여름 피서지에서 여유로움도 없었다. 가을 단풍으로 물든 산야를 구경하기도 불편했다. 겨울 함박눈이 쌓인 설원에 닿기도 힘들었다. 결국 해넘이와 해맞이도 할 수 없었다.

올해 신년 산행 의식은 속리산에서 치렀다. 문장대 아래 펼쳐진 남과 북의 준령들이 압권이다. 눈이 시릴 정도의 설경은 덤이다. 신선대에서 문수봉, 경업대, 청법대, 천왕봉까지 겨울 산의 면모가 유감없이 드러난다. 굳이 능선을 따르지 않아도 좋다. 겨울 산길이 눈부시게 하얗다.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비경의 속살 만지기가 더 큰 기쁨이다. 겨울산행의 진수다. 천왕봉을 오를 때의 숨 가쁨보다 더 큰 희열을 준다. 산정에 다다른 환희와 같다.

천왕봉에 이르는 능선 길이 하얀 눈밭이다. 한마디로 설국(雪國)이다. 수시로 피어난 상고대가 파란 하늘과 어울려 신비감을 자아낸다. 눈꽃은 바람에 날린 눈이 나뭇가지에 꽃처럼 달라붙는다. 상고대는 공중 습기가 추운 날씨를 만나 나무에 얼어붙은 서리다. 한 마디로 얼음입자다. 눈꽃과 상고대를 가득 매단 가지들이 춤을 춘다. 어떤 가지는 빙화(氷花)를 매달고 탱고춤을 춘다. 겨울햇볕의 온기로 하나씩 떨어트린다. 백두대간의 장엄함에 숙연해진다.

겨울 산의 표정은 눈과 바람이 빚는다. 산이 잠을 자는 사이 다양한 모습을 그려놓는다. 까마득한 정적 속에서 분주하게 풍경을 조각한다. 눈과 비가 상고대를 빚고 눈꽃을 피운다. 하룻밤 새 겨울 산은 한 폭의 수목화로 되살아난다. 눈 온 날 겨울 속리산 걷기는 침묵의 횡단이다. 대자연 앞에 홀로 선 감동이 찬란하다. 하얀 상고대와 눈꽃이 반갑게 맞는다. 비스듬한 눈 사면에 비친 낮 햇살에도 땀이 난다. 능선의 오르내림에 조망이 밀당을 하듯 출몰을 반복한다.

한 시간 쯤 오르니 눈이 깊어 힘겹다. 이마에 땀이 좀 난다. 세찬바람 가르며 문장대에 선다. 백두대간의 장중한 능선과 봉우리들이 펼쳐진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남과 북을 잇는다. 남쪽으로는 지리산이, 북동쪽으로는 소백산이 이어진다. 겨울의 하얀 능선이 장중하다. 한반도의 대한민국 땅엔 만년설이 없다. 겨울 설산이 봄·여름·가을 산보다 강렬한 이유다. 하얗게 얼어붙은 설산은 눈부시다. 황홀하고 장엄하지만 처연하다. 모진 바람과 추위 앞에서 홀로 견딘다. 존재의 운명을 감내하고 절실하게 깨닫는다.

2021년 새해 첫날부터 속리산에 하얀 눈이 내린다. 백석이 나타샤와 떠나는 날처럼 내린다. 험준한 산은 본디의 강렬함이 선명하다. 순한 산에는 더 없는 포근함이 배어난다. 무명의 산마저 눈이 내리면 명산 부럽지 않다. 구름과 안개를 뚫고 우뚝하게 솟는다. 산을 오르려면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여야 한다. 가파를수록 더 깊게 숙여야 한다. 소원을 빌 때도 고개를 숙이고 절을 해야 한다. 관세음보살에게든, 산신령에게든 고개를 숙인다. 나를 낮춰 예를 갖추는 의식이다. 나를 내려놓는 겸손이다.

*** 내가 새로워야 새해도 새롭다

새해 마음가짐을 비장하게 한다. 뒤돌아보기도, 앞을 내다보기도 쉽지 않다. 계절은 멈추는 법이 없다. 코로나19로 미처 몰랐거나 잠시 잊었을 뿐이다. 속리산 산행에서 한 가지 깨닫는다. 도불원인인원도 산비이속속리산(道不遠人人遠道 山非離俗俗離山·도는 사람을 멀리하지 않는데 사람이 도를 멀리하고, 산은 세속을 떠나지 않았는데 속세가 산을 떠나 있네.)

서북쪽으로 묘봉이 운해에 살짝 잠긴다. 북쪽으로 밤티능선이 백두대간을 줄곳 따라간다. 그 모습이 그대로 인생길을 닮는다. 두툼하게 쌓인 눈이 앞선 흔적을 지운다. 나무 계단도 잘 보이지 않는다. 그저 발 디딜 때마다 나는 뽀드득 소리만 들린다. 도(道)와 사람(人), 산(山)과 속세(俗世)를 떠올린다. 내가 새로워야 새해도 새롭다. 2021년, 한해 내내 사람들이 활짝 웃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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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