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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철

서원대 건축학과 교수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나 도시는 한정된 땅에 늘어나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공동주택을 선택한다. 당연히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나 인구 집중도가 높은 대도시 일수록 단독주택보다는 공동주택이 많고 복잡하다.

그래서 오랫동안 서구에서 가장 높은 인구밀도를 가지고 있던 네덜란드 같은 나라에 공동주택이 많이 발달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우리나라나 일본의 대도시에서도 고밀 주거단지가 형성되어 있음을 많이 보게 된다.

공동주택의 필요성이란 대체로 산업혁명을 계기로 한 도시로의 인구집중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유럽 대도시에서 산업혁명기의 도시화 초기에 있었던 집단거주지가 그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도 서울을 비롯한 도시지역이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공단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열악한 주거환경을 기억해 볼 때 초기의 공동주택이란 어쩔 수 없이 거주하는 곳이었고, 또 공동주택을 조성하는 사람들이나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나 여러 상황 속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경우 이러한 공동주택의 개념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아파트가 현대 생활에 적합한 주거수단으로 변화하기 시작 하였는데, 이러한 과정의 중심에는 1980년대 후반에 시행된 '200만호 주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당시 정부가 대국민 정책의 시행수단으로 이를 많이 활용했고, 그 과정에서 주로 서민들이 살았던 단독주택 마을은 다세대·다가구의 높은 밀집도를 가진 공동주거지로 변모되었다. 이와 함께 주택만 없어진 것이 아니라 많은 지역에서 '이웃'이 없어져갔다. 더 큰 규모의 공동주거인 아파트라고 달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기존 주택가가 아닌 논, 밭 산이 변해져 만들어진 대단위 주거단지는 이웃 이라고 할 만한 실마리 조차 남아있지 않는 곳이 되어버린 것이다. 마당과 담을 통해 친근하게 교류하던 주택가는 불과 30센티미터 남짓한 벽을 사이에 두고 다시 볼일도 없고, 말 붙일 필요도 없는 동네사람들의 집합소가 되어버렸다. 어린이 놀이터는 많은 곳이 불량 청소년들의 놀이터가 되었고, 단지 내 공원과 벤치에는 콘크리트 상자 속이 낯설고 집안에 있기 답답한 노인들만이 나와 앉아있는 곳이 되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공동주택은 독립된 각 세대가 한 건물에서 사용하면서 주차장, 놀이터, 노인정, 공원 등의 외부 공간과 현관,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등을 공동으로 이용하는 곳이므로 담 너머로 소통하는 과거의 주택보다 서로 간의 접촉 빈도 더욱 많아질 수 밖에 없는데 왜 공동주택 일수록 소외감이 커지고 친밀감이 떨어지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과거의 주택이 오랬동안 터를 잡고 살 '곳'이었다면, 아파트를 비롯한 오늘날의 주택은 언제든 팔고 이사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부동산 특히 최근의 아파트가 사는 집이 아닌 언젠가 나에게 부를 안겨 줄 투자의 대상이 되어버린 것에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집값이 오르고 내리거나, 더 좋은 투자대상이 나타나면 지체없이 짐을 쌀 준비가 되어 있는데 벽을 사이에 두고, 복도에서 매일 마주치며 엘리베이터 앞에서 행여 눈이라도 마주칠까 헌병처럼 오로지 앞만 보고 서있는 옆집이 이웃집 사람으로 느껴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거기에 대고 어찌 안녕하세요· 가 나오게 되겠는가· 안타깝게도 요즘 말로 공동체가 붕괴되고 만 것이다.

서구에서라고 이러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오래 전부터 이러한 공동체의 부활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많은 국가와 지역에서 전문가들과 함께 도시 내 공동주택에서의 이웃(neighborhood)을 재건하는 방안의 마련과 함께 도시 이외의 지역에서는 우리 삶의 근원이었던 마을을 조성하려는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

그 계획에는 웰빙과 로하스, 생태, 녹지화 등등이 담겨져 있고, 최근에는 보행공간, 자전거도로 등 보행자 중심의 공간연출이 많이 적용되고 있다.

모든 일은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하고 계획을 만드는 것도 사람이지만 더욱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고려일 것이다. 또한 같은 지역, 공간에 사는 사람들 간의 교류기회를 확대하는 소위 사회생태적(social ecology) 계획을 통해 이웃끼리 인사하고 협력하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건강한 이웃을 되살리고, 실현 가능성 낮은 마을만들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방편이 되어 줄 것이다.

그래서 아파트 단지에서, 복도에서, 엘리베이터에서, 마을에서 서로 인사하는 건강한 분위기가 살아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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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