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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7.04 16:19:51
  • 최종수정2023.07.04 16:19:51

정초시

충북도 정책수석보좌관

필자는 약 32년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늘 궁금했던 것들이 있다. 매 과목 수업을 마치는 시간이 되면 질문 시간을 가졌는데, 질문하는 학생들이 거의 없었을 뿐더러 간혹 질문하더라도 가르친 내용에 대한 이해를 위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사족을 붙였다. 혹시 내가 모르는 것, 혹은 내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것들을 질문했는데, 내가 몰랐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불이익을 주지 않겠노라고 안심시키며, 심지어는 모르면 좀 더 공부하여 답변하겠다고까지 말했는데도 거의 질문 없이 수업이 끝나곤 했다. 이렇게 30여 년 동안 수업을 해 왔으니, 나는 학생들에게 일방향의 지식전달 교육만을 하고 말았다. 결국 학생들에게 비판적 사유를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지 못한 죄를 저지르고야 말았다. 그리고 내가 가르친 학생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비판적 사유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기존의 사고체계나 운행 및 작동 방식 등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은 자신을 향한 것이기도 하고 타자, 혹은 사회를 향한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질문을 던지면 때로는 상대를 불편하게 만든다. 왜냐하면 질문 자체가 가지는 속성이 기존의 사고에 대한 의문에서 비롯되는데, 기존의 사고체계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삶의 체계이기 때문이다. 질문을 던지는 사람을 불편함을 야기시키는 불만 가득한 암적 존재로 낙인하면 자연스럽게 질문은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일방향의 사고와 행동체계만이 남게 된다.

질문에는 좋은 질문과 나쁜 질문이 있다. 나쁜 질문은 양자택일의 질문, 예를 들면 우리가 어려서부터 익숙하게 들어왔던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과 같은 것이다. 이런 질문은 자신의 생각을 창의적으로 만들어가기 보다는 부모의 눈치를 보면서 답을 찾아야하는 습관을 만들게 된다. 반대로 좋은 질문은 다양한 생각들을 만들어내고, 그것들이 진정한 사회 발전을 이루는 경로로서 작용할 때이다. 예를 들어, "우리 사회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무엇일까? 현재의 사회시스템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능하게 할 것인가? 더 나은 대안은 무엇일까?" 등과 같은 질문은 우리 사회를 질문과 토론을 통해 더 나은 상태로 만들어가게 된다.

보통, 특정 신념 및 사고체계를 이데올로기라고 부른다. 그런데 라틴어 이데올로기의 어원은 '내가 본다' 'ideo'와 논리나 이론을 뜻하는 'logos'를 합성어라고 한다. 결국 '내가 보는 논리'가 곧 이데올로기다. 내가 보는 논리가 모여져서 사회적 이데올로기로 자리 잡으면,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 신념체계로 굳어져 모든 질문이 사라지게 된다. 돌이켜보면 미소 간 냉전이 한참인 1960년 다니엘 벨이 "이데올로기의 종언"이라는 책에서 이념화된 사회주의는 기술변화 및 다원화된 사회변화 속에서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고 단언하였다. 그리고 예언이라도 한 것처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구소련이 몰락하였다. 그렇다고 시장만이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시스템이라고 확신하여 이것이 이데올로기로 고착되면, 좀 더 나은 대안의 모색은 불가능해지고 질문과 토론이 사라지게 된다. 역사를 통해서 보아도 질문이 사라지면 전체주의로 치달을 가능성이 너무 많다. 전체주의는 하나의 사고만을 고집하여 질문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자신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다. 나의 생각, 내가 하는 일들, 나의 가치관 등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는 일이다. 그리고 나서 시선을 타자와 사회에 던져야 비로소 균형잡힌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만일 2016년 촛불혁명 당시 민주화를 외쳤던 수많은 사람들이 집에 돌아가서는 가부장적으로 가족에게 군림한다면, 모든 질문은 오직 타자에게만 돌린 꼴이 되고 말았으며, 진정한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기 어렵게 된다.

그래서 건강한 사회는 질문의 시선이 먼저 자신을 향하고, 그리고 타자를 향해 좋은 질문이 허용되는 사회일 것이다. 그리고 질문에 대한 토론이 왕성하여 더 나은 대안을 발견하기 위하여 다양한 시선들과 생각들이 부딪치며 변증법적 과정을 거쳐 사회를 발전시키는 길을 모색할 때, 사회는 발전할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라는 유명한 말할 잠언을 남겼는데, 이것을 "건강한 질문이 왕성한 사회는 발전하는 사회이다"라고 살짝 비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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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