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성재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사

옷깃을 여미는 사람들의 모습에 벌써 겨울이 찾아왔음을 알게 된다. 날씨도 갈수록 성급해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닮아가는 지, 언제 가을이었나 싶게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날씨가 추워지니, 작년 이맘 때 새벽 공기를 마시며 오창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던 기억이 갑자기 떠오른다. 당시만 해도 다시 새벽 버스를 타야한다는 생각으로 인해 마음이 항시 조급하였고 편치 않았다. 하지만 고맙게도 휴직을 한 아내의 큰 결단으로 지금은 이사를 하여 퇴근길 발걸음이 무척 가볍기만 하다.

청주지역은 비교적 수도권과 가깝다는 지리적인 특성 때문인지, 당시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 버스는 항상 승객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서울로 가는 길은 인근 나들목(I·C)을 바로 이용하기도 하였지만, 17번 국도를 따라 가다가 북진천 나들목에서 고속도로에 진입하기도 하였다.

하루는 내가 탄 버스가 후자의 길을 택하여 가고 있었는데, 이 점이 불만이었는지 한 승객이 버스 기사에게 불평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버스 기사는 양해를 구하고 친절히 설명을 하였다. 규정 속도에 따라 국도를 이용하는 것이나, 바로 고속도로에 진입하여 속도를 내어 가는 것이나, 도착시간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아울러 고속도로를 바로 이용하면, 시간에 맞추어 가려다 과속을 하게 되어 승객의 안전문제도 함께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알렸다.

이런 친절한 안내에도 불구하고, 그 승객은 국도로 가는 것이 계속 느리다고 생각했는지 계속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러던 중 고속도로를 들어서게 되었는데 속도를 더 내어 빨리 가자고 재촉하는 것이었다. 잠시 새벽잠에 빠져있던 나는 순간 섬뜩한 이 말에 잠이 확 깨어 버렸다. 어떻게 다른 사람의 생명을 그리도 쉽게 생각하는지, 만일 버스가 과속하다 사고라도 발생하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끔찍한 생각이 들었다.

결국 버스는 예정된 시간에 맞추어 도착하였다. 오는 내내 분이 안 풀렸는지 그 승객은 다시 버스 기사에게 불평을 늘어놓으며 심한 말도 서슴지 않았다. 정말 급한 일이 있었다면 전날 서울로 올라갔으면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을, 괜히 이른 새벽부터 다른 사람의 심기까지 불편하게 만들어야 했는지 참 어이가 없었다.

실제 지도를 보아도 오창에서 북진천 나들목까지 국도보다 고속도로를 이용하게 되면 더 돌아가게 된다. 나의 경험으로도 북진천 나들목을 이용하는 것이 더 빠르고 편했다. 요즘은 고속도로만큼이나 국도 역시 길이 넓고 좋아서, 청주에 들어설 때 막히는 고속도로보다 이 길을 이용한다.

이와 유사한 일은 최근에도 여러 번 겪었다. 아침 출근시간, 지하철은 많은 승객들로 인해 승하차가 지연되다 보니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늦게 도착하여 운행한다. 또 환승역이나 여러 노선이 같은 역사(驛舍)를 이용하는 경우 신호 대기로 잠시 정차를 하게 되는데, 승무원의 안내방송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람들이 불평들을 쏟아내고는 한다. 물론 완벽한 시간에 맞추어 모든 일이 진행되면 가장 좋겠지만, 다 이유가 있어 발생하는 일들인데 조금도 참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쓰럽기만 하다. 만약 안전사고라도 발생하게 되면 더 큰 불편함이 따르게 된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들의 성급한 마음은 사회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숨 가쁘게 전철 문을 박차고 내리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이 먼저 출구를 빠져나가는 것도 아니다. 승강기나 자동계단에서 자연스레 또 마주친다. 또한 고속도로를 다녀보면, 굉음을 내며 과속으로 앞서나가던 차도 결국 얼마 못가서 휴게소에서 다시 만난다. 과속으로 인해 펑펑 소모되는 기름값이 아깝지도 않은지 모르겠다. 얼마나 아낄 수 있는지 모르겠으나, 절약되는 만큼 더 멋진 곳을 많이 찾아다닐 수도 있지 않을까. 이렇듯 여유를 가지다 보면 생각지도 않았던 소득이 기다리기도 한다.

성급하면 성급해질수록 시간도 빠르게 지나가고 욕심도 과해지는 것 같다. 따라서 바쁘게 일상을 맞이하는 것도 좋겠으나, 때론 흐르는 시간에 맞추어 순리(順理)대로 살아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물론 마냥 느긋하게 기다리자고 하는 것만은 아니다. 다만 마음의 성급함을 털어내 버리자는 것이다. 저물어 가는 한해, 순리에 어긋난 마무리는 결코 유쾌하지 못한 한 해로 기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옛 말에 '아무리 급해도 바늘허리에 실 매어 쓰랴'라는 말이 있다. 바늘귀에 제대로 실을 매어야 아름답고 예쁜 옷이 만들어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