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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9.03.29 16:55:4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김전원

유네스코 충북협회장

충청북도교육청에서 운영하는 다문화가정 교육지원센터에서 봉사한지 열흘쯤 지났을 때 일이다. 퇴근할 때 쯤 해서 한 남자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팀장님, 제 아내 좀 지켜줄 수 없나요? 불안해서 못 살겠어요.'

칠순의 노부모를 모시고 시골에서 농장을 경영하는 마흔 세 살의 꽃미남 장 씨는 지난해 봄 국제결혼상담소를 통해 스물다섯 살의 베트남 여성을 신부로 맞이했다고 한다. 1남 4녀의 막내 외아들로 다음 달에 부인이 출산하면 부모님이 그렇게 고대하시던 애기 아빠가 될 것이라며 좋아했었단다.

그런데, 이제까지 남편을 따라서 한마디 불평도 없이 동네 아주머니들과 잘 어울리며 우리말도 익히고 열심히 농장 일을 돕던 아내가 출산 예정일이 가까워 오면서 외출을 하고 싶다며 용돈을 요구하더란다. 그것도 몇 만원이 아닌 몇 십 만원씩을 말이다.

한 번도 나가지 않던 지역의 다문화가정 모임에도 참가하려 하고, 남편 따라서 농산물 납품 마트도 구경하자고 하고, 잘 알지도 못하는 외국인들과 전화통화도 하고, 학부모도 아니면서 친구 따라서 다문화가정 학부모 모임에도 가보고 싶다며 참가여부를 묻기도 하고, 가끔씩 부모님이 보고 싶다면서 모국엘 다녀오면 안 되겠느냐고 조르더란다.

이상한 예감이 들어, 애기 낳고 건강이 회복된 후 가을 농사 거두고 나서 추운 겨울을 베트남에 가서 보내고 돌아오자는 약속에 동의하고서도 당장 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서두르고 있단다.

농장 일이 바쁘기도 하지만 신부가 홀몸도 아니고, 먼 곳은 지리를 잘 몰라 바쁜 남편이 꼭 동행해야 하는 불편도 있지만, 노부모님이 매스컴을 통해 들은 다문화 가정의 여러 가지 가정파탄과 관련한 부정적 사례들을 기억하고 있어서 며느리만의 문밖출입을 지나치게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란다.

센터에서 만나기로하고 남편 장 씨와의 상담일정을 정한 후 다문화 가정 관련 기관을 방문하여 문제 해결에 대한 자문도 받고, 경험이 많은 다문화 가정 문제 전문상담가도 모셨다.

주변인들이 조금만 마음을 열고 협조하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남편으로부터 상황 설명을 듣고, 상호 질의응답을 통해 문제를 분석한 후 공동사고로 대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문제는, 신부가 언제 도망갈지도 모른다는 남편과 시부모의 불안감과 주변인들의 무관심한 비협조 분위기에 있는 듯 했다. 남편의 신부 지키기에 대한 불안감과 부모님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에 부정적인 인식이 더하여 베트남 신부를 그렇게 방황하게 한 듯 했다.

다행히 불안해하는 남편의 성격은 폐쇄적이거나 보수적이진 않았으나 굳을 대로 굳게 닫힌 마음을 허용적인 정서로 바꾸는 것은 정말로 어려웠다. 베트남 신부를 맞이한 것이 아무런 애정도 없이 그저 부부생활에 대한 욕망을 채우거나 자녀를 많이 낳아주고 바쁜 일손이나 덜기 위해 많은 대가를 지불하고 수입한 물건이 절대로 아님을 이해시키는 것이 그랬다.

먼저, 베트남 신부를 우리나라의 정서대로 우리 집의 새사람으로 맞아 한 가족이 되었으니 온 가족이 함께 노력하여 서로 경계하지 말고 가까워지도록 마음을 열어 사랑으로 품어 주자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가 허락하는 대로 신부의 요구사항을 하나씩 수용해 줌으로써 조금씩 고마움을 느끼고 서로 가까워지게 하여 한국의 새 가정생활에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외출도 허락하되 출산 후 건강이 회복될 때 까지는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외출을 삼가자고 동의를 구하면서 신부의 의견을 존중해 주고, 그 대신 일주일에 한 가지씩 베트남 음식을 만들어 맛을 볼 수 있게 해 달라면서 가족으로서의 소속감과 모국에 대한 향수도 인정하도록 했다.

일상용어도 베트남어로 한두 마디씩 가족들에게 알려주어 신부와의 대화 시에는 가능한 한 우리말과 베트남어를 함께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모국어에 대한 자부심도 갖게 하면서 우리말은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되고 있으므로 한글을 열심히 배우자고 했다.

신부가 우리 가정 문화를 바르게 이해하도록 쉽게 설명하면서 베트남의 가정 문화에 대해서도 가족들에게 하나씩 소개함으로써 서로 오해 없이 이해하고 협조할 수 있도록 했고, 가족과 이웃 상호간의 인격을 서로 존중하고 상부상조하면서 살아가는 것도 일깨우기로 했다.

필요한 만큼의 용돈도 주고, 적은 액수지만 신부 명의로 장기적금도 들었다. 휴대폰도 개설해 주어 친정 부모에게 언제든지 통화할 수 있게 했으며, 가족과의 외출과 시장보기도 허용하고, 부부동반 외국인 가족모임과 각종행사에도 참석하며, 다문화가족 대상의 각종교육에도 참석하되 부부가 꼭 협의한 후 결정하여 참석하기로 했다.

출산까지는 외부 활동이 불편하므로 만나고 싶은 사람은 집으로 초대했으며, 온 가족이 하나 되어 신부가 한국생활에 적응하는데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지 사랑과 정성으로 준비해 줌으로써 한 가족이라는 의식이 확실해져 가정생활에 애착이 가도록 노력했다. 친정인 베트남에는 처음 약속대로 금년 농사를 마친 후 추위를 피해서 겨울에 다녀오기로 했다.

남편이 베트남 신부를 한국인 아내로 생각하고 마음을 여니 서로의 불안감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모든 것을 신부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신부의 요구를 가정형편대로 수용해 주니 가족들의 미움도 점차 사라졌으며, 서로의 마음이 통하니 주위의 어떤 유혹도 과감하게 뿌리칠 수 있었다. 차츰 안정되어 가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같은 나라 사람끼리 결혼해도 성격차이나 자존심과 기 싸움 등으로 쉽게 헤어지는 경우를 이해할 수 있다면, 산 설고 물 설은 낯선 이국에서 말도 안통하고 생활방식이 전혀 다른 생면부지의 이성과 깊은 사랑으로 맺어진 것도 아닌 그저 결혼이라는 사슬 하나로 한 가족이 된다고 하니 얼마나 기가 막혔겠는가를 역지사지로 이해해야 한다.

살기 좋은 자랑스런 대한민국 국민 되어 한번 잘 살아보겠다고 찾아온 이주 여성들, 먼저 우리와 똑같은 가족으로 만드는데 남편이 앞장서 마음열고 온 가족과 이웃이 그리고 모든 국민들이 따뜻한 사랑으로 가득 채워 감싸 안아주면 꽃미남 장 씨와 같은 그런 불안은 얼마든지 해소되어 행복한 가정 꾸밀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우리 모두 마음 열고, 그들과 한 가족 되어 한번 잘 살아보지 않으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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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