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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서

전 옥천군 청산면장

지난 2년이란 세월은 우리 일상을 코로나에 송두리째 빼앗겨 버린 잊혀진 계절이었다. 지난 주말 친구 딸래미 결혼 초대장이 왔다. 오랜만이라 그런지 반가웠다. 봉투를 열고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수많은 별 중에 우리가 만나…." 시작한다. 신랑, 신부, 일시, 장소, 오시는 길, 마지막 맨 아랫줄에 작은 글씨 한 구절이 눈에 들어온다. '마음 전하실 곳'이란 여섯 글자다. 축의금 송금계좌번호가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청첩장에 계좌번호를 넣는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었다. 욕 태기 칠 각오를 하지 않고서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이었다. 코로나19 덕분에 이젠 아주 청첩장 한곳을 당당히 차지하고 있다. 위치도 한구석에서 점점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자리 잡기 힘든 새로운 생활 풍경이다. 소소한 일상이 무너지고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심해지긴 했어도 실용적인 새로운 생활문화 하나가 자연스럽게 정착하고 있다.

코로나가 가져다준 새로운 풍경들이 한둘이 아니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마다 길게 늘어선 장면이 온종일 TV 화면을 도배질했다.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 출생일을 기준, 5부제로 마스크를 사는 풍광이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안산 도시 개발공사 신규직원 공채 시험을 잔디 구장에서 치렀다. 마치 조선 시대 과거시험 장면을 떠오르게 하였다. 결혼식은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바뀌었다. 하객들이 차에서 내리지 않고 지나가며 혼주와 신랑.신부에게 인사하는 방식이다. 장례식에도 상주와 조문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인사를 한다, 음식은 먹지 않고 간단한 선물로 대신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사람들이 멈추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농민들의 일상이 무너졌다. 요양원 면회가 금지되어 부모. 자식 간 생이별하는 지옥 같은 세월을 보내야 했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명절 때 객지에 있는 자식들 오지 말라는 '불효자는 옵니다'라는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졌다. 수많은 사람이 백신을 맞고 후유증에 시달리는가 하면 우리나라도 3천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한편, 코로나19로 오히려 좋아진 점도 적지 않다. 우선 마스크를 쓰니 감기 환자가 크게 줄었다, 또한 각종 행사나 축제가 중단됨으로써 그에 따른 예산을 크게 절감했다.

인간이 멈추니 세상이 멈추었다. 공기가 맑아지고 하늘이 높아졌다.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니 집밥이 증가하고 로컬푸드 매출이 급증했다.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이 있는 삶, 사람 중심의 세상을 자연스럽게 가져다주었다.

얼마 전, 동창들끼리 삼겹살에 소주 한잔 했다. 거의 2년 만에 보는 얼굴이다. 술과는 거리가 먼 필자도 오랜만에 한잔했다. 답답하던 마음에 고속도로가 뻥 뚫리는 기분이다. 허물없는 친구들과 한잔하며 세월을 마시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 것인지 온몸으로 느낀 시간이었다.

우리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 거짓과 막말을 했으면 마스크로 입을 틀어막았을까. 얼마나 많이 미워하면 거리 두기를 할까. 얼마나 많이 나쁜 짓을 하고 다니면 틈만 나면 손을 씻고 소독약을 처바를까. 얼마나 많이 열 받고 살기에 수시로 체온을 체크할까. 얼마나 많이 비밀스러운 곳에 다니며 나쁜 짓을 했으면 연락처를 적고 다닐까. 코로나19는 인간의 위선과 오만, 내로남불에 대한 강력한 경고장이다. 인간들에게 엘로우 카드 하나를 빼어든 것이다. 레드카드를 받기 전에 일상의 중요성을 깨닫고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진정으로 '마음 전할 곳'은 어디일까? 별다른 용건이 없어도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 거는 따스한 전화 한 통, 바로 그것이 아닐까? 하지만 돈이 없으면 마음도 전하기 어렵다는 현실 앞에 마음이 무겁다. 하얀 백지 위에 '돈'이라 써놓고 '마음'이라 읽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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