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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8.30 17:41:02
  • 최종수정2023.08.30 17:41:02

장국영

운천신봉동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전국 곳곳에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릴 가능성이 높으니 비 피해 없도록 주의 바랍니다."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된 7월 초입, 뉴스에서 집중호우, 장마, 폭우라는 표현이 반복해서 들렸다. '7월의 폭우'에 특별한 기억이 있는 나에게는 다소 걱정되는 단어들이었다.

2017년 7월, 나는 운전 중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했다. 운전을 시작한 지 6개월 된, 주행거리가 겨우 2천㎞ 넘은 내 인생 첫차도 카센터에 맡겨졌다. 시간이 흘러 나는 퇴원했지만 차는 퇴원하지 못했다. 카센터가 복대동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저 평소보다 비가 많이 내린다고만 생각했는데 곧 인터넷 뉴스를 통해 카센터에 있는 내 차가 물에 잠긴 사진을 보고 말았다.

시간이 흘러 나는 청주시 공무원이 되었고 재해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임용 첫해인 작년 7월, 호우로 인해 비상근무를 하던 중 빗물받이가 막혀 물이 역류한다는 신고를 받았다. 급히 현장으로 달려가 확인해보니 빗물받이 하나가 막혀 빗물을 흘려보내지 못했다. 빗물받이의 덮개를 들어 올려 뒤적여 보니 투명한 비닐이 손에 잡혔다. 고작 30㎝ 남짓한 비닐 때문에 대로변 5m 거리가 물에 잠길 뻔했다. 결국 수해 대비에는 빗물받이 속 비닐 쓰레기를 미리 걷어낼 정도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장마가 끝난 후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은 모두 어김없이 빗물받이 관리 문제를 지적받았다. 나는 빗물받이 관리의 효용성에 확신을 갖고 다시는 빗물받이로 인해 마을에 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나만의 '2023년 여름 대비 빗물받이 관리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2023년 3월, 나는 관내 빗물받이 현황을 조사했다. 이어서 특별 관리에 돌입했다. 특히 무심천 인근의 저지대에 위치한 빗물받이와 폭우 발생 시 토사 유실이 예상되는 양병산 산책로 일대의 빗물받이에 신경을 썼다. 통장협의회와 협력하여 매월 쓰레기 및 낙엽의 유무와 정비 상태를 정기적으로 확인했다. 여름이 임박한 5월에는 청주시 자원봉사센터와 함께 관내 빗물받이 일제히 정비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7월 15일, 빗줄기는 예상보다 더 거셌고 무심천과 가까워 저지대가 많은 운천신봉동에는 열다섯 가구가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 양수기로 정돈된 빗물받이를 통해 저지대에 고인 빗물을 흘려보낼 수 있었다는 점, 양병산 산책로의 보도블록 파손에 따른 토사 유실에도 빗물 역류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통해 그간의 꾸준한 노력이'꼭 필요한 노력'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오랜 시간을 공들여 빗물받이를 관리하는 것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했다.

사람의 힘으로 매년 반복되는 폭우를 막을 수는 없지만, 미리 노력하여 큰 수해를 막을 수 있다. 나는 유비무환(有備無患) 네 글자를 마음에 새기고, 내년의 수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시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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