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육. 1 최상호 환일고교 교장 역임 1996년 《교단문학》시 등단 고향을 지키던 앉은뱅이 소나무 셋 허리 꼬부라진 채로 올라왔다. 이렇게만 살지 말자고 힘들게 찾아와서 푸른 이끼 잔뜩 묻은 북쪽의 나무에게 안부를 묻는다. 지난 세월 태풍이 얼마나 모질었는지 나뭇가지는 무사한지 서로의 솔잎에 이슬 몇 방울 떨군 뒤 마주보고 웃는다.
석 종(石鐘) 김영석 충청북도시인협회 이사 사람과 시 동인 오래도록 우려낸 침묵 맑고 깊게 퍼져서 간다 그의 두툼한 손길 닿는 곳마다 새순 불쑥 키가 커지고 왁자지껄 떠들던 버들치 한 박자 숨소리 낮추는 것을 꽃들은 자기만의 색깔 더하고 다 늦은 저녁 천년 잠에서 깨어난 결 고운 돌무늬 고요히 눈을 뜬다 동그란 원안으로 들어와 골똘히 제 속 들여다 본다 열린 옷 깃 여미고 바다로 가는 넓은 강물처럼 당신은, 숲 사이 우렁우렁 걸어 나오시며 빠진 이처럼 춥게 서 있는 낡은 옷 입은 사내의 머리 위에서 괜찮다, 괜찮다고 낮은 기침 뿌리신다
어ㅁㅁ 김찬해 다물민족운동본부 지도위원 에스프리문학상 수상 외 이름을 채워주세요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 그 사람의 이름을 채워주세요 사람마다 다 다른 이름을 갖고 살지만 세계 공통의 이름이 있지요 살아있을 때 삶이 다하는 순간에 빈칸을 채울 수 있는 이름 그 이름을 당신은 오늘 몇 번이나 불러보나요 세상에 태어나 가장 먼저 부른 이름
찔레순 차 한이나 1994년 '현대시학' 발표 대한민국시인상 대상, 영축문학상, 내륙문학상 당신이 편지봉투에 담아 보내온 찔레순 차는 하얀 웃음 살청과 덖음과 향 매김의 길 고요 쪽으로 마음 기울여 차를 마시면 말 없는 문장 속에 반짝이는 글씨 오래 내 입안에 향기로 남는 꽃 피어날 행과 행 사이 해독하느라 밑줄을 긋고 또 읽어보는 순한 표정 신중한 사랑의 맛 알듯 모를 듯 행간을 넘나드는 향기 오월 찔레 흰 꽃이 피는 동안
흔들의자 안애정 충청북도시인협회 사무국장 문향회 회장 우리 집 베란다에는 흔들의자가 있다 센바람이 불 때마다 누군가 앉았다 일어날 때마다 앞뒤로 흔들리는 의자가 있다 흔들린다는 것은 삶에서 잠시 생각할 틈을 주는 것이라고 흔들리는 나무의 우듬지가 말한다 넘어진다는 것은 삶에서 잠시 쉼을 주는 것이라고 잠자는 나무의 그루터기가 말한다 절대 넘어지지 않으려는 당신에게 가끔은 내 흔들의자 내주고 싶다
심장이 쿵쿵 쾅쾅 오하영 충청북도시인협회 산길을 홀로 가는데 갑자기 우직우직 쾅 커단 고목 나무 가지 길이는 내 키 두 배 아슬아슬 내 발 앞에 쾅 일 초만 먼저 앞으로 갔다면 한 발짝 먼저 앞으로 갔다면 나는 나는 그냥 말린 오징어 아슬아슬 심장이 쿵쿵 쾅쾅 내 생명 누가 지켜 주었을까 세상에 내 할 일 남아 있나 봐 덤으로 사는 삶 보람 남겨야지 자원봉사로 함께 행복할 거야
유월의 품 이의희 충청북도시인협회 이사 유월은 늘 어머니 같았다 햇살보다 뜨거운 손으로 밭고랑마다 정을 심으시던 분 푸른 하늘 아래 잠시도 앉지 못하던 발걸음 저녁이 와도 쉴 줄 모르셨지 작약꽃 붉게 피는 날엔 속울음 삼키시던 기억 밤새 기침 소리에 잠 못 들던 유월 이제야 안다, 그 손길이 품었던 하루의 무게를 가만히 안아드리고 싶은 이 계절
삭히기 문동호 꽃구름문학회 비가 억수로 쏟아진다 혼자는 외롭다고 천둥 번개 앞세워 창문을 마구 때리며 온다 줄줄 흘러내리는 눈물 마음에 고인 슬픔이다 쌓인 먼지를 털 듯 쌓인 욕심을 쏟아내듯 쌓아 올린 아픔들을 닦아서 빛내야 할 세월 빗물로 씻어 버리면 마음이 비워져 웃음도 되고 노래도 되어 어깨춤 덩실 아픔을 토해 내고 삭혀 사랑으로 쌓이리
봄 비 갈빛 김명자 충청북도시인협회 제천·단양지회장 질퍽거리는 어둠을 토닥이며 들뜬 마음 잠재우는 너는, 어릴 적 들었던 어머님의 자장가처럼 소곤소곤 들려오는 아릿한 그리움 아장아장 걸으며 함박웃음 짓는 두 돌 바기 아가의 모습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내 그리움의 절정.
