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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4.26 17:59:41
  • 최종수정2022.04.26 17:59:41

박일선

충북환경연대 대표

수양버들 춤추는 범바우못에서 쌍쌍이 오리배 타는 연인들을 창문 너머로 보며 부러워했던 고교시절이 있었다.

대학생이 되며 멋진 낭자와 배 타고 딸기농장에서 달콤한 시간을 갖고 싶은 꿈은 모두의 바람이었다.

하지만 그 희망을 실천하며 신나는 학창시절을 누렸던 동창들도 있었다. "어제 말이냐, 여고 다니는 00하고 호암지에 가서…" 하며 '썰'을 풀어 놓을 때면 모두 부러워했다.

지금도 하루 수천 명 이상 찾는 이 못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에 의해 만들어진 아픔이 서려 있다.

당시 친일 조선인들이 세웠던 '충주수리조합장 스즈키마사이치씨 사업성공기념비(忠州水利組合長鈴木政一氏 事業成功記念碑)'에 사연이 드러나 있다.

스즈키씨는 야마나시현 사람으로 1907년에 충주에 와서 살면서 오로지 조선사람들을 사랑했다.

충주 지주들을 설득해 1922년 수리조합을 만들어 1932년까지 11년간 밤낮으로 일심단결해 호암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마지막 문장엔 '영세불망지의이 소화팔년계유 오월일일립(永世不忘之誼爾 昭和八年癸酉 五月一日立)', 즉 '스즈키씨 의로움을 영원히 잊지 않기 위해 1933년 5월 1일 비를 세운다. 충주수리조합원선인일동(忠州水利組合員鮮人一同)'이라고 돼 있다.

이것이 진실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중일전쟁을 일으킨 일제가 식량부족을 메우기 위해 조선인들을 강압해 전국적인 저수지 축조에 들어간다.

들녘의 누런 벼는 침략자와 극소수 친일지주들의 배를 불렸다.

못가에서 차 마시고 산책하는 수만 시민 중, 왜놈들의 등쌀에 밤낮으로 돌 깨고 삽질하다가 다치고 굶주림과 극심한 노역에 시달린 식민지 백성의 피눈물이 고여 있음을 절절히 느끼는 이가 얼마나 될까.

이런 한(恨)을 둔갑시켜 조선인을 오로지 사랑해서 주민들의 이익을 위해 만들었다고 왜곡했다.

더구나 비(碑)를 세운 이들은 다름 아닌 조선인 지주들이다.

오뉴월 뙤약볕에 등가죽이 벗겨지며, 엄동설한에 동상에 걸려도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밤잠도 자지 못하고 노역에 시달리며 못을 만들었던 조선인.

이들의 아픔에 대한 일말의 연민도 없이 착취와 압제의 선봉에 섰던 스즈키씨를 칭송한 것이다.

일제의 만행을 후대들에게 영원히 기억하게 할 이 비에 대한 설명판 설치를 시청에 계속 요구했다.

그런데 오히려 보이지 않는 곳으로 치워다.

무엇이 두려워서 시청은 각종 구조물을 설치하면서도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을 이토록 회피하는지 모르겠다.

해방 77년이 된 오늘, 아직도 조선총독부 지배를 받는 행정기관처럼 행동하고 있지 않은가.

나아가 농어촌공사는 누수도 없는 100년 된 단단한 제방, 조상님들의 피눈물과 살점이 켜켜이 쌓인 제방을 모두 뜯고 다시 짓는다고 한다.

둑을 더 넓게 높게 보강하면 예산도 절약되는데 과잉토목사업을 하는 것 아닌가.

단 한 번의 토론회도 없이, 제방 안전성에 대한 그 어떤 정보공개도 없이, 수달과 물고기 서식에 대한 없이 온통 문화유산인 이 연못의 역사를 제거하려고 한다.

어류는 달천으로 이사시키고 수달은 인공집에 살란다.

㈜한국생태네트워크가 조사한 '호암지구 수리시설개보수사업 어류 및 포유류 사전조사 최종보고서(2021.05. 한국농어촌공사)'는 수달은 "배설물이 확인되지 않고, 흔적이 미미한 점으로 보아 상주하는 개체들은 없는 것으로 판단"이라고 기록했다.

100% 거짓말이다. 기만적 자료를 만들어 놓고 토목쇼를 하겠다.

충주시청은 뭘 하시는가. 예산 아껴서 더 멋진 연못을 만드는 데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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