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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7.05 15:36:46
  • 최종수정2015.07.05 15:36:44

김애중

잘 생긴 돼지머리가 노란 지폐 여러 장을 입에 물고 있다. 마치 활짝 웃는 듯하다. 그 뒤에는 팥고물 떡이 가득 담긴 큰 시루가 있다. 하얀 실타래를 두른 북어는 꼬리를 떡시루에 살짝 담그고 머리를 북쪽으로 쳐들고 있다. 그 양쪽으로는 큰 수박덩이를 하나씩, 그리고 적당한 자리에 대추, 밤, 등 다른 과일과 음식들을 올려놓으니 상차림이 푸짐하다. 마지막으로 오른쪽 끝에는 남편의 핸드폰, 왼쪽 끝에는 내 것을 정성껏 올려놓았다. 두 전화기를 쳐다보며 마음속으로 간절히 염원한다.

'제발 이 전화로 주문이 폭주하게 해 주소서!'

큰 사발에 막걸리를 따르는 손이 조심스럽다. 경건한 마음으로 절하고 물러나 주변을 살펴본다. 넓은 공장건물 안에 커다란 기계들이 웅장하게 들어서 있다. 4개월 동안 노심초사하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그동안 건물 짓고 기계 설치하는 과정에서 밤잠 설치기를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고사 상 앞에서 함께 절을 올린 남편과 직원들은 자못 숙연한 표정이다. 나도 뭉클한 마음이 들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1993년, 안정된 직장에 다니던 나는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과감하게 사표를 냈다. 남편의 사업을 돕기 위해서였다. 남편은 우연히 친구의 권유로 스물아홉의 젊은 나이에 겁도 없이 제조업에 뛰어들었었다. 농민후계자 출신으로 순박하기만 했던 남편은 그야말로 서로 물고 뜯는 전쟁터나 다름없는 세상 속으로 빠져든 것이다.

그런 남편을 돕겠다고 달려든 나도 별로 다를 바가 없었다. 직장생활만 얌전하게 했던 터라 시쳇말로 숙맥이나 다름없었다. 우리의 앞길은 불을 보듯 뻔했다. 많은 시행착오로 갖은 고생을 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외상으로 제품을 팔고 한 푼도 못 받은 적도 있다. 또 큰 금액을 어음으로 받았다가 그 회사 부도로 왕창 손해 보는 일도 여러 차례였다. 가끔씩 직원들이 다치는 일도 생겼다. 남편은 동분서주하느라 많은 운전을 하는 탓에 툭하면 교통사고를 내거나 다른 차에 들이 받혀서 돌아오기도 했다. 뒤처리는 거의 내 차지였다. 나는 속이 시커멓게 타들었다.

자금은 점점 부족해지고 쓸 곳은 많아지니 어쩔 수 없이 사채시장에 손을 내밀게 됐다. 사채시장은 무섭다. 그들의 규칙도 무섭지만 사람들은 더 무섭다. 점잖게 말하다가도 협박할라치면 금방 험한 말을 쏟아 붓는다. 그 사람들의 시선이 얼굴에 달라붙어 있는 것 같아 집에 돌아오면 몇 번이나 세수를 하곤 했다.

외환위기 때는 너무나 힘들어 모든 것을 포기하려 했다. 그러나 갈 곳이 없었다. 어린 두 아들을 보며 힘을 내야했다. 직접 배달도 다니고 기계를 만지며 제품 생산하는 일도 했다. 그러면서 나는 억척스런 여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바라는 바는 아니었지만 사업가의 아내에서 점점 사업가로 변해 있었다.

어찌 나만 고생했으랴. 남편은 더욱 더 힘들었을 것이고 이런 과정을 지켜보신 양가 부모님들은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까. 어린 나이에 수시로 공장 일을 거들어준 큰아들의 기억 속에도 같은 아픔이 있을 것이다.

이제 이번 기회로 낡은 기계를 모두 없애고 새 기계를 들여 놓았다. 좋은 제품이 나올 뿐만 아니라 생산량도 대폭 늘었다. 직원 수도 늘었다. 그리고 빚도 늘었다. 희망이 두 배라면 위험도 두 배인 셈이다. 이 모든 것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난 이미 그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걱정하는가, 기도할 수 있는데…….' 언젠가 길가에서 우연히 보게 된 글귀이다. 큰 위안을 주는 말이다.

오늘도 기도하며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어본다.

"비나이다. 나로 인해 고생하는 이가 없도록 해주시고, 나로 인해 내 이웃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힘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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