망고 최미영 충청북도시인협회 한국시낭송전문가협회 꼬부라진 허리는 육 남매 키우신 역경 신작로 버스 정류장 가기도 벅찬 무릎은 쇠기둥처럼 녹슬어 삐걱 거린다 어제 일도 깜빡깜빡 잊으심은 온갖 시름에 널뛰던 가슴앓이 남천 계곡물 따라 휘도는 한숨 검디검어라 둘째 딸이 사 온 망고 한 상자 무슨 과일이 씨가 더 크냐고 감자 퍼주듯 이집 저집 비싼 인심 쓰신 엄마 아까운 마음에 화가 나다가 아려 오는 가슴 붉은 저녁노을 뒤 어둠 달고 오르는 달빛에 아프지 마시기를 잊지 말고 기억하시기를 조금만 더 우리 곁에 계시기를
[충북일보] 통합 청주시의 숙원이던 '청주시청 신청사 건립'이 본궤도에 올라섰다. 2014년 청주시와 청원군이 통합하면서 새로운 통합 청사 건립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현 청사 부지에 신축'이라는 전제로 사업이 시작됐다. 여러 차례의 공론화와 갈등 조정을 겪으며 사업추진이 지연됐지만, 민선 8기에 들어서면서 사업 방향을 정립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했다. 시는 타당성조사, 투자심사, 교통영향평가, 매장유산 발굴조사 등 사전 행정절차를 마무리했고, 6월 중 시공사와 계약을 체결한 뒤 오는 7월 착공할 계획이다. 준공은 2028년 하반기가 목표다. 새로운 청사는 청주의 정체성과 미래를 담은 도시의 중심이자, 시민 삶의 변화를 이끄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과거를 정리하고 새로운 틀을 세우다 신청사 건립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부지 안에는 40년 가까이 운영된 청주병원이 있었고 기존 청사 본관동을 철거할 것인가를 두고 지역사회 갈등이 팽팽했다. 시는 원칙 있는 행정과 유연한 협의를 통해 하나하나 매듭을 풀어갔다. 청주병원의 경우, 시는 공익사업을 위한 법적 절차를 충실히 이행해 부지 소유권을 확보했으며 병원 측과의 소송에서도 최종 승소했다.
[충북일보]경기침체와 고물가 영향으로 설 선물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충북도내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의 경우 물가 상승 영향으로 10만 원 미만 선물 물량은 지난해 설 보다 5%가량 줄어든 반면, 대형마트들은 5만 원 미만 선물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보이는 백화점 선물세트는 물가 상승 영향으로 구성 상품들의 시세가 전반적으로 오른 영향이 크다. 설 성수품인 배 가격은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다. 6일 청주지역 기준 배(신고) 평균 소매 가격은 10개에 4만2천900원 이다. 지난해 보다 27.37% 비싸다. 지난해 배 생산량 감소와 저장단계에서 고온 피해로 인해 유통 가능 물량이 줄어들면서 가격 상승에 여파를 미쳤다. 이에 기존 사과·배에 더해 샤인머스캣이나 애플망고를 섞은 혼합세트가 증가했다. 명절 주요 선물 상품인 한우의 경우 포장 중량을 줄여 가격 부담을 낮추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가성비'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고 있다. 지난해 설 보다 '5만 원 미만' 상품의 비중을 확대하거나, 커피·차 세트, 김·양말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선물 세트가 인기를 끈다. '1
[충북일보] 충북도가 정부가 추진하는 '1호 분산에너지 특화지역(분산특구)' 최종 후보지에서 아쉽게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후보지 선정 과정에서 분산특구 3개 유형 중 도가 신청한 '공급자원 유치형'은 한 곳도 선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는 앞으로 정부의 분산특구 추가 지정 등을 예의주시하면서 유형과 계획 변경 등을 통해 유치 재도전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11일 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실무위원회를 열어 11개 지자체가 신청한 분산특구 중 7곳을 최종 후보지로 선정했다. 선정 지역과 유형을 보면 제주, 부산, 경기, 경북은 '신산업 활성화형', 울산, 충남, 전남은 '전력수요 유치형'이다. 이 중 신산업형은 신기술과 연계한 신사업 실증이 핵심이다. 분산 자원과 연계해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기 위해 규제 특례가 부여되는 방식이다. 수요 유치형은 전력 수급 여유 지역에 다소비 산업을 유치해 지역 내 소비를 늘리는 모델이다. 하지만 산자부는 공급 유치형의 경우 단 한 곳도 후보지를 선정하지 않았다. 산자부는 발전소 등의 구축이 필요해 단기간 사업 추진이 어려운 공급 유치형의 특성을 고려해 선정하는 않은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