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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완

전 충청북도 중앙도서관장

"동안거 해제되었으니 내려오세요."

백흥암 스님의 고마운 목소리가 가릉빈가의 노래인 양 반갑게 들렸다.

2월 마지막 날 아침에 그리던 시절인연을 만나러 400리 길을 달려갔다.

비구니 수행도량으로 일 년에 단 두 번 부처님오신날과 백중일(음력 7월 15일)에만 일반에 문을 여는 백흥암에는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는 아름다운 수미단이 있다.

지난번 수미단 보고픈 사정을 말씀드렸을 때 주지 스님과 상의해 보겠다 하시더니, 목소리를 기억하시고는 예불 드리는 것도 보고 점심 공양도 가능하다고 하셨다.

수미단 만큼이나 나물 반찬이 유명한 백흥암 공양이건만 염치불고는 안하기로 했다. 건건찝찔한 절집 숭늉 맛은 다음에…

양옆의 돌담장과 어울려 한 폭의 누각산수화를 연출하는 문루(門樓) 보화루 앞에서 전화를 했더니, 바로 그 비구니 스님이 열쇠를 들고 나와 극락전 문을 따주신다. 서너 걸음 물러나 마스크를 벗고 다시 인사를 드리니 "그리 안하셔도 되어요."하며 웃으신다. 수백년 등을 내준듯한 아름드리 통나무 디딤돌(목)을 딛고 들어가 불교신자들처럼 아미타삼존불에 오체투지의 큰절을 올렸다.

수미단은 법당 내부에 상상의 산인 수미산 형태의 단을 쌓고 그 위에 불상을 봉안한 대좌다. 지금으로부터 379년 전인 1643년에 제작된 백흥암 수미단은, 목공예로서의 가치는 물론 여러 문양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조선 후기 수미단의 백미로 꼽혀, 극락전보다 16년 앞서 1968년에 보물로 지정된 최고의 걸작이다. 높이 134㎝, 너비 413×186㎝ 직사각형 3단의 목조 불단에는 꽃, 새, 수중 동물, 네 발 달린 동물, 가릉빈가(사람의 머리를 한, 자태와 소리가 아름답고 묘한 극락조), 아미타어(사람의 얼굴에 물고기 몸을 가진, 사람의 말을 하고 나무아미타불을 염송한다는) 등 신비롭고 환상적인 문양이 가득하다. 포정해우(·丁解牛)의 솜씨를 지닌 소목장(小木匠)이 꿈을 꾸며 조각한 것이리라!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수미단 중에서 뛰어난 10개를 꼽는다면 이곳을 비롯하여 금산사 대장전, 환성사 대웅전, 화엄사 극락전, 전등사 대웅보전, 파계사 원통전, 직지사 대웅전, 무위사 극락전, 운문사 비로전, 대승사 대웅전의 수미단일 것이다.

극락전을 나와서야 도량 곳곳이 눈에 들어온다. 둥글넓적 호박돌을 깔아 반들반들한 극락전 앞뜰에 그냥 털버덕 앉아 먼 산을 바라보고 싶어진다. 좌우 심검당과 진영각, 전면의 보화루에 둘러싸여 작게 느껴지는 네모난 마당은 티끌 하나 없어 밟기도 조심스럽다. 스님들이 아침 일찍, 먼지가 안 날리게 비 끝을 끝까지 지그시 누르며 비질을 해서일텐데, 안동 봉정사 영산암 마당과 완주 화암사 마당처럼 잊혀지지 않을 아늑하고 예쁜 절집 마당이다.

극락전 마당에 오르는 돌계단 아래에 사각의 커다란 돌물확이 있다. 물맛 좋기로 이름난 곳답게 물때도 한 점 없이 맑고 깨끗하다. 물도 마음도 명경지수(明鏡止水)다.

왜 그렇게 큰 물확이 거기에 있는지를 돌아와서야 생각했다. 수미단에 있는 여인의 얼굴을 한 아미타어가 달 밝은 밤이면 내려와 노닐다 가는 것이리라.

하루 꼬박 12시간씩 석달의 동안거를 끝낸 비구니 수좌들은 걸망 하나 메고 바람처럼 구름처럼 만행의 길을 떠나고 절에는 백구 한 마리와 몇 분 스님만 계신다. 선원(禪院)에서는 철저히 묵언(·言)을 지킨다.

그래서인지 풍경조차 매달려 있지 않고 새들도 바람도 숨을 죽이는 듯하다.

세상 살아가는데 친절만큼 좋은 게 또 있을까? 절집 인심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비구니 스님들이 계시는 절에 가면 푸근해서 좋다. "공양하고 가시라. 차 한잔하시라."는 미소가 시골 아낙네처럼 정겹기 그지없다.

백흥암 인근에는 이름도 널리 알려진 운부암과 거조암이 있다. "여기 길지(吉地)인가 봐요. 기분이 좋아지는데요!" 운부암에 오른 아내가 미소짓는다.

"여러 곳을 다니시더니 풍수도 익히셨나보구려. 이곳이 활짝 핀 연꽃 모양을 닮은 연화형의 땅으로 금강산 마하연과 더불어 2대 명당자리라는 뎁니다."

유명 사진작가 김대벽이 제일 좋아했던 곳이 거조암 영산전이다. 일체 단청을 하지 않았으면서도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온몸으로 보여주는 정면 7칸 측면 3칸의 장대한 불전에는, 화강암을 깎아 만든 오백나한(정확히 526나한)이 천태만상의 형상을 하고 있어 재미와 편안을 준다. 거조암(사) 영산전ㆍ봉정사 극락전ㆍ부석사 무량수전과 조사당ㆍ수덕사 대웅전ㆍ강릉 객사문, 남한에 남은 고려시대 건물 모두 국보로 지정된 소중한 문화유산 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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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