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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2.13 19:18:58
  • 최종수정2020.02.13 19:19:18
[충북일보] 고국을 떠난 많은 문화재들이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예산 부족 등으로 환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도 환수 활동은 계속되고 있다.

조선시대 충주 출신 정필(鄭泌·1639~1708)의 묘지석 반환작업도 시작됐다. 정필은 조선 중기 문신 송강 정철의 3대손이다. 그의 묘지석이 미국에서 발견됐다. (재)문화유산회복재단이 지난해 10월 미국 방문조사 때 발견했다. 한 재미동포가 그의 묘지석을 구입해 소장하고 있는 걸 확인했다. 이 묘지석은 영의정을 지낸 동생 정호(鄭泌·1648~1736)가 을사년(1725) 7월에 썼다. 모두 6장의 청화백자로 제작됐다. 형인 정필의 죽음을 애도하고 그의 삶을 기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단은 이미 소장자에게 미국의 경매에 내놓지 말고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한 상태다.

한국정부는 일본과 프랑스 등 과거의 열강을 상대로 문화재 반환요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문화재들이 너무 많다. 대략 해외에 있는 한국문화재는 17만2천여 점으로 추정된다. 절도나 밀수출 및 밀반입, 전쟁과 같은 경로를 통해 유출됐다. 문화재 환수는 이렇게 유출된 문화재를 원래 소유 국가가 다시 돌려받는 일이다. 구입, 기증, 국가 간 협정 등의 방법이 있다. 하지만 법적인 효력과 강제성은 없다. 환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다. 그러다 보니 구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화재 대부분이 아주 고가여서 구입에 한계가 따르기도 한다. 문화재 환수는 국가 간 협정을 통해 해결하는 게 제일 좋다. 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 빼앗아간 거니까 돌려받으면 된다는 논리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열강의 지배를 받았던 세계 여러 나라가 독립했다. 그 뒤 문화재를 가져간 나라에 반환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1970년 유네스코가 '문화재 불법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 금지에 관한 협약'을 발표했어도 별 효과가 없다. 국가 간의 합의가 필요하고 비준국들 사이의 문제라 이 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국가엔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급 적용이 안 돼 1970년 이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외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한국문화재 상당수는 과거 침략이나 식민지배, 전쟁 등 혼란기에 불법 반출됐다. 특히 일본에 있는 대부분의 한국문화재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강점기 때 약탈됐다. 국보급이나 보물급의 높은 가치를 갖고 있다. 일본 소재 문화재를 빼고 한국 미술사, 고고학, 서지학 등의 저술이 어려울 정도다. 기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문화재 환수를 위한 정부 당국의 노력과 의지는 아주 훌륭하다. 하지만 해외문화재에 대한 현황과 반출 경위 등을 정확히 조사·연구·분석하는 게 먼저다. 그런 다음 예산을 세우고 국제 공조와 국제 연대를 강화해야 효율적이다.

돌려받은 문화재를 온전히 보존할 인프라 구축 역시 중요하다. 환수 문화재 보관 장소에 대한 결정도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박물관 또는 본래의 자리로 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은 환수 여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환수 활동과 동시에 지속가능한 문화재 보존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 있다. 관리 전문 인력 양성과 균열 및 파손 등에 대비한 보호 시스템 도입 등도 필수조건이다. 지방에서 국유문화재 보존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진다면 반출 문화재들의 지역 환수는 보다 긍정적으로 검토될 수 있다. (재)문화유산회복재단이 추진하는 정필 묘지석도 다르지 않다.

현재 해외에 있는 한국문화재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하지만 이마저도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개인 다락방에 숨겨져 있거나 박물관에서 노출시키지 않은 것까지 합치면 몇 배가 될지도 모른다. 원만한 환수를 위해 정부 차원의 외교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 감정적으로 대응할 문제가 아니다. 합리적이고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문화재는 단순한 학문적 연구대상이 아니다. 민족의 정신과 정체성을 담고 있다. 한 집단의 구심체가 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국을 떠난 문화재 환수는 궁극적으로 우리의 얼 찾기다. 단순히 위치의 회복 문제가 아니다.

해외로 유출된 문화재를 하루라도 빨리 되찾아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돈으로만 되는 게 아니다. 현재 소유자와 시간을 갖고 꾸준히 인간적인 교감을 나누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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