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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10.20 16:48:57
  • 최종수정2021.10.20 16:48:57

안정애

청주시 흥덕구 세무과 주무관

아내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해준 병원 의사에게 금은방을 하는 남편이 오다 주웠다면서 금두꺼비를 건넨다. 집사람을 살려줘서 고맙다면서 받아달라고 하자, 의사는 마음만 받겠다며 웃으며 거절을 한다. 보호자가 밥을 사겠다고 하자, 김영란법에 걸린다면서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한다. 의학 드라마의 한 장면이다. 내가 공무원이라 그런지 이런 내용들은 지나가는 대사라도 귀에 쏙쏙 들어온다.

우리가 흔히 김영란법이라고 부르는 법률의 정확한 명칭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은 발의 4년여 만인 2016년 9월 28일부터 시행됐으며 공직자뿐만 아니라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에게 적용된다.

처음 이 법이 시행됐을 때 나랑은 상관없는 법률이라 생각해서 그런지 생활의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내가 근무하는 세무부서는 인허가 부서도 아니고 현금이 오가는 수납도 불가능하며 모든 업무가 전산화가 되어 있다 보니, 김영란법 시행 전후 그 어떤 일상의 변화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내가 일반인 입장에서 공무원을 만나러 가는 길에는 변화가 있었다. 그건 아이들 학교 선생님과의 상담이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상담이 이루어지지 않지만, 매년 상담하러 가는 길에는 늘 고민이 따랐었다.

담임한테 첫인상이 중요하고 아이를 맡기는 입장이라 꽃이라도 사갈까? 선생님의 취향이 뭘까? 고민하고 같은 반 엄마들과 정보를 공유하곤 했다. 고민하다가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커피 한 잔이라도 사서 갔었고, 큰 것이 아니라 그런지 선생님들도 고맙다고 하시면서 받으셨었다. 그런데 김영란법 시행 이후에는 학교에서 상담 시 커피를 포함한 그 어떤 선물도 절대 안 된다는 가정통신문을 발송했다.

공무원인 나는 받지 않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상담하러 가는 부모로서의 마음은 불편했다. 이상했다 뭔가 주지 않으면 어색한 내가, 마치 꼭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 그때 생각해 봤다. 혹시 나한테 상담하러 오는 민원인들도 그렇지 않았을까? 아, 김영란법이 나에게도 영향을 미치는구나! 늘 조심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됐다.

이제 이 법이 시행된지도 5년이 넘었다. 그동안 법률도 시행착오를 거쳐 몇 번 정도 수정됐고 차츰 정착되어 가고 있다. 나도 빈손으로 학교에 가는 길이 어색하지 않았었으며, 민원을 받는 입장에도 먼저 차 한 잔을 권하는 요령도 생겼다. 처음엔 불편했지만 이젠 누구나 홀가분하게 공무원을 만날 수 있는 당연한 시대가 온 것이다.

우리나라는 정이 많고 청탁이 아닌 대가 없는 순수한 나눔이 있는 사회였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는 정이 많은 사회란 방패 뒤에서 마음만으로 아쉽다고 생각한 건 아닐까 반성도 해본다.

비록 법률의 제정으로 시작이 됐지만 이제 마음만으로도 충분한 우리, 서로의 만남에 아무것도 없어도 어색하지 않은 편한 우리가 된 걸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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