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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명월 산경탐사Ⅰ- 한남금북정맥을 가다 ⑫

큰 산은 큰 인물을 낳고…

  • 웹출고시간2008.10.16 18:45:2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가을이 왔음을 수줍은 색시처럼 설레던 것이 엊그젠데 강원도 땅은 벌써 아침기온이 영하로 내려갔다고 한다.

춘하추동 뚜렷한 사계절이었던 이 강산의 절기가 지구 온난화로 긴여름과 긴겨울 그리고 짧은 봄과 가을로 바뀌고 있다지만 짧은가을은 왠지 모를 슬픔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짧기에 가을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더욱 강렬하게 실어주는 것은 아닐까. 마음가득 애잔함이 밀려온다.

음성군 원남면 행치재.

가는 가을의 아쉬움을 달래며 찾은 행치재는 그런 계절의 변화를 아는지 모르는지 말이 없다. 청풍명월 산경탐사 11차 탐사는 이곳 행치재를 출발해 감우재까지 10㎞를 걸었다.

지금까지 지나온 구간이 비교적 완만한 능선줄기를 이어와 ‘산타는’ 느낌이 덜했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달랐다.



행치채에서 바로 올라선 큰 산(507m)과 감우재 다가서 있는 보현산(480m)은 한남금북정맥의 진가를 오롯이 드러내보였다.

제법 산다운 산세하며 거친 숲길은 오만한(?) 탐사단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행치재부터 큰 산까지는 된오름길이다. 45도에 가까운 오르막길을 50여분간 올라야 한다.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심장이 빠르게 뛴다. 점점 고도가 높아진다. 나뭇가지 사이로 서서히 원남면 일대의 너른 들판과 지나온 정맥의 마루금이 잡힌다.

헐떡거리며 오른 큰 산 정상. 힘들게 오른데 대한 보답인지 그 곳에서의 조망은 한마디로 압권이었다. 지금까지 정맥을 이어오면서 이렇게 시원한 조망을 본적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거침없는 사위는 멀리 증평의 두타산은 물론 괴산 보광산까지 한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서있다.

정상 한 귀퉁이에 매달려 있는 ‘큰 산’이라는 이름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아마도 이 산은 먼 훗날 자신이 품고 있는 마을에서 세계를 대표하는 큰 인물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탄생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큰 산 아래 마을이 바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생가가 있는 마을임)

금방이라도 푸른 물감이 떨어질듯한 하늘, 황금빛으로 물든 들녘을 마음의 화폭에 담고 다시 정맥길에 나섰다.

큰 산에서 517m봉까지 30여분간은 편안한 숲길이다. 천상화원이 따로없다. 야상화에 숙맥인 필자지만 숲길에 소박하게 피어난 쑥부쟁이와 구절초의 수수한 아름다움에 정신을 잃었다.

야생화에 취한 느낌도 잠시. 517m봉에서 정맥길은 오른쪽으로 급하게 떨어진다. 다리가 중심을 잡도록 스틱에 힘을 주었다. 그래도 미끄러진다. 급기야 보기좋게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한참을 내려앉던 정맥길은 인가가 있는 마을로 다가가면서 순해진다. 마치 뒷동산 산책길에 나선 것처럼 조용한 오솔길이다. 큰 산을 완전히 내려와 이제 길은 야트막한 야산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이 야산줄기에서 오늘 탐사에 있어서 가장 어려움에 직면할 줄이야.

되오름과 내림도 없지만 이곳은 가시덩쿨 그 자체였다. 사람키를 훌쩍 넘어선 가시덩쿨길을 1시간은 족히 헤쳐나가야 했다. 찔리고 할퀴고 마치 정글을 뚫고 나가는 느낌이다. 정맥탐사에 나선 후 처음으로 후회스런 생각이 들었다. 이 구간이 이처럼 가시덩쿨길로 변한 것은 십수년전 벌목을 한 후유증이라고 한다. 벌목만 하고 제대로 조림을 하지 않아 산이 잡목과 가시덩쿨로 덮히게 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행길(?)은 음성읍과 원남면 동음리를 연결하는 돌고개까지 이어졌다.

