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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희

청주 예원학원 원장

내가 좋아하는 허장무 시인이 시선집을 내놓았다.

지역 시인들의 시를 싣고 농익은 시인 특유의 문재(文才)를 발휘해 애피타이저와 같은 멋진 해설을 달았다.

명사들이 이렇게 길을 내주면 우리 독자들은 훨씬 쉽게 시 읽는 즐거움에 빠진다.

시 뿐이랴. 그림을 보거나 연주회에 가는 일, 또는 좋은 책을 골라 읽고 건네주는 일.

우리가 지혜롭고 풍요롭게 사는 길에 만날 수 있는 풍경들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자본주의, 멀티미디어시대에는 그 길로 가는 풍경이 마뜩찮다.

길은 있으되 자동차전용도로 같은 속도감만 팽배해 쉬거나 돌아 볼 여유를 주지 않는다.

무엇이 문제인가? 누가 그렇게 만들었을까? 그리고 그 끝은 어디를 향해가고 있는 것인가.

또 어떠한 모양새로 마무리돼 다시 우리에게 돌아 올 것인가.

순수예술이 무너지고 기초과학과 산업공학이 외면 받고, 인문학이 실종되어가는 이 광속의 미디어시대를 사는 우리의 삶은 고달프고 허허롭다.

최근의 서원대 학과폐지로 불거진 캠퍼스의 상업주의와 시장논리는 그래서 우리를 더 서글프게 만든다.

주지하다시피 대한민국의 대학은 이제 거대한 직업전문학교로 체질변화를 꾀하고 있는 듯하다.

그 배경에는 분명 교육과학기술부 대학평가의 그릇된 잣대에서 파생된 파고가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

취업률과 재학생 충원율을 앞세운 교과부의 대학평가 기준은 반드시 재고돼야 마땅하다.

그 논리대로라면, 취약한 지방 사립대의 예술학부는 단 한곳도 살아남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부실대학의 멍에에 아랑곳없이 재단 특유의 배짱(?)과 육영철학으로 상아탑의 기치를 내세울만한 대학이 과연 몇 군데나 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지역 사립대의 예술학부를 지켜야하는 연유는 분명하다.

우선 지역 예술학부는 그 지역의 예술을 꽃피우고 생산해내는 가장 원초적이고 체계적인 예술의 산실이며 근간이다.

성숙한 예술지도자들은 강학을 펼쳐 끊임없이 후학을 양성해내고 전시와 공연을 통해 지역예술의 저변을 만들어 간다.

그것은 마치 물이 흐르고 산천초목이 돋고, 꽃이 피고 지는 일과 같아서 아주 자연스럽게 지역의 예술토양을 만들어 가는데 구성원들과 지역민들은 그저 다양하게 보고 듣고 배우고 나누고 가르치면서 예술 공동체로 풍요롭게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바로 그러한 상생의 예술혼이 들고 나는 곳, 그 곳이 바로 지방대학의 예술학부인 것이다.

상상해보라. 논리의 비약 같기도 하지만 순수예술이 없는 푸른 청주의 거리는 얼마나 쓸쓸할까?

직업란에 음악인이 없고 미술인이 없고 연극인이 없고 시인이 없고 소설가가 없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허전하고 팍팍해질까?

우리의 식탁에 반찬은 없고 밥과 국만 있다면 얼마나 입맛이 없을까?

예술은 우리 식탁의 훌륭한 애피타이저이자 다양한 무늬와 맛을 가진 찬이며 철따라 멋을 내는 우리의 의상 같기도 한 것이다.

서원대 예술학부는(내 열정이 있던 곳) 그동안 청주대 예술학부와 더불어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산실역할을 훌륭히 해 왔다.

우리지역의 더없는 문화자산인 것이다.

더 이상 순수예술을 대학평가의 냉혹한 잣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우리 지역민들의 정서와 풍요로운 삶에 칼을 휘두르는 것과 무엇이 다르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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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