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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날 - 단양장의 어제와 오늘

육쪽 마늘로 이름난 첩첩산중의 고장
교통편 험로… 가까이 하기에 먼 장날
경북권 장돌림 많아… 관광객 매상 도움

  • 웹출고시간2013.08.18 18:02:44
  • 최종수정2013.08.18 17:34:52
◇1983년 어느 날

단양과 영춘을 오가는 첫 관문인 덕천나루. 장꾼을 실어나르는 버스가 도선목을 건너고 있다.

ⓒ / 임병무
흔히들 단양(丹陽)을 가리켜 '울고 갔다 울고 나오는 곳'이라 부른다. 갈 때는 서러워 울고, 올 때는 정들어 별루(別淚)를 뿌린다고 한다.

충북에서 맨 끝인 첩첩산중으로 관리들이 발령을 받으면 으레 좌천이나 귀양살이로 알았지만, 실제 그곳에서 근무하다 보면 자연에 취하고 풋풋한 인심에 젖어 자신도 모르게 흠뻑 정이 들고 만다는 것이다. 신관 사또나 지방 관리들이 이곳을 떠날 때는 전송 행렬이 단양 장터거리를 훨씬 벗어나 동구 밖까지 이르렀다고 전해진다.

충주에서 한수(寒水)를 지나 봉화재를 넘어서면 퍼렇다 못해 검은색을 띤 넘실대는 강물이 금방 눈언저리로 밀어닥친다. 덜컹대는 완행버스의 요동에 따라 강물은 수많은 산봉우리를 삼켰다 토해냈다 재주를 피운다.

장회리 강선대를 돌아 20여리 길을 재촉하면 산수 빼어난 단양 땅을 밟게 된다. 충주댐 수몰로 시가지는 소백산 삭풍에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으나 장터거리의 경기는 을씨년스러운 초겨울 날씨를 모른 채 열기를 더해간다.

만학천봉(萬壑千峰)을 돌고 돌아 수백리길을 냅쳐온 장꾼도, 죽령 높은 재를 넘어온 남도(南道) 과객도 우선 단양장에 이르면 단양의 특산물인 '육쪽 마늘'을 제일 먼저 찾는다.

단양 육쪽 마늘은 한 통에 여섯 쪽이 틀어박혀 있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타 지역 마늘이 대개 10~12쪽인데 반해 이곳의 마늘은 어느 것을 까보아도 똑같이 여섯 쪽이다. 이 마늘은 맵고 썩지 않는 게 특징이다. 유황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어 그 조직이 단단해 저장하기에도 좋다.

배수가 잘 되는 석회암 지대에서 생산돼 수월치 않은 농가 소득을 올린다. 올해에도 342ha에서 2천223t을 생산해 무려 44억4천600만원의 소득을 올려줬다.

"떡 좀 잡수고 가셔." 장 보러 나온 아낙네들의 배를 채워주는 데는 인절미, 개피떡(일명 바람떡)같은 주전부리가 그만이었다.

ⓒ / 임병무
옥에도 티가 있고, 알곡에도 뉘가 있다는 말이 있듯 인기 높은 육쪽 마늘에 편승해 타지의 마늘이 눈 깜짝할 사이에 육쪽 마늘로 둔갑해 상거래를 어지럽히기도 한다. 일반 수요자들이야 여섯 쪽이 났으면 무조건 단양 육쪽 마늘로 믿기 일쑤여서 악덕 상인의 농간에 용빼는 재주 없이 속아 넘어가고 만다.

단 한 가지 식별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단양산(産)은 마늘 뿌리에 뻘건 흙물이 묻어 있다. 그러나 운반 과정에서 흙물이 털리면 어느 게 어느 것인지 구별하기가 난감하다. 어쨌든 단양 주민들은 미곡보다 마늘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니 실로 단양의 보내가 아닐 수 없다.

1일과 6일에 서는 단양 장날이면 인근 주민뿐만 아니라 수많은 외방 저자돌림이 줄지어 모여든다. 경북 풍기, 영주 장꾼들은 죽령을 넘어 오고 문경 동노면 주민들은 벌재를 기어오른다. 제천이나 충주 장꾼도 심심찮게 찾아들고 있지만 단양 적성면 장꾼에 비할 바는 못 된다. 이곳 주민들은 장날이 오면 하진(下津) 나루를 건넌다. 어쩌다 물이 불어 나루를 건너지 못하면 단양장의 경기도 신통치 않다는 게다.

산나물, 더덕, 취나물, 산추기름 등 심산유곡에서 캐내온 산나물이 이들이 가지고 나오는 주요 물목이다. 그중에서도 산추기름은 식용유로 쓰여 지는데 녹두 부침에는 그만이다.

조용하던 산골 마을에는 1937년 중앙선이 개통되고 탄광이 잇따라 문을 열면서 북새통을 치르기 시작했다. 한일·현대·성신화학에서 생산되는 시멘트 양은 국내 수요를 충당하고도 남으며 그 외에도 크고 작은 탄광이 맞장구를 쳐대며 생산량을 올리기에 바쁘다.

그러기에 이곳에는 장사치 외에도 막벌이꾼들이 심심찮게 찾아든다. 단양읍의 인구가 들쑥날쑥 하는 것을 보면 이런 현상을 알아낼 수 있다.

버는 만큼 쓰임새도 많아 시쳇말로 '술발' 센 곳이 단양·제천일대 광공업지대라고 어떤 사람은 말한다.

