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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1㎏당 고작 40원…코로나시대 혹독한 겨울나기

폐지 줍는 노인 청주지역만 최소 550명
중국 수입 감소 여파 가격도 5년 전比 반토막
다양한 사연 안고 거리서 사투 중

  • 웹출고시간2020.11.09 20:51:34
  • 최종수정2020.11.09 20:51:34

쌀쌀한 날씨를 보인 9일 오전 청주 성안길에서 한 노인이 박스 등 폐지가 가득 실린 리어카를 끌고 있다.

ⓒ 김태훈기자
[충북일보] 급작스럽게 찾아온 코로나19와 여름철 집중호우는 서민 경제를 초토화시켰다.

입동(立冬·7일)이 지나면서 슬며시 찾아오는 추위는 가뜩이나 쓸쓸한 서민들의 폐부에 스미고 있다.

조그만 푼돈이라도 쥐기 위한 노인들의 힘겨운 사투는 겨울의 문턱에서도 여전히 치열하다.

아침 기온이 영하 4도까지 떨어진 9일 오전 청주시 청원구의 한 거리.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리어카를 힘겹게 끌고 있는 노인 A(72)씨는 오늘도 길거리로 나왔다.

거리에 지저분하게 놓인 박스를 발견이라도 하면 쏜살같이 접근해 리어카에 고이 접어 올린다.

오전 내내 거리를 누빈 A씨는 점심시간이 다 돼서야 자주 이용하는 폐기물업체, 일명 '고물상'에 들어선다.

A씨의 노동의 대가는 단돈 1천원도 되지 않았다. 폐지 가격이 많이 떨어진 데다 예전만큼 거리에 박스와 같은 '고물'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A씨는 "어쩔 수 없지. 고물 주으러 다니는 사람도 많아졌고, 폐지도 많이 없어. 운 좋게 식당 근처를 지나다가 재료 들어있던 박스를 주으면 횡재한거지"라며 푸념했다.

그는 "돈이 없어서 리어카를 끈다기보다 그냥 소일거리야. 운동도 되고, 돈을 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아"라며 웃으며 말했다.

청주지역에서 폐지를 모으며 생활하는 65세 이상 노인은 지난해 기준 550명. 65세 이하 장년층과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노인까지 더하면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생계가 어려워져 폐지를 줍는 노인부터 단순 소일거리 삼아 폐지를 줍는 노인, 자녀들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꿈꾸는 노인 등 그들은 다양한 사연으로 거리에 나온다.

하지만, 이 생활도 마치 20대의 취업전선과 같은 경쟁구도가 심해 허탕을 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히, 매년 떨어지는 폐지 가격은 노인들의 노동력에 대한 값어치까지 떨어뜨리고 있다.

고물상마다 차이가 있으나 5년 전인 2015년만해도 1㎏당 60~80원 수준이었던 폐지값은 이날 청주의 한 고물상에서 확인한 결과 절반 수준인 40원까지 떨어졌다.

젊은이들이 흔히 마시는 4천 원의 아메리카노를 사기 위해서는 100㎏의 폐지가 필요한 셈이다.

폐짓값이 떨어지는 이유로 중국의 폐지 수입 감소 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노인들에게 외부 요인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하루 노동의 대가를 고스란히 받길 바랄 뿐이다.

"나라에서 주는 돈도 좋지만, 가만히 있으면 되나. 근데 날씨가 벌써 추워져서 큰일이야."

A씨는 옷깃을 여미며 비어있는 리어카를 끌고 또 다른 보물찾기에 나섰다.

/ 강준식기자 good12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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