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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2.11 19:33:43
  • 최종수정2020.02.11 19:33:46
[충북일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큰일을 냈다. 한국영화역사 101년 만에 최고의 장면을 연출했다. 한국영화를 넘어 아카데미 역사까지 새로 섰다.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로는 처음으로 작품상을 받았다. 여기에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모두 4개 부문을 휩쓸었다.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 무대에 오른 건 '기생충'이 처음이다. 게다가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4관왕을 차지했다. 아카데미는 그동안 한국과 무관하게 느껴졌다. 도저히 넘기 힘든 벽처럼 여겨졌다. 그런 아카데미였다. '기생충'은 거기서 처음 후보에 오르자마자 '만루 홈런'을 쳤다. 한국 영화의 세계화를 입증한 셈이다. 세계를 호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한국 영화인들이 흘린 땀과 눈물의 보상이었다. '기생충'은 100% 국내 자본으로 제작됐다. 성공 비결도 한국적이었다. 한국의 문제이면서 지구촌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빈부격차와 양극화 문제를 한국적으로 풀어냈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은 한국의 영광이자 충무로의 쾌거다. 한국 영화가 세계에서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제공했다. 한국영화계는 이번 수상을 자양분으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제2, 제3의 '봉준호'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영화계는 지금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블록버스터 영화에 점령당하고 있다. 단편영화의 현실은 참혹하기만 하다. 제작을 마치고도 상영관을 찾지 못할 때가 많다. 하루 빨리 양쪽이 상생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기생충'은 격차를 말했다. 가난한 가족이 부잣집의 높은 계단을 오르려다 다시 지하실 계단으로 굴러 떨어지는 과정을 그렸다. 계층 이동 사다리가 끊어진 현실을 고발했다. 하지만 부유한 가족과 가난한 가족을 선과 악으로 가르지 않았다. 옳고 그름을 넘어선 공동체의 문제임을 시사했다. 양극화의 심각성을 드러내며 세계 각지에 비슷한 문제의식을 던져줬다. 하나 같이 공감토록 했다. 영화 기생충은 한국영화를 세계의 톱클래스로 올려놓는 계기를 만들었다. 영화가 '미래 먹거리'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줬다. 문화의 힘으로 국가의 품격을 높였다. 한국의 영화역사는 이제 '기생충' 이전과 이후로 나뉠 수밖에 없다.

좋든 싫든 '기생충'의 아카데미 4관왕은 많은 걸 시사하고 있다. 더 중요한 건 '기생충' 이후다. 제2, 제3의 '기생충'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만들어질 수 없다. 단편영화에 대한 꾸준한 투자와 관심이 이어져야 한다. '기생충'이 한국영화계에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소극적으로 받아들이면 단편영화의 활성화라고 할 수 있다. 아카데미 4관왕을 한 봉준호 감독의 시작도 단편영화였다. "모든 영화는 단편영화로 시작해 단편영화로 끝난다"는 어느 영화감독의 말처럼 단편영화는 영화의 기초이자 기본이다. 단편영화가 살아야 모든 영화가 살고 영화계가 활성화할 수 있다.

이미 유명세를 얻은 감독에게만 투자가 몰려선 폭넓은 영화발전을 이루기 어렵다. 도발적인 물음을 던지고 사회적 비판을 날리는 단편영화에도 관심과 투자가 있어야 한다. 어렵게 제작한 영화가 스크린에 걸릴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면 공정하지 못하다. 지금부터라도 단편영화의 토양을 단단히 해야 한다. 그게 한국영화를 더 단단하게 하는 길이다. 물론 영화인들의 힘만으론 어렵다. 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키울 토대를 만드는 건 정부와 국회의 몫이다. 공정한 제작 환경이라도 보장해야 한다. 그게 '기생충'의 영광을 오래도록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길이다.

상영관 독과점 폐지는 영화인들의 오랜 요구다. 우리는 우선 대기업 투자배급사 중심의 유통시스템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그래야 한 영화에 상영관을 몰아주는 스크린 독과점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법률 개정이든, 규제 강화든 정부와 국회가 할 일이다. 각 지역에서 열리는 단편영화제 지원도 중요하다. 젊은 영화감독들의 꿈을 키워주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향후 한국영화 100년은 더 아름답고 찬란해야 한다. 세계가 극찬한 '기생충'이다. 불편한 현실 때문에 단발성 영광으로 끝나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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