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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9.14 17:44:36
  • 최종수정2020.09.14 17:44:36
[충북일보] '부모찬스' 논란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사실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해석만이 존재한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경구가 뼈아프게 가슴에 와 닿는다.

*** '내 자식 이기주의' 버려야

사회적 지위가 대물림된다. 우월한 계급의 부모는 물질적 자산과 자본을 자녀에게 투입한다. 언제부터인가 부모의 계급이 자식의 계급이 된다. 엘리트 계급 자녀들이 우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출발선부터 차이가 만들어지는 사회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의 전 군 지휘관이 실명으로 입장문을 냈다. "청탁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고 했다. 추 장관은 SNS로 유감 표명을 했다. "딱히 절차를 어길 이유가 없었다"며 억울함을 드러냈다. 검찰은 8개월 만에 아들 서모(27)씨를 처음 불러 조사했다. 정치권의 '부모찬스'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또 불거진 '아빠찬스' '엄마찬스' 얘기다. 족쇄가 돼버린 부모와 자녀의 관계성을 말한다. 복잡하게 엉킨 자녀 문제 대리전이다. 그것도 권력의 중심부에서 일어났다. 과한 가족애가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추 장관의 '엄마찬스' 사용은 추정하기 쉽다. 보도에 나온 대로 아들 서씨는 복무 중에 58일이나 휴가를 다녀왔다. 하지만 19일은 병가 기록조차 없다. 병가가 끝난 후에도 복귀하지 않았다. 휴가 처리는 사후에 이뤄졌다. 당시 추 장관은 집권당 대표였다. 추 장관 말고도 비슷한 논란이 많았다. 최순실 사태도 '엄마 찬스'가 화근이었다. 끝내 대통령 탄핵까지 불렀다. 돌고 도는 역사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아빠 찬스'를 잘못 썼다. 결국 장관직에서 쫓겨났다. 이 땅에서 벌어진 '부모찬스'의 민낯이다.

권력중심에 있는 정치인 부모의 헌신은 놀랍다. 때론 사회적 지위 남용도 꺼리지 않는다. 신독(愼獨)의 자세는 없다. 자녀를 바른 사람으로 키우려는 노력도 없다. 자립적인 사람으로 키우려 하지도 않는다. 그저 쉽게 잘 되게 하는 법만 가르친다. 그래서 종종 자녀가 부모의 약점이 되곤 한다. 상대를 향한 주요 공격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견제용으로 일단 상대 자녀를 털면 나오기 때문이다. 이 지점이 아주 놀랍다. 정치인 대부분이 자녀 문제를 갖고 있다. 이미 정치권에선 흔한 이야기다.

추 장관은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이제 제기된 의혹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놔야 한다. 추 장관의 자녀를 둘러싼 의혹 파악은 사실 간단하다. 조국 사태와도 다르다. 먼 옛날 얘기도 아니다. 불과 3년 전 일이다. 수사능력을 갖춘 검사라면 할 수 있다. 추 장관도 스스로 "아주 쉬운 수사"(8월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간단한 사건 하나에 정치권 전체가 나서 다투고 있다. 국민 스트레스 지수를 엄청나게 올리고 있다. 안 그래도 힘든 시기에 두 배 짜증나게 한다.

자녀들을 신처럼 떠받드는 '자식광신도'들이 넘치는 시대다. 게다가 계급의 재생산은 고질적 사회현상이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계급이 그대로 자녀의 원천적 자산이 된다. 추 장관 스스로 나서 '내 자식 이기주의'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제도권 정치인들이 맡고 있는 공직은 너무 중요하다. 특히 법무부의 경우 정의를 다루는 곳이다. 영문명은 '정의부(Ministry of Justice)'다. 법무부 장관의 영문 직역은 정의부 장관(Minister of Justice)이다. 정의로워야 하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

*** 내 허물도 잘 볼 줄 알아야

모든 사건은 사실의 조각들로 이뤄져 있다. 진실 탐구는 흩어진 조각들을 모으는 일이다. 모자이크를 맞추는 과정이다. 그리스 신화에 디케(Dike)라는 '정의의 여신'이 있다. 인간 세상의 정의 문제를 관장한다. 그런데 언제나 자신의 두 눈을 가리고 산다. 지위나 신분, 연고에 관계없이 공정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다. 추 장관도 그래야 한다.

추 장관의 불법이 확인된 건 없다. 하지만 내 자식을 위해 반칙을 했다면 정의의 수호자가 될 수 없다. 법무부장관은 내 가족의 어려움과 타인의 어려움을 똑같이 봐야 한다. 다른 잣대로 바라본다면 결코 정의로울 수 없다. 잘못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용기에 바탕을 두고 진실하게 뉘우치면 해결된다. 조고각하(照顧脚下)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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