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동화 장현두 충북시인협회 이사 차가운 바람이 발길을 끌었다 눈 시린 햇살이 거들었다 노는 아이들처럼, 희끗희끗한 머리 둘이 손을 꼬옥 잡고 하얀 눈길을 뽀드득 뽀드득 걸어간다 차가운 상쾌함이 즐겁다 느끼한 명절을 시원하게 씻어줄 오뎅국이라도 찾아서 가다가 마트 들러 이것저것 구경도 하고 눈뭉치 만들어 손주처럼 서로 던지기도 하고 빙판길 넘어질라 손을 움켜잡아 처음 데이트하던 그때처럼 해맑은 청춘처럼 손잡고 눈길을 걸어걸어 간다 어딘들 못 가고 무언들 못 할까 귀때기 얼얼이 칼바람과 싸우던 학창 시절 다시 올 순 없으리 그때 어머니는 얼음장 같은 물에 쌀 씻어 밥하고 설거지했지 손등이 툭툭 터져도 구리무 한 번 못 바르고 겨울 났어 설이라 그렇게 큰 의정부 시장도 다 문 닫아 썰렁한데 오뎅집 아줌마 호롱불 같은 둥근 등 밝혀 문 열었네 엄마 같은 손으로 뜨거운 김 나는 오뎅국, 한 그릇 가득 퍼주는 모습에 울컥하며 매콤한 떡볶이까지 자꾸자꾸 먹으며 온몸이 녹네 온 마음이 녹아드네 허연 종아리 하나로 찬바람 가르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수다를 떠는 아그들 속에 끼어든다고, 누가 뭐라나 세
가벼운 끈 김선중 충북시인협회 감사 우크라이나 침공 남북통일 드라마 정년이 시 쓰기 ㅡ 영어 공부 파크골프 집안일 하기 순간 끊어질 수도 나도 모르게 깨어보니 다음 날 아침 병원 침대에 누워 있다 식구들 바라보고 있다 아내가 좋아하는 해바라기 음반 사들고 저녁 길 걷던 아득한 기억 꿈속에서 도란거리고 토막 난 일상 다시 가고 있다 성간을 가로질러 온 기억 간직한 물을 뿜어 바다를 만들고 시를 퍼 올리고 있다 사라졌던 우주 반짝거리며 참을 수 없는 시공 한없이 뻗어있다
소문난 식당 이예숙 충북시인협회 회원 그래 바로 이거야 기왕에 차렸으면 밥상 위에 오르는 것 유기농만 올리고 배고파 찾아온 이웃 만족하게 해줘야지 네티즌 떠들썩 나를 칭찬하여도 가식은 금물이야 휘둘리지 말자 그렇지 바로 그거야 초심을 잃지 말자 그러나 누리꾼들 가십거리 올리는 일 눈과 귀 반짝 쫑긋 호시탐탐 노리니 눈멀고 귀먹지 말자 자만은 금물이니까
그 좋은 눈을 달고서 김창식 충북소설가협회장 사과나무는 꽃을 피우고 사과를 맺으면서 눈이 없다. 아마 귀마저 없을 테지만 빛을 먹는 입도 볼 순 없지만 사람은 그 좋은 눈을 달고서 꽃을 피워 보기를 했나 열매를 맺어 보기를 했나 사과의 단맛을 먹을 줄은 알면서 단맛이 도는 말을 입술에 걸쳐보기라도 했나 꽃을 피워 볼 생각조차 못 했으면서 언감생심 맛에는 눈독을 들이니 상큼하게 물어뜯기는 사과 맛깔에 귀는 밝아서
마음이 묻기를 백초 임호일 충북시인협회 회원 마음이 제게 질문을 합니다 사랑하는 그에게 거짓된 위선은 없었느냐고 순백의 마음으로 그렇다 답하겠습니다 나는 절대적 위대하지도 않으며 초라하지도 않습니다 평범한 삶의 순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존재라고 그렇게 답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이여! 안식을 주는 당신의 맑고 고귀한 존재 가치를 감히 부정한 적이 없습니다 맑은 샘물로 솟아 그대, 인생에 목마름을 적실 수 있게 당신의 뜰에 있겠습니다 초심처럼.
