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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천지, 천수만의 겨울 미락(味樂)

바다와 햇볕이 2년간 키운 石花…굴 구이·굴회·굴 국수까지

  • 웹출고시간2013.01.13 17:47:1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바다에 꽃이 피었다. 바다에서 핀 꽃은 추우면 추울수록 단단하여 온천지에 단내를 풍긴다. 바닷물을 먹고 바위에 붙어 자라는 바다의 꽃, 석화(石花)다. 다른 말로 굴이라고 한다. 겨울의 절정 1월이면 석화향이 사방에 진동한다.

천수만 바다는 고요했다. 안면도가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갇힌 듯 고요하기만 한 천수만 바다는 천혜의 산란지다. 생명의 원천인 갯벌을 포근하게 품고 있고 물살이 잔잔한 덕분에 물고기들이 새 생명을 잉태하기에 더 없는 조건이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굴 애호가들로 인해 천북 굴 단지에는 벌써부터 문전성시다. 이미 지난 12월 굴 축제는 끝났지만, 천북 굴은 지금이 절정이다. 방파제 위로 나부끼는 만국기는 축제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천북 굴 단지에 들어서면 바다를 끼고 100여 채의 굴 구이 집이 길게 늘어서 있다. 집 앞에 가득 채운 굴 자루를 쌓아놓고 지나는 손님을 유혹한다.


간이 건물 안에 들어서면 테이블마다 가스 불에 올려진 굵은 석굴들이 석쇠 위에 구워지고 있다. 비치용 의자를 끌어당겨 자리를 잡자 종업원은 쪼르르 달려와 사람 수만큼 목장갑과 과도 그리고 앞치마를 주고 간다. 옆 테이블의 눈치를 보니 저마다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고, 두 손에는 목장갑을 끼고 있다. 뜨거운 불기에 석굴이 살짝 입을 벌리면, 지체 없이 틈 사이로는 과도를 밀어 넣어 석굴을 벌린다. 우윳빛이 감도는 오동통한 굴은 뽀얀 김을 모락모락 피우며 영롱한 진주처럼 모습을 드러낸다. 일행들은 펑펑 튀는 소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잘 익은 굴을 정신없이 파먹고 있다.

가난과 추위가 준 선물


이곳 천북 굴 구이가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갯벌에서 굴을 채취하던 아낙들이 한겨울 언 몸을 녹이려고 불을 피우다 배가 고파 석굴을 통째로 구워 먹었다. 구워먹은 석굴 맛을 잊을 수 없었다는 아낙들의 입소문이 퍼지자, 손님들이 몰려들었고, 동네에서는 하나 둘 난전에 비밀하우스를 쳐놓고 외지 손님들을 받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굴 구이집이 지금은 전국 최대의 굴 구이 단지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현재는 약 100여개의 굴 구이 집이 성업 중이다.

굴양식은 대개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물속에서만 기르는 수하식, 밀물 때는 물에 잠기고 썰물 때 햇빛을 받으며 자라는 지주식이다. 이곳 천북 굴은 지주식이다. 만조 때 물을 빨아 들여 영양분을 섭취하고, 간조 때 햇볕을 쬐어 성장은 늦지만 맛은 깊게 밴다. 천북수산 박상원 대표는 "물속에서만 기르는 수하식 굴은 1년 정도면 다 크지만, 이곳 천북 굴은 지주식으로 2년은 되어야 먹을 만한데 알이 단단하고 맛이 깊다."라고 한다. 이곳 주인이 만들어 주는 굴로 만든 물회는 또 다른 별미다. 박대표는 "물회맛은 1월이 최고다. 동치미가 말갛게 익어 굴을 넣고 양념해 먹으면 최고지."라고 말한다. 콩나물의 독특한 향과 굴 향이 조화를 이루는 천북 굴밥도 추천할 만하다. 천북 굴 단지 내에서 굴 구이(한 다라) 25,000원, 굴 돌솥밥 7000원, 굴 칼국수 5000원 굴 물회는 15,000원이다. 굴 구이는 빨간 고무다라에 나오는데 나중에는 배가 불러 다 못 먹을 정도다.

영양가 만점, 석굴


굴은 우유가 지니고 있는 영양가와 비슷하다고 알려져 있다. 84%의 수분을 갖고 있는 생굴은 입안에서 느껴지는 질감이 독특하고, 단백질 조직이 연약하여 소화하기 쉬운 특징을 갖고 있단다. 굴은 11월부터 2월까지가 제철이라 허한 기를 북돋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굴은 철분이 풍부하기 때문에 빈혈과 피부 미용, 허약한 사람에게 좋다. 하지만 철분은 체내에 잘 흡수되지 않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레몬과 함께 먹으면 레몬의 아스코르브산이 흡수를 도와 효과를 더욱 높여 준다고 하니 미리 레몬을 준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굴 구이와 굴회를 곁들여 마지막 후식으로 굴 국수까지 먹고 난 뒤, 바다를 거닐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바다로 길게 이어진 방파제를 따라 가면 바다로 난 산책길이 아득하다. 검은 갯벌이 끝없이 펼쳐져 있어 아득히 바라보면 겨울바다의 절창이 들리는 듯하다. 썰물로 배를 드러낸 고깃배들은 누워 오수를 즐기고 바닷물은 햇살로 눈부시다. 몇 년째 울릉도 호박엿을 파는 아주머니는 연신 '입에 달라붙지 않는 엿'을 자랑하며 호객한다. 맞은편에 위치한 밤 장수 아저씨는 밤 굽는 기계가 고장 났는지, 무심히 지나가는 손님들을 바라보는 손놀림이 저 혼자 바쁘다.

윤기윤 기자 jawoon62@naver.com

#천북 굴 단지 가는 길

서해안 고속도로 광천IC에서 빠진다. 톨게이트를 나오자마자 우회전하면 된다. 다시 500m쯤 가면 고가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나온다. 내려서자마자 우회전하면 천북 굴단지로 가는 이정표가 보인다. 국도21호를 이용할 경우 광천이나 주포 네거리에서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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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