소금배가 오르내리고 뗏목이 꼬리 물던 하진 나루에는 고요가 맴도는데 시멘트를 쟁여 실은 디젤 기관차가 긴 경적을 울리며 또아리굴로 빨려 든다.

/ 임병무 전 충북일보 논설위원

◇2013년 8월의 어느 날

단양 양백산 활공장에서 내려다본 단양읍의 모습. 읍내 정중앙에서 약간 오른쪽편이 단양5일장이 열리는 구경시장이다.

ⓒ / 임장규기자
제 아무리 아스팔트 도로가 뚫렸다 한들 단양은 여전히 찾아가기 힘든 곳이다. 청주에서 서울 톨게이트까지 1시간40여분이 소요되는데, 단양은 그보다 1시간은 더 걸린다.

자동차 에어컨이 과부하에 걸려 퀴퀴한 냄새를 토해낼 때쯤 남한강으로 둘러싸인 천혜(天惠)의 땅, 단양읍이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낸다.

한 여름 녹조가 잔뜩 낀 남한강이 유유히 흐르고, 그 뒤로는 양백산 활공장에서 뛰어 내린 패러글라이딩 10여개가 수를 놓는다. 도담삼봉으로 시작되는 단양8경 관광을 마친 전국의 피서객들은 마지막으로 단양읍 정중앙에 위치한 '구경시장'을 찾는다.

대개 각 지역의 상설시장은 '○○전통시장'이란 이름을 지니고 있는데 반해 단양은 유별나게 '구경'이란 이름을 쓴다. 단양8경에 전통시장의 1경(景)을 더한 의미와 '흥미나 관심을 가지고 본다'는 우리말 '구경'을 동시에 포함한 뜻이다.

'내침 김에 장이나 보러가자'란 말처럼 구경시장을 찾는 상당수는 외지 관광객들이다. 구경시장 안에서 난전을 펼치는 5일장까지 들어서면 장터거리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3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단양5일장은 원래 구(舊) 단양(지금의 단성면)에 있었다. 1985년 충주댐이 완공되면서 수몰 위기에 처한 상인들이 지금의 단양읍인 신(新) 단양으로 봇짐을 이고 왔다. 새롭게 정비된 시가지다보니 단양5일장과 전통시장은 난전 형태의 다른 지역과 달리 바둑판 모양으로 잘 짜인 모습을 띠게 됐다.

마늘상인 최민경(62)씨가 단양 육쪽 마늘을 손질하고 있다.

ⓒ / 임장규기자
외형은 바뀌었지만 단양장은 예전 명성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그 유명한 '육쪽 마늘'이 여전히 잘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경시장에 발을 들여놓으면 양 옆으로 길게 들어선 마늘 가게들이 눈에 박힌다. 집집마다 마늘을 마치 굴비처럼 새끼줄에 엮어 매달아 놓았다. 단양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전국 유일의 진풍경이다.

단양 특유의 토양인 석회석 황토에서 생산된 마늘은 1접씩 짝을 지어 새 주인을 기다린다. 1접이 100개(통)니, 껍질을 까면 600쪽의 마늘이 튀어 나온다. 다른 지방의 마늘보다 쪽수는 적어도 하나하나 알맹이의 품질은 가히 으뜸이다.

"맛이 어떻게 다르냐고요? 아, 그걸 어떻게 말로 설명해요. 먹어보지 않고는 몰라요. 일단 드셔보시라니깐요? 새로운 세상이 열려요." 강원도와 경북 말씨가 섞인 특유의 단양 사투리를 쓰는 김재홍 상인회장의 달변에 넘어가 4만원짜리 최상급 한 접을 구매했다.

마늘이 한참 수확되는 하지 이후부터 김장철까지는 단양시장과 5일장의 주력 상품은 단연 마늘이다. 상설시장 점포 120곳 중에서 마늘 점포가 22곳인데 주로 외지 관광객들이 찾는다. 반면 5일장 마늘 장돌림들의 주요 고객은 현지 주민들이다. 인구가 워낙 적은 까닭에 서로 안면을 아는 사이라 거의 '반강제(?)' 구매가 이뤄지곤 한다.

오늘날 단양5일장도 예전과 마찬가지로 영주, 풍기 등 경북 북부지방 장돌림의 주 활동 무대다. 이들은 단양장을 본 뒤 제천장과 강원도 영월장, 정선장을 5일 단위로 돈다.

더러 적성면 촌로들이 직접 재배하고 캔 마늘과 산나물, 송이, 도토리, 버섯 등을 행상에 짊어지고 장터거리를 찾는데 매기(買氣)는 신통치 못하다.

저자거리의 주요 고객이었던 탄광 인부들은 거의 종적을 감췄다. 지금도 한일, 성신화학 등 일부 시멘트 공장이 남아 있지만 사양길에 접어든지 오래라 장날 매상에는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대신 핫팬츠 차림의 젊은 여성들이 심심찮게 장터거리를 누빈다. 저 높이 양백산 활공장에서 패러글라이딩으로 내려온 경상도 여장부들이다. 단양은 교통편이 좋지 않아 수도권, 호남권 보다 경북권 관광객들이 특히 많다.

과거엔 그쪽 지방 장돌림들이 단양주민들에게 물건을 팔았지만, 지금은 경북 관광객들이 단양시장의 효자노릇을 하는 이른바 '역(逆)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 임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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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