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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윤기자의 베트남 여행기

꿈결 같은 비경, 비의(秘意)의 사람들

  • 웹출고시간2013.04.07 16:19:1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하롱베이 풍경

늦은 밤, 잠든 하노이시로 비행기는 내려앉았다.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는데 두 시간여…. 차창에 기대어 말 그대로 꿈인지 생시인지 졸다 깨다를 반복하는데 스치는 낯선 거리의 상점들과 민가의 풍경이 꿈속 만화경처럼 펼쳐진다.

호텔방에 들어서니 하롱베이 앞바다가 불빛에 선뜻선뜻 몸을 드러내 보인다. 내일 하루가 고스란히 하롱베이의 비경으로 채워질 생각을 하니 이 밤 잠드는 꿈자리마저 설렐 것 같다.

어깨 겯은 섬들의 향연

키스바위

아침 일찍 작고 아늑한 선실의 배에 올라 서서히 바다로 나아가니 마치 우리의 남해 앞바다에 들어선 기분이다. 하지만 석회암 섬들의 봉우리 모양이 우리의 다도해와는 많이 다르다. 그리고 서로 중첩되어 군도를 이루는 모양도 독특하여 남다른 풍취가 있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시인 정현종이 읊은 섬의 외로운 이미지는 이곳에서 과히 통하지 않는 것 같다. 섬들은 외롭다기보다 어깨를 맞대거나 앞뒤로 기웃거리며 넓은 광장에 옹기종기 기대앉은 군중들 같다.

오죽하면 키스바위까지 있을까. 실제 바위가 맞닿아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보는 각도에 따라 얼굴을 맞대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에 한국 관광객들이 붙인 이름이라 한다.

하롱베이 학교

수상촌을 지나는데 유독 밝은 옥색으로 칠한 작은 오두막이 보였다. 학교라 한다. 지붕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올라앉아 졸고 있다. 아무리 환경이 열악한 곳이라 해도 어딜 가나 학교는 있다. 이 세계를 배우고자, 알고자 하는 인간의 열망이 담긴 배움터가 인간의 집들 사이에 피어난 꽃처럼 느껴져 어쩐지 가슴이 뭉클했다.

섬이 품은 태모의 자궁

황승솟 동굴

하롱베이의 비경은 단순히 외양에만 있지 않았다. 곳곳에 석회암동굴이 있는데 그중에도 황승솟 동굴은 하늘의 궁전 같다하여 천궁동굴이라 불린다. '인디애나 존스' 영화촬영지로 잘 알려져 있는 이 동굴은 태초의 외경스런 분위기로 사람을 압도하는 데가 있었다. 곳곳의 용암 종류석에 색색의 조명을 밝혀 놓아 신비함을 더했는데 동굴답지 않게 널찍한 광장이 있어 인류의 시원(始原)을 보는 듯한 경이로움마저 일었다. 13세기 몽골 침략 때 5천의 군사가 이곳에 숨어 있다가 몽골군을 물리쳤다고 하니 동굴의 규모가 어떠한지 짐작할 만하다.

동굴 한 쪽에는 거북 형상을 닮은 작은 바위가 있었는데 주변에 지폐가 수북했다. 베트남에서 거북이는 지혜의 상징이라고 한다. 그리하여 자녀의 학업운을 비는 부모들이 거북의 머리를 만지며 돈을 놓고 소원을 빈다고 한다. 거북의 머리가 반들반들 닳아 있었다.

신선한 해물요리로 선상에서의 식사를 마치고 티톱섬의 전망대에 올랐다. 티톱은 최초의 소련 우주 비행사인데 베트남의 국부로 숭앙되는 호치민이 그에게 신세를 진 일이 있다 한다. 그가 하롱베이 관광을 할 때 이 섬을 마음에 들어해서 호치민이 섬에 그의 이름을 붙여 주었다는 말이 있다.

