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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6.02 16:10:05
  • 최종수정2024.06.02 16:10:05

장영재

단양군 홍보팀장

"저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저는 그들을 보는 것을 좋아하고, 그들 속에 있는 것을 좋아합니다"-톰 행크스

영화관 하나 없는 도시로 본의 아니게 언론에 이름난 필자의 고향 단양에 드디어 번듯한 영화관이 대성산 기슭 올누림센터에 이달 말 문을 연다.

작은 영화관이지만, 인구소멸 시대에 영화관이 군 단위 자치단체에 문을 연다는 것은 영화 기적에서 철로만 있던 마을에 간이역이 생긴 기적 같은 일이다.

영화 기적에서 주인공 준경은 달려오는 기차를 피하려다 강물에 떨어진 동생 트로피를 주우려다 죽은 누나 보경의 추억과 함께 홀로 고향 집에 산다.

홀로 남은 준경은 누나의 죽음이 본인 탓이라고 여기고 간이역을 세워달라는 편지를 계속해서 청와대에 보낸다.

그의 목표는 단 하나 마을에 기차가 다시 서는 것, 아마도 그것은 죽은 누나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이 아니었을까 싶다.

기적의 간이역과 단양에 영화관이 문을 연다는 것을 비교하는 것은 지나친 감정의 비약이라 할 수 있으나 필자의 추억 속에는 실로 기적 같은 일이다.

푸르른 미래를 약속하며 지어진 신도시 단양읍도 1985년 시내 중심가에 번듯한 영화관이 하나 있었다.

초등학생 필자와 친구들은 당시 신앙과도 같았던 심형래가 주연한 우뢰매와 당시 여중생 배우 김혜수 주연의 깜보 등을 깜깜한 영화관에서 숨죽이며 보았다.

다닥다닥 이어진 관람석과 팝콘도 없는 지금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열악한 시설이지만 우린 1분 1초를 아끼며 영화에 집중했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건설산업 부흥기인 1970년대 단양 인구가 10만 육박했던 시절에는 나름 큰 영화관이 서너 개는 있었다.

필자가 살던 매포읍의 시장 한 가운데도 크지는 않지만 제법 많은 사람이 관람했던 영화관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동네 형들의 손을 잡고 '마루치 아라치'와 '로봇 태권V'를 보며 스크린 앞에서 만화 주인공 흉내를 내며 관람객에게 큰 웃음을 준 추억도 새록새록 한다.

하지만 옛 영화관들은 신단양 이주와 함께 자연스레 폐업하고 신도시에 지어진 시내의 영화관도 87년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폐업했으며 부자 동네로 소문났던 단양의 사람들도 신도시 이주로 삶이 팍팍해졌다.

스크린 앞에서 어리광 부리던 동네 형들과 청소년관람불가를 함께 몰래 보던 친구들은 부모님 손에 이끌려 하나둘씩 고향을 떠났다.

이젠 모든 게 변해 도담삼봉 거북바위 밑에서 아버지의 목에 팔을 감아 영화 아바타처럼 강물 속을 자유롭게 비행했던 황홀한 추억도 이젠 돌아올 수 없다.

1987년 폐업하고 40년 가까이 없던 영화관의 개관은 필자에게는 추억에 대한 그리움과 새로운 단양의 희망을 필름에 담은 한 편의 영화 같은 일이다.

개관될 영화관을 지켜보며 기적의 포스터 문구인 '포기란 없다 기차가 서는 그날까지'처럼 없어지거나 잊혔던 좋았던 것들이 다시금 부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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