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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03.17 17:39:47
  • 최종수정2022.03.17 17:39:47

강호정

청주시 아동보육과 주무관

지난해 무더운 8월, 음식물 쓰레기통 속에서 신생아가 발견되는 사건이 있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이 신생아는 습하고 어두운 곳에서 기적 같은 생명력으로 수일간 버텼고 구조된 후에도 여러 번의 위험한 수술을 거쳐 극적으로 살아났다. 이 사건은 전국적인 이슈를 넘어 외신을 통해서 전 세계에 소개됐고 우리의 부끄러운 민낯을 보여준 그런 사건이 됐다. 하지만 늘 그랬듯이 8월의 날씨만큼 뜨거웠던 그 그릇은 시간이 지나면서 차갑게 식었고, 이 사건은 사람들에게서 점점 잊혀 가고 있는 것 같다. 가슴 아프게 우리 곁을 떠나 많은 것을 남긴 정인이와는 다르게 기적처럼 살아난 이 아기의 사례에서 우리는 무엇을 잊어야 하고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

어두운 곳에서 못난 어미가 마지막으로 남겨준 가느다란 탯줄의 영양분으로 3일을 버티며, 따뜻한 어미의 품보다 처절하리만큼 차갑고 잔인한 세상을 먼저 알았던 그 아기는 사회의 복지제도 속에서 이제는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흔히 말하는 출생의 비밀은 영원히 비밀로 남겨 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처럼 정보의 세상에서는 쉽지만은 않을 것인데, 아기가 커갈 미래에는 더욱더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출생의 상처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이제 아기는 세상 사람들에게 잊혀질 권리를 이야기하고 있다. 아기가 성장해 세상의 정보에 조금씩 노출이 될 때쯤 이 아기가 이 사건을 접하게 됐을 때 다시 세상으로부터 받을 상처는 감히 가늠하기가 어렵다. 아이가 정신적으로 성숙해지기 전까지, 어쩌면 그보다 더 길게 이 아이가 감당해야 낼 세상의 무게는 사실 짐작조차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런 이유인데 그 아기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이유는 반대로 우리는 기억해야 할 의무도 있기 때문이다.

작지만 최선을 다해 울었을 아기를 살릴 수 있었던 것은 한 시민의 신고였다는 것과 아직 사회에는 이렇게 버려져 피우지 못하고 지는 아기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우연이든 아니든 한 사람의 관심과 신고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이 기적의 아기를 우리는 또 다른 정인이로 기억해야 했을 것이다.

그동안 사회는 버려지는 아이를 품을 만큼 많은 발전이 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따뜻한 어미의 품만 하다 말할 수도, 또한 풍족하다고도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성장시킬 수 있는 복지 여력을 사회는 가지고 있다. 아이가 버려지기 전에, 아프기 전에, 라는 근본적인 물음은 잠시 접어두고 이 사례처럼 찾을 수만 있다면 막지 못할 사고는 아니라는 말이다.

'처염상정(處染常淨)'이라는 말이 있다. 진흙 속에서 피어나지만, 더럽지 않은 순수한 연꽃을 비유한 표현이다. 이 아기에게 이보다 어울리는 말이 있을까· 이제 막 피어난 반년 생 아기의 방긋방긋 웃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가슴 벅차게 고맙고 가슴 아프게 미안한 감정이 들은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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