직지(直指)의 기도 류귀현 충북시인협회 자문위원 내 본향(本鄕)땅 청주목(淸州牧) 흥덕사 기슭 솔 향기 담아 혼불로 태어난 내 고국(故國) 내 어머니의 어머니 나라 무심천 벚꽃 흐드러 피고 노을 품은 고을 빛은 따사로이 봄을 일으키게 하소서 여름 한철 푸름에 젖어 하늘 치솟는 나무들처럼 무성히 무성히 희망 솟게 하소서 가을 물든 단풍, 그 경계에서 성숙하는 생의 완성, 청주목(淸州牧) 흥덕사에서 게송으로 읊으신 선사들의 넋이 어린 백운선사의 지단한 선지식, 선(禪)의 의지로 이끌어가는 직지어록(直指語錄) 정신을 이어받아 내 마음 직시(直視)하여 낮은 자세로 낮은 자세로 그 마음 다스리게 하소서 이 모든 마음 나보다 내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무심(無心)한 본(本)마음, 직지 마음 마음자리 지펴 흰 구름, 흰 눈처럼 환하게 온 누리를 비추어 세상을 기록하는 평화와 문화유산의 낙원 사시사철, 그런 사랑이게 하소서 그런 물결이게 하소서
조장鳥葬 안춘화 충북시인협회 회원 눈 쌓인 골목길 누군가 먹다 버린 족발 한 짝이 어디론가, 천천히, 가고 있다 살아서는 밟아본 적 없는 눈 가고 싶은 곳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다리 사이를 지나 우리 없는 세상을 마음껏 누리고 있다 낮게 날아가던 참새 떼 모여들어 족발이 외롭지 않게 마지막 한 점까지 공양한다
동백꽃 이상숙 충북시인협회 회원 사시사철 푸르른 잎 속에 숨어있는 진홍빛 속울음 갈아 놓고 시린 바람에게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날은 저물어도 시들지 못하는 독백의 적요 닳아가는 기다림에 목이 잘린 순정의 무덤이 됩니다 발자국마다 업혀 오는 그림자 다 비우지도 못한 채 붉어진 바닥에 누워있습니다 핏빛 하소연 옷깃을 속에 밀어 넣고 말문은 닫히는데 걸음은 자꾸 시려오고 잠들지 못하는 향기의 목청들 초생달이 줍고 갑니다
첫봄 김선희 눈을 튼 고구마를 유리그릇에 올렸다 옆으로 누운 고구마는 온몸으로 초산의 고통을 참아낸다 짙은 자색 잎들이 오밀조밀 올라오더니 하트를 펼치며 넝쿨째 사랑받기를 원한다고 줄지어 내려온다 아침에 마실 온 햇살은 다복한 가족이라고 함박웃음으로 수다를 떨다가 다녀간다 사랑 타령으로 시끌벅적한 고구마 집에 화분의 사랑초도 세를 늘리고 베란다에는 봄볕이 가득하다 어미 살로 키운 잎들은 날로 푸르러지고 물만 삼킨 어미는 날로 몸집이 줄어들고 있다
계엄 원상규 충북시인협회 회원 분명 까닭이 숨어 있을 진데 의문 덩어리를 반죽에 뒤섞어 치대고 또 치대고 자꾸 치대고 있다 점점 질겨지는 반죽 자장 요리를 만들어 낼지 죽탕 개죽을 만들어 낼지 사뭇 애가 타든다
[충북일보] 최근 청주시 미호강변에서 아주 기묘한 장면이 벌어지고 있다. 새벽에 수백여 명의 인파가 강변 공원 앞에 줄을 서있는 낯선 장면이 목격되고 있다. 젊게는 30대에서 많게는 70대 노인까지 행렬에 참여하고 있고, 어떤 이들은 아예 돗자리를 펴고 길바닥에서 잠을 청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충북일보가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직접 확인해 본 결과 이들은 미호강 파크골프장에서 '2025 생활스포츠지도자' 실기·구술 시험을 보러온 응시자였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이 야심한 시간에 줄을 서고 있었을까. 그 이유는 파크골프 종목 생활스포츠지도자 2급 자격증을 따기 위한 공식 시험장이 전국에서 청주 딱 한 곳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3천여 명의 응시자들이 서로 연습기회를 얻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지는 것이다. 한 응시자에게 왜 이렇게 줄을 서는 것이냐고 묻자 "밤 11시부터 줄을 서도 새벽 5시 30분 파크골프장 개장시간에 대기번호 후순위를 받을 정도"라며 "줄을 서지 않으면 입장조차도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춘천에서 왔다는 또 다른 응시자는 "사람이 너무 몰려서 하루 1번 겨우 연습하는 상황인데 이마저도 전날부터
[충북일보]경기침체와 고물가 영향으로 설 선물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충북도내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의 경우 물가 상승 영향으로 10만 원 미만 선물 물량은 지난해 설 보다 5%가량 줄어든 반면, 대형마트들은 5만 원 미만 선물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보이는 백화점 선물세트는 물가 상승 영향으로 구성 상품들의 시세가 전반적으로 오른 영향이 크다. 설 성수품인 배 가격은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다. 6일 청주지역 기준 배(신고) 평균 소매 가격은 10개에 4만2천900원 이다. 지난해 보다 27.37% 비싸다. 지난해 배 생산량 감소와 저장단계에서 고온 피해로 인해 유통 가능 물량이 줄어들면서 가격 상승에 여파를 미쳤다. 이에 기존 사과·배에 더해 샤인머스캣이나 애플망고를 섞은 혼합세트가 증가했다. 명절 주요 선물 상품인 한우의 경우 포장 중량을 줄여 가격 부담을 낮추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가성비'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고 있다. 지난해 설 보다 '5만 원 미만' 상품의 비중을 확대하거나, 커피·차 세트, 김·양말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선물 세트가 인기를 끈다. '1
[충북일보] 청주시가 청주시설관리공단을 도시공사로 전환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16일 시에 따르면 오는 20일부터 열리는 청주시의회 정례회에 '청주도시공사 설립 및 운영 조례'를 상정할 예정이다. 시가 시의회에 상정한 조례안에는 기존 청주시설관리공단의 기능을 확장해 도시개발사업과 위수탁·대행사업을 수행하는 통합형 공사를 만드는 방안이 담겼다. 시가 공사 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앞으로 지역에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다양한 개발사업을 타 기관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추진하기 위해서다. 현재 청주시는 개발사업을 주도할 주체가 없어 대부분의 개발사업을 LH나 충북개발공사, 민간사업자에게 맡기고 있는 상황이다. 또 시설관리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현재의 청주시설관리공단으로는 각종 개발사업을 처리할 여건이 안된다는 것도 시가 새로운 컨트롤타워 조직 구성을 서두르고 있는 이유다. 더욱이 청주시는 반도체와 이차전지, 바이오 등 첨단 산업의 중심지역이고 공항과 철도, 도로 모두 발달해 앞으로의 개발 수요는 차고 넘치기 때문에 도시공사 전환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 시의 주장이다. 시는 시설공단이 도시공사로 전환되면 도시개발에 따른 이익이 지역에 환원할 수 있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