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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힐링여행 - 변산 마실 길 '적벽강 노을 길'

바다를 따라 마실 가듯 걷다

  • 웹출고시간2013.11.10 16:51:03
  • 최종수정2014.01.12 15:54:58
가을이 익고 있다. 어디에 눈을 둬도 붉고 노랗게 물든 색감(色感)이 사람의 오감(五感)을 홀려낸다. 덕분에 참지 못하고 길을 나서고 만다. 이 가을을 제대로 느끼고 싶어, 변산 마실 길로 향했다. 변산 마실 길은 2011년 국토해양부로부터 '해안 누리 길'로 선정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올해의 걷고 싶은 길, 전국 5대 명품 길'로 선정됐다. 벌써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발로 걷는 길로 유명해졌다. 이 길은 해안가로 난 8개의 코스, 내륙 5개 코스로 이루어졌다. 이 가운데 1구간 3코스인 성천항에서 적벽강, 채석강, 격포항으로 이어지는 코스가 가장 유명하다.

바다가 보이는 마실길

변산 마실길 1구간 3코스 '적벽강 노을길'의 출발지는 성천교다. 고사포해수욕장의 끝자락과 만나는 성천포구는 안온한 요새처럼 웅크리고 있다. 바다에서 백사장과 해안절벽 사이 좁다란 물줄기를 따라 들어가면 포구가 자리하고 있다. 포구 옆 산을 따라 이어지는 해안 초소 길은 바다와 육지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가는 실처럼 이어졌다. 짙은 숲길과 탁 트인 바다의 매력을 동시에 맛볼 수가 있어 색달랐다. 숲길을 빠져 오르막 산길을 10분쯤 걸어 오르니 수평선에 외로운 섬 하나, 하섬이 우리를 맞는다. 넓고 시원한 풍경은 걷는 속도를 저절로 늦추게 만든다. 느릿느릿 걸으니 풍경에 저절로 빨려드는 느낌이다. 마주 오는 갯바람을 그대로 먹고 마시니, 생수를 마신듯 시원했다. 멀리 바다 햇살은 손으로 만져질 듯 투명했으며 바다와 조화를 이룬 절애(絶崖)는 그저 그림이었다. 프랑스 사회학교수 다비드 르 브르통은 그의 산문집인 '걷기예찬'에서 말했다.


"걷는다는 것은 세계를 온전히 경험한다는 것이다. 이때 경험의 주도권은 인간에게 돌아온다. 기차나 자동차는 육체의 수동성과 세계를 멀리하는 길만 가르쳐 주지만, 그와 달리 걷기는 전에 알지 못했던 장소들과 얼굴들을 발견하고 몸을 통해서 무궁무진한 감각과 관능의 세계에 대한 지식을 확대하기 위하여 걷는다."

마실길 코스

하섬은 매월 보름과 그믐날 전후, 2~3일 동안 바닷물이 갈라진다. 물이 빠지면 관광객들은 바지락을 캐고, 바닷길을 걷을 수 있다. 주변 풍광은 하섬을 비롯해 누에섬, 위도, 고군산군도, 새만금방조제 등의 바다 전체를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조망 포인트다. 하섬을 지나자 마실길은 반월마을 고샅길로 이어졌다. 이 길은 온통 낙엽길이다. 낙엽이 쌓이고 쌓여 푹신한 잔디를 밟고 가는 것처럼 관절이 편안하다. 끝없이 펼쳐진 변산반도는 늘 곁에 있는 친구처럼 정겨웠다. 가을햇살이 반짝이는 바다는 그저 감미롭다. 약간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적당히 섞여 있어 재미를 더한다. 바람에 섞여 풍겨오는 갯벌 내음과 소나무, 굴참나무가 어우러진 숲의 향기가 조화를 이룬다. 뱃고동 소리와 파도소리마저도 길동무가 되어주니 지루할 새가 없다. 해안선의 모습을 따라 이어진 길은 오래 전 섬사람들이 마실 다니던 길이었다. 눈으로 경물을 보면서 가슴으로 생각하며 호흡할 수 있는 길이다. 숨을 가다듬고 마음 내키는 대로 멈추고, 생각하고, 가던 길을 계속 가본다. 마주 오는 낯선 사람, 오막한 집들 그리고 예측 없이 불어오는 바람들……이들을 느끼면 그동안 몰랐던 세상들이 내 안에 문(門)을 열고 들어온다. 걷는다는 것은 자신의 몸의 감각을 깨우고 단련시키는 능동적 형식의 명상이다.

적병강

그렇게 걷다보면 흡사 육지가 바다를 향해 툭 튀어 나온 느낌의 병풍처럼 펼쳐진 해안절벽, 적벽강을 만난다. 변산면 격포리에 자리한 적벽강은 후박나무 군락지가 있는 격포리로부터 용두산을 감싸는 2㎞의 해안선을 이룬다. 적벽강(赤壁江)이란 이름은 송나라의 소동파가 즐겨 찾았다는 중국의 적벽강과 닮았다 하여 같은 이름을 얻었다. 해질녘 적색을 띤 벼랑에 붉은 기운이 내려앉을 때의 모습이 장관이다. 해수욕의 명소 격포해수욕장 끝자락에는 부안 최고의 명물 채석강을 만날 수 있다.

채석강

억겁의 세월 속에 형성된 채석강의 지질학적 신비는 자연이 만들어낸 최고의 작품이다. 해수침식작용으로 층을 이룬 절벽 아래로 펼쳐진 편마암층은 벼루를 연상하게 하고, 닭이봉 아래의 층암절벽은 수만 권의 책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것 같다.

채석강 전경

인근 격포항은 고군산군도 등 서해안 섬을 오가는 중심포구다. 채석강에서 격포항으로 가는 길은 밀물이 들어차면 잠시 바닷길이 끊기기도 하는 것이 흠이라면 흠. 하지만 언제나 소유할 수 없는 존재는 아쉬운 듯 귀한 법이다. 그래서 더욱 매력으로 다가오는 변산 마실 길이다. 근교에 내변산의 협곡과 폭포, 계곡의 등산코스가 있다. 또한 내소사, 월명함, 개암사 등의 고찰을 답사할 수 있다. 약 십리 길을 걷고 나니 기분 좋은 허기가 밀려든다. 이럴 때는 다비드로 브르통의 말처럼 어떤 음식이 들어와도 그저 꿀맛이다.

"여러 시간 동안 고단하게 애쓴 다음 잠시 쉬는 순간만큼 음식이 달고 맛있을 수는 없다. 그 음식이 비록 보잘것없는 소량이라도. 걷는 행위는 삶의 평범한 순간들의 가치를 바꿔놓는다."

이 가을 풍경이 자꾸 길 위로 등을 떠민다.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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