삶은 동경을 안고 사는 것

티톱섬에 올라 하롱베이를 둘러보는 시원스런 전경도 멋있었지만 항루원(원숭이섬)의 호수처럼 아늑한 정경도 그에 못지않게 좋았다.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듯 좁고 낮은 바위 입구를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는 항루원은 마치 어머니의 품에 안긴 듯 평화롭고 따스했다. 사공의 노젓는 소리와 뱃전의 물결 부딪는 소리가 오히려 정적을 더했다, 특히나 늙수그레하고 사람좋게 생긴 사공이 애잔한 목소리로 불러주는 베트남 노래가 귓전에 감겨와, 선경에 든 것처럼 잠깐 세상 근심을 잊을 듯 했다.

굴까는 베트남 여인

꿈결같은 눈동자, 내가 연모하는 그를 찾아 깊은 강을 건너요.

꽃이여 어디 있나· 향기로운 청춘의 머리칼은 어디에·

황금빛으로 빛나는 강물 여기 돌아오니 옛 달이 그리워라

사랑은 한 번 가면 돌아오지 않으니 평생 슬퍼한다네

베트남의 민요는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들의 정서와 사랑 표현이 많다고 한다. 사공의 베트남말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내가 알고 있는 베트남 옛노래에 나름대로 가사를 붙여 들으니 그 또한 좋았다.

이어서 도착한 소이심섬, 영화 '인도차이나'의 배경이 되었던 곳이다. 슬몃 깔린 바다 안개 속에서 아이들은 해변가에 앉아 모래로 성을 쌓는다. 중고생 남자아이들이지만 해수욕을 할 수 없으니 모래성을 쌓는 것이리라.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있던 아이들이 손에 흙을 묻히며 모래장난을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저 또한 삶에 대한 그리움의 한 표현이려니…….

베트남의 비의, 하노이의 유적들

호치민이 살던 집

하노이시 호안키엠 호수, 보슬비로 젖고 있어 주변 공원의 풍경과 함께 더욱 운치를 자아낸다. 호수 한가운데 옥산사는 환검(劍還)의 전설이 서려 있는 곳이다. 명의 침략을 물리친 레 타이 투 왕에게 거대한 거북이가 검을 빌려 주었다 되돌려 받았다는 것이 그 내용인데, 원 대군을 물리친 쩐홍다오 장군 등 성인들 또한 모셔져 있는 절이다. 절 안에는 이 호수에서 잡았다는 당시 500세 정도의 거북이가 박제되어 있는데 환검전설의 주인공 거북이 아닐까 추측한다고 한다.

거북은 공자의 사당이 있는 문묘에도 있었다. 베트남 최초의 대학이기도 한 이곳은 과거 합격자들의 이름이 비석에 나열되어 있는데 그 비석에 거북 머리가 붙어 있다. 어딜 가나 거북이는 지혜와 용기의 상징이었다.

호치민 묘

호치민묘가 있는 바딘 광장은 단순하고 군더더기 없는 모양새가 공산국가다운 분위기를 갖추고 있었다. 호치민은 누구나 알고 있듯 베트남 국민들이 국가적 영웅으로 추앙하는 인물이다. 베트남 독립에 기여했고 척박한 환경에서도 젊은 인재들을 육성했으며 무척이나 청렴하여 평생 자신의 집 한 채가 없었다. 그런 그가 늘 곁에 두고 즐겨 읽던 책이 정약용의 목민심서라는 것에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

주석궁

주석궁 한 켠에 작은 가로수길이 있는데 이곳에서 호치민이 망고를 따서 아이들과 놀아주었다고 해서 '망고 로드'라 불린다고 한다. 오직 국가와 국민만을 위해 헌신했던 지혜롭고 깨끗한 호치민과 같은 지도자를 우리도 가졌으면 좋겠다.

베트남은 세계 2위가 많은 나라라고 한다. 쌀 생산이 태국에 이어 2위, 고무는 말레이시아 다음으로 2위, 커피는 브라질에 이어 2위라고 한다. 하지만 어떤 분야든 앞으로 세계 1위로 도약할 가능성이 풍부한 비의를 저들의 얼굴에서 읽어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진취적 용기가 있고, 배움을 열망하는 민족이므로…….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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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