드디어 돌고개. 이제부터 길은 다시 편안해졌다. 마을 인가를 이웃하며 이어지는 정맥길은 어머니품처럼 푸근하게 다가온다.

돌고개를 출발한지 1시간여, 이번 탐사구간의 마지막 구간인 보현산이 저멀리 아른거린다.

먼발치에서 쳐다봐도 우뚝 솟은 모습이 오름길이 만만치 않음을 예고했다.

행치재에서 50여분 가파르게 올라야 닿는‘큰 산’정상. 큰 산 정상에서는 멀리 증평 두타산은 물론 괴산 보광산 일대까지 보일 정도로 시야가 압권이다.

보현산은 그래도 음성군에서 등산로 등을 정비해 산행에는 그다지 어려움이 없다. 한발한발 오르며 주위를 둘러본다. 멀리 음성읍 일대가 보인다. 정맥길은 음성읍을 비켜 금왕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30여분 가파른 길을 올라서니 능선길로 접어든다. 보현산 능선길도 제법 길게 이어졌다. 10여분 능선길을 걸은 끝에 닿은 보현산 정상(480m).

지나온 방향의 조망은 시원치 않지만 멀리 음성읍 방향의 가엽산과 금왕읍 방향의 부용산이 한눈에 바라다 보인다.

보현산 정상에 매달려 있는 부용지맥 팻말이 시선을 잡는다. 보현산은 한남금북정맥과 부용지맥이 갈라지는 분기점인 것이다.

산줄기 뿐만아니라 정상에서는 오른쪽으로는 음성읍이 왼쪽으로는 금왕읍이 보인다. 그리고 두 지역을 연결하는 새롭게 뚫는 도로가 시원스럽게 뻗어있다.

보현상 정상에서 내려서면 이번 탐사의 종착점인 승주고개에 달하게 된다. 내림길은 순탄하다.

오른쪽으로 6.25전쟁 전적지인 감우재고개가 가을햇살 덕에 더욱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승주고개를 거쳐 도로까지 이어지는 산기슭에 층층이 자리잡은 전원주택이 고즈넉하다.

짧은 가을 오후의 정적을 깨는 개들의 설레발도 정겹게 들린다. 그뒤로 해걸음이 길게 드리워졌다.


/특별취재반

△반기문 생가와 큰산

음성군 원남면 상당리 행치재는 한남금북정맥 가운데 주요 포인트가 되는 곳이다.

더욱이 이곳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생가가 자리잡고 있어 세인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음성군 원남면 상당리 행치마을로 광주반씨 집성촌이다.

집성촌이라는 사실을 증명하 듯 마을 뒤편 산에는 종중묘역이 조성돼 있다.

음성군에서는 세계적인 인물이 탄생한 이곳에 생가를 복원하고 관광자원화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사원이 완료되면 이 곳은 아마도 전국적으로 유명한 관광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바로 반기문 생가가 있는 마을을 품고 있는 산이 ‘큰 산’이다. 큰 산은 일명 보덕산이라고도 불린다.

큰 산이 품고 있는 마을에서 반기문이라는 큰 인물이 태어났다는 것이 이채롭다.

더욱이 큰 산은 반기원생가복원사업과 함께 연계 관광자원화하는 방안이 좋을 정도로 뛰어난 산세를 갖고 있다.

비록 오름길이 다소 가파르지만 쉬엄쉬엄 올라도 50여분이면 오를 수 있고, 특히 정상에서의 조망은 이 일대에서는 가히 최고다.

멀리 증평은 물론 괴산일대까지도 한눈에 들어오고 꿈틀거리고 굽이치는 한남금북정맥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천혜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

정상에 산행꾼들이 쉴 수 있는 쉼터나 시설 등을 갖춘다면 가족단위 등산객들이 즐겨 찾을 수 있는 산행지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1944년 창고업을 하던 아버지 반명환(1991년 작고)씨의 3남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충주로 옮겨간 반 사무총장은 충주중과 충주고를 나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했다.

1970년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교관의 길을 걸었다. 외무부 미주국장을 거쳐 2004년 외교통상부장관을 역임했다.

반 총장의 취임을 축하하는 행사로 음성군에서는 반기문 마라톤대회를, 충북도교육청은 반기문 영어경시대회 등을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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