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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5.14 18:50:24
  • 최종수정2020.05.14 18:50:27
[충북일보] 정부가 지난 13일부터 코로나 긴급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4인 가구 기준으로 100만원씩 전 국민이 도움을 받게 된다. 그런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2일 "나는 안 받겠다"고 했다. 여당 총선 당선자들 다수도 지원금 기부를 약속했다. 기부논란은 금방 불거졌다. 한 마디로 정부 발 '관제 기부' 논란이다.

관제 기부 논란은 공직사회로 확산 중이다. 중하위직 공무원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강제 사항이 아니라고 하지만 부담이 된 게 사실이다. 이름만 '자발'이지 '강제'로 변질되는 건 시간문제라는 인식이 크다. 사회지도층이 기부에 앞장서는 건 좋은 현상이다. 사회공동체를 위해 아주 바람직하다. 하지만 관제 논란이 이는 건 유감스럽다.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 운동과 같은 목표를 세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기부는 자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참여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충북에서도 이시종 충북지사와 충북도 간부공무원 20여 명이 기부에 동참했다. 이장섭 국회의원 당선인(더불어민주당·청주 서원)도 참여키로 했다. 국민과 고통을 함께 나누기 위해서다. 무너지는 서민경제를 살리고 경제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작은 의지의 표현이다. 적극 공감한다. 하지만 오해가 있을 수 있다. 재난지원금 기부는 선의의 자발적 선택이어야 한다. 강요할 수도 없고 강요해서도 안 된다. 서민 생계지원과 건전한 소비확산에 따른 경기 부양이라는 정책적 목표가 훼손돼선 안 된다.

기부에 대한 선택 기준은 사람에 따라 아주 다르다. 직급이 높을수록 정부나 단체장의 의도에 따르는 경향성을 띤다. 하위직일수록 내 주장이 강하다. "긴급재난지원금을 받고 싶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핵심은 얼마나 자발적인 기부인가다. 공무원은 강하면서도 약한 존재다. 단체장이나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고위직일수록 기부 독려는 의무 사항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충북도의 간부 공무원들이 대거 기부에 동참한 것도 비슷하다.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만든 결과일 수 있다.

일각에서는 공무원 사회의 기부문화가 반강제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그렇게 변해 갈수록 준조세화 경향을 띤다는 비판도 하고 있다. 기부는 비공개가 바람직하다. 특히 공무원의 경우 기부를 하더라도 공개 하지 않는 게 낫다. 그게 기부의 본래 의도를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번과 같은 기부는 재난지원금을 나눠주는 취지인 소비 활성화와도 맞지 않는다. 지원금을 받으면 마치 죄인이 되는 것처럼 여겨지는 분위기는 최악이다. 여유가 있는 공무원이라면 조용히 기부하면 된다.기부에 타율이 개입하면 의미가 퇴색된다. 재난지원금 기부는 남을 위해 자기 몫을 포기하는 행위다. 당연히 자율에 맡겨야 한다. 기부를 반강제적 의무로 느끼게 해선 안 된다. 코로나19 사태와 분투했던 자발적 시민 정신을 욕되게 하는 일이다. 계층 갈등을 유발해 공동체 의식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 3개월 이내 신청하지 않을 경우 기부로 간주하는 '의제 기부금'도 바람직하지 않다. 자칫 국민의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 절차를 몰랐거나 특별한 사정으로 신청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재난지원금 안내 절차를 더 강화해야 한다. 가능하면 기부 의사를 일일이 확인하는 성의 있는 행정을 펴야 한다. 온라인 신청 과정에서 혼란 없이 기부 의사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액 기부를 선택하면 팝업창을 통해 재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부하지 않음'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재난지원금은 위기 상황에서 소비 진작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장기적으로 경제의 회복력을 키울 수 있는 일관된 정책을 펴야 한다. 기부 종용은 목적과 맞지 않는다.

관제 기부는 정치 프레임에 휩싸이기 쉽다. 일단 정치 프레임에 갇히면 특정 사안의 본질이 왜곡될 수 있다. 국민 인식을 오도할 수도 있다. 불합리를 합리로 둔갑시킬 수도 있다. 득보다 실이 많다. 유도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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